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있다. '돈이면 안되는 게 어디 있어?' 라는 말이다.

 

사실 이 말 자체가 옳고 그르고를 따지기 때문에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런 말을 하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게 싫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뒷골목 조폭이 '죽인다고 협박하면 안되는 게 어디 있어?'라는 말과도 비슷하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건드리면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돈에 대한 욕망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인간의 공통된 본능이다.



구글과 엘지전자가 내놓은 새로운 레퍼런스폰인 넥서스4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비록 스케일은 상당히 차이가 나지만 예전 국내에 애플 아이폰이 들어오지 못했을 때 그것을 둘러싼 논란과도 비슷하다. 당시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회사는 아이폰을 들여와 달라는 소비자의 요구에 대해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변명을 다 동원했다. 


위치사업자법과 위피 사용문제야 법률이니 그렇다치고 그게 해결되고 나서는 언제부터 소비자의 지갑을 걱정해주었는지 몰라도 아이폰이 비싸서부터 시작해서 국내망과 전파특성이 안맞아서, 애플이 고압적이어서 등등의 변명이 동원되었다. 결국 국내에 아이폰이 들어온건 해외출시보다 2년 정도 늦은 시점이었다. 그것도 2위 사업자였던 KT가 이익증대와 가입자 확보를 위해 그야말로 비장한 각오로 한 '모험'이었다.


구글 넥서스4가 가격과 성능 면에서 아주 매력있게 나왔다. 그러나 국내의 이통사와 단말기 업체는 약속이나 한 듯 넥서스4 출시는 못하겠다고 말했다. 아이폰과 비슷하게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유대를 느끼게 하는 단단한 결속이다. 3G만 지원하기 때문이라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이해할 수 없는 논리가 동원되었다.




그러다 이것이 여러 언론과 블로거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논란이 커지자 출시를 검토하겠다는 자세로 돌아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다시 이해하기 힘든 태도가 나왔다. 출시하게 되더라도 한국에는 비상식적으로 올라간 가격에 나올 거란 발언이다. (출처)


국내 사용자들은 비슷한 사양의 고가폰과 비교해 해외 판매가가 30~40%가량인 넥서스4의 가격적인 메리트에 열광하는 측면이 강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국내 출시를 하려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호주 등 7개국에서 판매 중인 넥서스4의 국내 출시 요구가 빗발치면서 관련기업인 구글과 LG전자, KT 등 통신업체 간 3자 협의가 진행 중이다. KT와 SK텔레콤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넥서스4 국내 출시를 위해 구글, LG전자와 협의 중이라고 밝혀 국내 사용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넥서스4는 11.9㎝(4.7인치) 화면을 비롯해 퀄컴의 최신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1.5㎓ '스냅드래곤 S4 프로', 2GB 램(RAM), 해상도, 배터리 등 주요 사양이 현재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옵티머스G와 동일하다. 이렇듯 최고 사양인데도 넥서스4의 해외 판매가(16GB 기준)는 349달러(38만원)에 불과해 99만9900원인 옵티머스G(32GB 기준)와 비교해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그러나 넥서스4의 해외 판매가는 통신사가 아닌 구글 플레이를 통한 온라인 판매 기준이다. 구글은 국내에서는 역대 레퍼런스 폰들을 대형마트나 하이마트 등 유통업체나 통신사 유통망을 통해서만 판매했다. 결국 구글이 국내에서도 구글 플레이를 통해 직접 판매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국내 판매 시 넥서스4는 유통비용과 판촉비, 부가세 등 여러 요인으로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사용자들이 해외 온라인 판매가에 현혹돼 다른 인상요인들을 간과하는 분위기라 답답하다"며 "넥서스4가 국내에 출시되더라도 해외 판매가로는 절대 공급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주장대로라면 넥서스4의 국내 출고가는 16GB 기준으로 70만원을 웃돌 수도 있다. 이럴 경우 LTE 모델인 옵티머스G와 비교할 때 가격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출시하겠다는 말이니 진전된 태도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넥서스4에 열광했던 이유는 예전 아이폰과는 조금 다르다. 아이폰은 뛰어난 기능과 혁신적 운영체제 등의 고품질이 중심이다. 그러니까 가격은 어느정도 올라가도 큰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넥서스4는 제공되는 하드웨어 품질에 비해 압도적으로 싼 가격이 매력이다. 그런데 막상 기사를 보면 국내 관계자는 그런 가격이 국내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가격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 말에 아주 약간의 일리는 있다. 시장크기와 여러 세금제도상 해외에 붙은 가격보다 한국이 비쌀 수는 있다. 논란은 있지만 미국에서 팔리는 현대 자동차와 삼성 전자제품을 우리는 그대로의 가격에 한국에서 살 수 없다. 약간씩은 비싸게 주어야만 살 수 있다.


넥서스4의 국내 출시가격, 논란의 핵심은?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상식적으로 어느정도 납득할 수 있는 한도가 있다. 아이폰은 미국 애플에서 발표할 때 표준가격을 공개한다. 출시되는 유럽의 각 나라 등 세금이 비싼 나라는 좀더 가격이 올라가기도 한다. 하지만 인상률이 20퍼센트를 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넥서스4 최저 사양 모델의 가격은 299달러이다. 요즘 한국 환율로 보면 33만원 정도 할 것이다. 여기에 세금을 붙이고 운송료와 부가비용을 붙인다고 해도 50만원을 넘을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디카시장에서 한국의 작은 병행수입사나 라이센스 수입사들이 카메라를 출시할 때도 그 정도 가격인상을 하면 수입해서 AS도 제대로 제공하고 각종 서비스를 해준다.


하물며 넥서스4는 일체의 통신사 보조금이 없는 가격이 저 정도이다. 갤럭시S3를 비롯한 옵티머스G의 출시가와 비교해보자.  제조사 보조금과 이통사의 보조금을 합쳐서 우리는 얼마에 그 단말기를 사고 있는가? 그렇다면 넥서스4에 적당한 요금제를 합쳐 가입할 때는 당연히 낮은 가격이 나와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위 기사의 관계자는 60-70만원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약정이 전혀 없는 무약정폰을 말하는 것이라고 해도 심각하게 비싸다. 


요즘 해외와 비교했을 때 두배에 달하는 가격인상을 하며 수입되는 전자제품은 찾아볼 수 없다. 예전에 일본 가전제품을 보따리상이 밀수 했을 때나 통용되던 수준의 가격이다. 인기 게임기나 게임팩이 국내에서 음성적으로 팔리던 시절 말이다. 좀 우습게 말하자면 국내에서 보는 넥서스4는 딱 그런 위치인 듯 싶다. 국내에 들어와서는 안되지만 굳이 사고 싶다면 옛날 일본 게임기를 음성적으로 사는 식으로 폭리를 주면 못 팔 건 없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했든  '돈이면 안되는 게 어디 있어?' 라는 말이 있다. 넥서스4가 무슨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기계도 아니고, 마약이나 음란물도 아니다. 새벽 택시 앞에서 외치듯 '따블!' , '따따블!'을 외치면야 못살 게 어디 있으며 안 팔 사업자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 넥서스4가 무슨 외계인의 첨단 단말기라서 가지고 싶은게 아니다. 그저 훨씬 싸고도 성능이 좋으니까 기대하는 것 뿐이다. 그런데 그 앞에서 가격적 매력을 다 없애버리고는 '이래도 사고 싶으면 사든가?' 라고 말하는 게 현재 상황이다. 


아무래도 넥서스4는 한국의 통신시장이 아직도 얼마나 폐쇄적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가 될 듯 싶다. 한국 소비자는 한국제조사가 만든 단말기조차도 제대로된 가격에 손에 넣을 수 없는 상황에 살고 있다. 이건 대체 누구의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