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라는 이름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초기의 컴퓨터 시장에서 유명했던 CPU인 모토로라 68000 부터 시작해서 첨단 휴대폰의 상징이었던 스타택, 그리고 전세계에 열풍처럼 몰아친 레이저까지 많은 추억이 있다.



어제 모토로라가 한국에서 완전히 사업을 철수하기 했다는 결정이 나왔다. 얼마전 구글에 합병되며 진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하게 여겼는데 이런 결정은 의외였다.(출처) 


모토로라모빌리티가 한국 사업을 접는다. 모토로라모빌리티코리아는 10일 이같은 내용을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공식 철수는 내년 2월이다. 모토로라모빌리티코리아는 지난 1988년부터 한국에 휴대폰을 판매해왔다.


12월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모토로라모빌리티코리아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국 철수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2월을 철수 시점으로 잡았다. 직원들에게는 근속년수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한다. 모토로라모빌리티코리아는 40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한국 사업 철수는 모토로라모빌리티가 진행하는 글로벌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모모토로라는 휴대폰 ‘레이저’로 2006년 전 세계 2억대 판매고지에 오르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 경쟁사에 밀리며 순위가 떨어졌다. 2009년 들어 스마트폰 시대가 시작되며 추락이 시작됐다. 지난 2011년 1월 휴대폰 사업을 하는 모토로라모빌리티와 솔루션 사업을 하는 모토로라솔루션스로 분사했다. 모토로라모빌리티는 지난 5월 구글에 최종 인수됐다.


한국에서는 지난 1988년 국내 이동통신 사업과 함께 휴대폰 판매를 시작했다. 부침의 역사는 비슷하다. 작년에는 SK텔레콤 단독 공급을 KT로 넓혔다. 하지만 돌파구는 되지 못했다. 올해는 단 1대의 신제품도 공급치 못했다.


모토로라의 철수로 최근 2년새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는 SK텔레시스 KT테크 HTC 등 4개사가 사업을 포기하거나 철수했다.





사람이 생각하는 것은 모두 비슷하다. 나도 이 뉴스를 듣고 그저 간단한 아쉬움을 표하는 글 정도를 써서 올리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1년 전이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그 정도 글을 써서 올려줄 블로거들은 많이 있다.


적어도 IT평론가 라는 길을 걷는다면 무엇인가 더 나아가야 한다. 모토로라의 한국철수를 맞는 블로거들의 반응은 대체로 한국에서 다양성이 없어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런 아쉬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어지는 모토로라에 대한 뉴스를 하나 더 보자.(출처)


Engadget은 Motorola가 중국과 브라질 공장들을 7,500만 달러 가격으로 Flextronics에 매각했다고 전했다. Flextronics는 이 공장들을 미래의 스마트폰 생산에 사용하기 위해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토로라의 한국철수, 아쉬움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모토로라를 운영하는 것은 구글이다. 애초에 특허만을 노리고 샀다는 말도 많았고, 그에 대한 반론으로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어떤 것을 만들기 위해 샀다는 말도 있었다. 그런데 위의 짤막한 기사에 의하면 하드웨어의 제조기반을 팔아넘겼다. 이윤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공장까지 팔아버리는 건 하드웨어 자체제조에 대한 정리 수순이라고 볼 수도 있다.


지금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초기의 낭만적인 경쟁이 끝났다. 폭발적인 속도로 커진 시장을 향해 다양한 실험적 기기를 내놓고 반응을 살필 수 있던 시기가 지났다. 시장점유율은 안드로이드가 윈도우의 지위를 향해 달리고 있고, 순이익률은 경이적으로 높은 애플에 이어 삼성이 두번째 위치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거의 이익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토로라가 처해있는 상황은 이런 위기상황이다. 본래 하드웨어 제조업을 해본 적이 없는 구글이 이런 상황에서 어떤 미래전략으로 일련의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비록 한국이 시장규모도 작고 이통사의 구조가 폐쇄적이지만 테스트베드로서의 역할도 큰데 왜 철수하냐는 말은 그저 감정섞인 아쉬움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모토로라는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 테스트시장까지 볼 수 있는 여유가 전혀 없다.


가장 돈이 될 수 있는 시장을 빼놓은 나머지 시장에서의 철수, 그리고 물리적인 공장 매각. 여기까지만 본다면 모토로라의 전략은 다분히 애플과 똑같은 길을 걷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애플처럼 제조자체는 대만과 중국공장에 하청을 주면 되기에 자체 공장은 필요하지 않다. 또한 애플처럼 주요시장이 아닌 국가에는 그저 리테일 스토어 형식으로 팔면 되기에 철수해서 조직을 효율성 좋게 만든다. 


한국이 그 과정에서 정리대상에 들어간 거야 나도 아쉽지만 애플도 한국에 아직 애플스토어 하나를 열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미국업체가 바라보는 한국시장이라는 건 우리 생각보다는 중요하지 않다. 테스트베드라는 것도 우리가 그나마 붙인 의미에 가깝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시장이 크면 다른 이유가 필요없는 진짜 중요한 시장이 된다.


모토로라의 한국철수보다 중요한 것은 이후 세계 스마트폰 업계가 어떻게 재편되는가 하는 점이다. 철수한 모토로라는 언제든 사정이 나아지면 다시 들어올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급속히 애플과 삼성으로 시장이 쏠리는 상황에서 모토로라는 생존하는 방법 자체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





아트릭스 같은 혁신적 발상은 좋았지만 정작 그런 발상을 받쳐줄 만한 완성도가 나왔는지, 하드웨어의 품질에서 삼성이나 엘지에 비해 나은 점은 얼마나 있었는지, 소프트웨어 면에서 얼마나 안정적이고 빠르게 움직였는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 우리가 배우는 국사는 세계사의 일부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모토로라의 한국철수는 우리에게는 충격적인 결말일지 몰라도 IT업계 전부에서 놓고 본다면 그저 하나의 작은 사건에 불과하다. 이후에 모토로라가 어떤 전략으로 다시 한번 의미있는 도전과 세계적인 유행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그것이 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