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쓰이는 노하우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 가운데 상당한 신빙성을 가지고 있는 방법이 바로 차트로 보는 방법이다. 본래 주식투자의 본질은 그 회사의 현재 가치와 미래의 발전 가능성이다. 하지만 차트는 그런 감성적인 면을 배제하고 눈앞에 보이는 주가의 흐름만 가지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U자를 두번 그리면 음봉이라고 해서 곧 주가가 올라갈 징조로 보는 것이다. 





IT에 있어서 나는 역사적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을 둘러싸고 애플이 벌이는 일련의 사건들은 어쩐지 옛날 매킨토시를 둘러싸고 벌인 사건과 매우 비슷하다. 무려 20년 넘은 이전 사건인데 그것이 시간과 장소, 업체만 바꿔서 되풀이 되는 느낌이다. 이전에도 이런 해석을 바탕으로 향후 전개를 담은 글을 써내기도 했다. (이전 포스팅 참조)


애플 아이폰은 잘못된 선택을 반복할 것인가?


그 가운데 내가 가장 결정적인 요소로 지목했던 것은 매킨토시를 둘러싼 애플의 룩앤필 소송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패소한 사건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운영체제가 매킨토시 운영체제를 베꼈다는 것이 이 소송의 내용이다.  핵심은 '보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형태의 모든 인터페이스에 대해서 애플이 권리를 주장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룩앤필 소송이다. 





법정은 이런 애플의 추상적인 특허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구체적인 권리에 있어서도 애플이 이전에 마이크로 소프트와 맺은 계약에 인터페이스 이용에 대한 포괄적인 양해사항이 명시되어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후 MS 는 당당하게 윈도우를 만들 수 있었으며 애플은 윈도우를 '짝퉁'이라고 비공식적으로 놀리는 것 외에는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이번에 미국 특허청에서 애플이 스마트폰에 대해 제출한 중요한 특허를 무효화시켰다. (출처)




주요 외신들과 특허 전문사이트인 포스페이턴츠는 19일(현지 시간) 미국 특허청이 애플의 핀치-투-줌 특허에 대해 잠정 무효를 선언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핀치 투 줌'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화면을 확대하거나 움직이는 멀티터치 관련 특허다. 펀치 투 줌은 얼마 전 특허청이 잠정 무효를 선언한 바운스백 특허와 함께 특허 전쟁을 벌이는 애플의 양대 핵심 무기로 꼽힌다.


이번에 특허청이 핀치-투-줌 특허권에 대해 잠정 무효 판결을 한 것은 ▲선행 기술 존재와 ▲명확성 부족이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애플은 이번 소송에서 핀치-투-줌 특허권 위반을 이유로 삼성 단말기 한 대당 3.10달러를 요구했다. 반면 바운스백을 비롯한 다른 소프트웨어 특허권 두 건의 요구 금액이 대당 2.02달러였다. 그만큼 애플이 애지중지하는 특허권인 셈이다.


이에 앞서 미국 특허청은 이번 소송에서 애플의 또 다른 무기 중 하나인 바운스백 특허권에 대해서도 두 차례에 걸쳐 잠정 무효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결국 애플이 삼성을 공격한 소프트웨어 특허권 세 개 중 두 개가 잠정 무효 판결을 받게 된 셈이다.


특허 전문가인 플로리언 뮐러는 이 같은 사실을 소개하면서 "애플의 소프트웨어 특허권 세 가지 중 핀치-투-줌 특허권이 특허청의 잠정 무효 판결을 극복하기가 가장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바운스백 특허권 뿐 아니라 핀치-투-줌 특허권도 최종적으로 무효 판결이 난 것은 아니다. 특허청의 판결에 대해 애플이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최종적으로 특허권이 무효라고 확정되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배상금 문제만 남겨 놓고 있는 삼성과 애플 간 1심 최종 판결에선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부분은 결국 20년전의 사건과 별 차이가 없다. 애플이 가장 쉽게 상대진영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이 무력화되고 더이상의 법정공방이 의미없어지는 수준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이후에는 어떤 전개가 기다리고 있을까?


애플의 특허 무효 판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이렇게 되면 다음에 다가올 결과는 '스마트폰의 일상재화' 이다. 스마트폰이 별로 신기할 게 없이 우리가 보는 세탁기나 냉장고, PC와 같은 가전제품 수준으로 격하된다는 것이다. 피처폰처럼 1만원짜리 스마트폰이 나올 수도 있다. 시장상황이 이렇게 변하게 되면 IT업계의 변화는 극심해진다.


애플은 여기서 아마도 제품의 프리미엄화를 통해서 탈출을 시도할 것이다. 지금의 매킨토시처럼 점유율보다는 제품을 특별하게 만든 다음 높은 이익률을 추구할 것이다.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좋은 시도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지금 30퍼센트 정도인 아이폰의 점유율이 축소되어 10퍼센트 정도가 될 것이다. 또한 앱스토어로 대표되는 애플 생태계도 상대적으로 축소된다. 





문제는 그 나머지 위치인 90퍼센트의 점유율이다. 안드로이드가 윈도우 정도의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이대로라면 안드로이드가 윈도우의 역할을 하며 규모의 경제를 이룰 것이다. 모든 스마트폰이 하드웨어에 관계없이 안드로이드만 깔면 일정한 앱호환성이 보장된다. 또한 안드로이드의 생태계는 공짜가 넘치고 저품질 컨텐츠와 파편화에 시달리겠지만 그만큼 시장규모가 커지게 되니 개발자들은 어쩔 수 없이 안드로이드를 목적으로 앱을 개발해야만 할 것이다.


여기에 변수로 등장하는 것은 윈도우8, 혹은 그 이후의 버전이다. 아예 PC와 태블릿을 통합한 이 운영체제가 어느 정도 성공한다면 태블릿을 발판으로 삼아서 스마트폰에까지 탑재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안드로이드와 윈도우가 스마트폰에서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이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또 하나의 전개가 기다리고 있다. 





이렇듯 하나의 사건을 보면서 어떤 미래를 가져올 지 상상해보는 것은 나른 흥미롭다. 아마도 그래서 나는 예전에 영화  '백투더퓨처'를 재미있게 보았는지 모른다. 과연 애플이 가져온 이 특허소송 '백투더퓨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