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컴퓨터를 쓸 때 성능 다음으로 신경써서 보는 것은 안정성과 보안이다. 아무리 다운되는 일 없이 잘 돌아간다고 해도 386수준 컴퓨터를 굳이 쓸 사람은 없겠지만, 동시에 아무리 빠른 슈퍼컴퓨터급이라고 해도 툭하면 다운되고 해킹되어 내 정보가 흘러나간다면 그 컴퓨터를 쓸 사람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일반 PC와 노트북이 대체로 윈도우와 익스플로러로 독점되고 통일되던 시절에는 그다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버그와 해킹에 시달리며 불만이 있더라도 그저 MS에 투덜거리며 항의 메시지 하나 보내는 것 외에 별다른 수가 없었다. 실제로 쓸 수 있는 플랫폼이 너무 적으면 비교해볼 수도 없다. 맥이나 리눅스가 그다지 좋은 선택에 될 수 없던 시절에는 그랬다.

그러나 이제 시간이 흐르고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웹브라우저를 비롯한 운영체제도 다양해졌다. 따라서 사람들이 어느 운영체제, 어떤 웹브라우저가 보안에 강한지 궁금하게 여기며 비교의 기회를 원하게 된 모양이다. 이제는 해커대회가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비롯해서 각 웹브라우저를 대상으로 분야를 넓히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구글이 자사 운영체제인 크롬에 대해 2만달러의 상금을 걸고 자신감을 과시했다.(출처)



구글은 다음달 열릴 예정인 한 해커대회에서 자사의 웹브라우저인 크롬을 가장 먼저 해킹할 경우 상금 2만 달러와 CR-48 크롬 노트북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포브스 인터넷판 등 미국 언론들이 3일 보도했다. 이처럼 구글이 별도의 상금을 제시하게 된 것은 크롬이 애플의 사파리 브라우저와 유사하기 때문에 경쟁대상에 포함되지 않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의 상금과 별도로 이 대회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사파리, 파이어폭스, 크롬 등 웹브라우저와 윈도7, 아이폰4, 블랙베리6, 안드로이드 등 스마트폰 운영체계(OS)를 가장 성공적으로 해킹하는 해커에게 각각 1만5천달러의 상금을 수여하는 등 모두 10만5천달러의 상금이 걸려있다.

애플은 이제까지 선전을 통해 맥과 아이폰이 해킹에 강하며 바이러스도 걸리지 않는다고 은근히 자랑해온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해커대회에서 애플의 플랫폼 역시 해킹에 성공했었다. 지난 어떤 해킹대회에서는 윈도우7, 리눅스, OS X 가운데 리눅스만이 최후까지 잘 버티며 보안에 강한 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에 새로운 클라우드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 크롬을 출시한 구글로서는 자사의 플랫폼도 이 가운데 넣어주길 바란 모양이다. 하지만 크롬이 애플의 사파리 브라우저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사실 애플의 사파리, 구글의 크롬은 같은 '웹킷'이란 엔진을 통해 만들어진 형제 브라우저다. 공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인 웹킷은 각자의 기술을 열어 공동으로 웹브라우저 기술을 발전시키자는 목표로 시작됐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참여한 기업들이 각자 그 성과를 나눠가지고 핵심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사이의 우열을 따진다는 게 그다지 큰 의미는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엔진이 같더라도 나머지가 다르면 다른 자동차가 되듯이, 웹킷 엔진을 섰다고해서 완전히 다 같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애플은 공개된 표준을 따르더라도 자사의 기술을 첨가해서 상당히 다른 것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매킨토시의 운영체제인 OS X는 다윈 커널과 BSD에 근거한 넥스트스텝에서 발전했음에도 원래의 유닉스 계열과는 상당히 다르다. 마찬가지로 구글의 크롬 운영체제 역시 유닉스 계열인 리눅스를 기반으로 발전했지만 이미 상당부분이 차이가 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해킹대회에서 일부러 별도의 상금을 내걸고 안정성을 검증받겠다는 구글의 행동은 전통적으로 이 대회의 단골인 애플 제품과 맞물려 매우 흥미로운 비교가 될 것 같다.

애플과 구글, 더 안전한 웹브라우저는 어느쪽?

흔히 안전성과 보안은 편의성과 반비례한다. 사용자들이 사용하기 쉽게 만들다보면 자동으로 모든 걸 처리하게 하는 일이 많다. 자주 암호를 물을 수도 없고, 경고사항을 빈번히 표시할 수도 없다. 그러다보면 자연히 보안성은 떨어지며 해커들의 좋은 사냥감이 된다.

반대로 보안성을 강화하겠다고 방화벽 프로그램과 암호화된 과정과 사용자가 확인해주는 요소를 잔뜩 집어넣다보면 어느새 전문가들만 쓸 수 있게 어려워지고, 프로그램이 쓸데없이 무거워져 실행속도가 느려진다. 그러므로 편의성과 보안성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보다 좋은 웹브라우저를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애플의 사파리는 처음에 비교적 가벼운 브라우저로 시작했지만 맥이 점점 발달하고, 여러가지 편의성과 보안성을 추구하다보니 점점 무거워졌다. 오히려 요즘은 맥에서 돌아가는 크롬이 훨씬 가볍고 빠르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구글은 같은 웹킷 엔진으로 맥보다 우수한 웹브라우저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런 두 회사가 정당한 해커들의 경쟁을 통해 보안성을 서로 비교해보는 건 의미있는 일이다. 더구나 스마트폰까지도 그 영역에 들어가는 상황이니 흥미로운 이벤트가 될 것 같다.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의 사파리와 구글의 크롬 가운데 과연 어느쪽이 더 해커들의 공격에 오래 버텨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두 회사는 어떤 반응과 조치를 내놓을 것인가?

어릴 적 꿈꾸었던 태권브이와 마징가제트의 대결처럼 이 두 회사 제품의 대결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