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당사자의 노력과 원가가 거의 들지 않는 무엇인가를 이용해서 무한정에 가까운 이윤을 창출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장사가 있다. 예를 들어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의 이야기가 있다.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에서 부가가치란 어떤 분명한 노력이 들어가기에 그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끔 주위에서는 아무런 노력도 없이 그냥 정부가 필요해서 세금을 걷듯 지정하는 것만으로 요금을 받아 돈을 벌려는 비즈니스 모델을 볼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이런 사업자를 '사기꾼' 이나 '조폭' 에 비유해 욕하기도 한다.


애플의 아이폰은 요즘 모든 사업자들이 가장 탐내는 플랫폼이다. 그것은 아이폰이 단순히 점유율이 높은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폰을 쓰는 소비자들이야 말로 비교적 부유하고 세련된 생활을 동경하며, 편리함을 위해서라면 쉽게 지갑을 여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라면 당연히 이런 소비자를 원한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구두닦이를 하더라도 품위있는 신사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해야지, 가난한 사람이나 운동화만 즐겨 신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면 당연히 장사가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점 때문일까. 아이폰을 둘러싸고 몰려드는 사업자에게 있어 아이폰 사용자는 일종의 '봉'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고급 사용자'로서 높이 떠받들어 대우해주는 게 아니라 뻔한 서비스로도 속여서 더 돈을 뜯어낼 수 있는 '만만한 사용자' 로 보는 것 같다. 이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MacWorld에서는 Verizon에서 이번달 초에 발표된 새로운 무선 hotspot기능을 사용하기 위한 비용에 대하여 공식 답변을 받았다.

Raney가 말하기를 Verizon의 아이폰 소유자들은 3G 무선 핫스팟 기능을 이용하려면 추가로 월 20달러를 지불해야 할것이며 아이폰의 음성 및 데이터 요금제에 추가적으로 부가되는것이다.--그것은 현재 Verizon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지불하는 것과 동일한 금액이다.



위에서 말한 무선 핫스팟이란 간단하다. 아이폰의 데이터 기능을 이용해 무선랜으로 주위의 와이파이 기기에 데이터를 전송해준다. 더 간단히 말하면 아이폰이 무선 공유기가 되는 기능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 기능이 문제가 될까. 바로 이 기능에 월 20달러를 지불하라는 부분이 문제다.

지금도 존재하지만 예전부터 한국에서도 뜨거운 논란거리가 된 부분이 바로 인터넷 유무선 공유기 문제다. 본래 개별 사용자는 한정된 대역폭을 이용료를 내고 인터넷 사업자로부터 인터넷 선을 임대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니 요금을 제대로 낸다면 거기에 컴퓨터나 각종 정보기기를 한개 연결하든 백개 연결하든 상관없다. 어차피 제한된 대역폭에 백개를 연결해봐야 백분의 일만큼 개별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요금을 더 내라고 할 근거가 없다.


그러나 비교적 속도가 느려도 되는 PC방등이 개인용 인터넷 선으로 너무 많은 사용자를 묶어 장사를 하자 이에 대한 규제로 만든 약관이 한개의 라인을 이용하더라도 공유기로 연결하는 개별 단말기마다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는 약관이었다. 그러나 개인사용자들도 이런 식의 약관에 따르면 데스크탑 PC와 추가로 노트북이나 아이폰을 가지고 있으면 따로 요금을 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처음에 인터넷 사업자는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개인 사용자에게도 이 약관을 이유로 규제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발과 사업자 사이의 경쟁으로 인해 유명무실한 조항이 되었다. 결국 현재는 개인 사용자의 공유기 사용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며 개별요금을 내라는 요구는 하지 않고 있다.

아이폰에서 유료서비스의 기준은 무엇인가?



아이폰의 핫스팟 기능도 결국은 똑같은 맥락의 무선공유기 기능에 불과하다. 여러개 연결해봐야 개별 단말기의 속도만 느려질 뿐 그 자체로 이동통신사의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혹시라도 개인 사용자들이 남아도는 정액데이터량 소진을 위해 저 기능을 이용해 다른 단말기를 마구 사용하지 않을까 겁난 모양이다. 돈을 물려 제한하고, 또한 그 과정에서 돈을 벌기 위해 저런 요금제를 만들었다.

사실 저 기능은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유료가 아니다. 아이폰에서도 무선이 아닌 유선으로 이뤄지는 테더링은 돈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굳이 '아이폰'에서 '무선' 으로 한다면 돈을 받아야겠다는 발표는 꼭 앞서 말한 봉이 김선달의 예를 생각나게 만든다. 아이폰으로 뭔가 전에 없던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면 반드시 돈을 받아야 된다는 무슨 법칙이라도 있는 걸까? 안드로이드의 무료기능이 아이폰으로 오면 유료로 변해야 하는 무슨 정당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더 나아가서 나는 대체 아이폰에서 유료 서비스와 무료 서비스를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가가 궁금하다. 그냥 통신 사업자나 애플 마음대로라는 허무한 답변을 원하는 게 아니다. 뭔가 납득이 가는 명확한 기준을 알았으면 한다. 그래야만 많은 돈을 주고 아이폰을 사서 쓰는 소비자들도 납득할 것이다.


저 뉴스는 아직은 미국의 버라이즌 아이폰 사용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다. 그러나 저런 돈을 벌 수 있는 발상에 대해서 지구의 정보는 빛의 속도보다 빠르다. 분명 한국 아이폰 사업자도 저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며 서비스 개시와 함께 비슷한 요금을 청구할 것 같다.

그때 과연 아이폰 사용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혁신의 대명사인 아이폰을 이용한 서비스이니 당연히 저런 요금을 내고 질좋은 서비스를 받는 거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왜 다른 곳에서는 전부 무료인 서비스가 아이폰에만 오면 유료로 변하냐고 이의를 제기할까? 어느 쪽이 더 현명한 판단인지 미리 한번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