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서구의 사과하는 말이 가진 뜻이 참 묘하다는 생각을 한다. 영어로 치면 아임쏘리(I'm sorry.)란 말은 한국어로는 '유감입니다.' 라고 번역된다. 이 말은 아예 직설적인 표현의 우리말인 '미안합니다.' 나 ' 죄송합니다.' 와는 다르다. 후자가 확실히 자기가 잘못했다는 책임의식이 있다면, 전자인 '유감입니다.' 는 책임소재와는 상관없이 그냥 지금 상황이 유감스럽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심지어 상대에게도 오히려 책임이 있다는 의미로도 쓰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야심차게 다시 내놓은 스마트폰 운영체제 윈도폰7이 그다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미국시장에서도 그렇고, 전세계에서도 그렇다. 다음 뉴스를 보자.(출처)

마이크로소프트(MS)가 회심을 기울여 개발한 새로운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윈도폰7'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컴퓨터 OS시장의 강자인 MS가 모바일 시장에서는 구글이나 애플에 완전히 밀려나는 모양새다.

7일 시장조사업체인 NPD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윈도폰7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차지한 비율은 2%에 그쳤다. 이에 비해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안드로이드폰은 53%, 애플 아이폰과 림의 블랙베리가 각각 19%를 기록했다.

강력한 마케팅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하다. 윈도폰7은 현재 200만대 정도가 팔린 상태다. 미국 정보기술(IT)업체인 넷기어의 최고경영자(CEO)인 패트릭 로는 윈도폰7에 대해 신랄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MS는 이제 완전히 끝났다"라고 단언하는 등 MS의 암울한 미래를 예상했다.

이 같은 고전을 만회하기 위해 MS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업체인 노키아와 연합전선을 펼 전망이다. 실제로 노키아가 오는 1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투자설명회에서 MS와 스마트폰 관련 협력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뉴스를 통해 내가 느낀 감정은 바로 처음에 언급한 서구의 사과인사와도 비슷하다. 유감이다. 내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다. 나는 윈도폰7의 판매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이니까 책임이 있을 리 없다. 그냥 상황이 안됐다는 뜻이다. 또한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다양함을 위해서 약간 더 성공해주길 바랬는데 그런 내 기대가 무너진 것이 유감이다.



이렇게 간단히 그냥 유감이라고 하고 넘어가면 되는 것일까. 그 정도의 가치밖에 없는 뉴스 거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차피 지금 스마트폰에서 MS의 입지란 건 정말 빈약하기 짝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넘어가기에 MS가 가진 자산과 컴퓨터에서의 입지가 가볍지는 않다. 장래 애플을 강력하게 견제하며 소비자를 위해 경쟁해줄 한 축으로서 나는 MS의 역할을 좀더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된 원인을 분석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보겠다.

MS의 윈도폰7, 고전하는 이유와 해결책은?

원래 어떤 일이 잘 되고 있을 때는 온갖 것이 장점으로 미화된다. 반대로 안되고 있을 때는 장점마저도 단점으로 매도된다. 이런 상황논리를 떠나서 진정한 이유를 찾기란 상당히 어렵다. 그래도 이런 부진의 원인을 크게 몇 가지로 추려보자.

1. 소비자에 대해 명백한 컨셉과 장점을 어필하지 못했다. 다른 플랫폼을 모두 같이 놓았을 때 반드시 윈도폰7을 써야만 하는 이유를 자신있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아이폰은 쉽고 편한 사용법과, 잘 관리된 앱스토어에 있는 풍부하고 질 좋은 앱이 장점이다. 안드로이드는 개방된 구조로 아이폰에 비해 컨텐츠를 일일히 인코딩하거나 가공할 필요 없는 자유가 매력이다. 또한 강력한 하드웨어 성능과 결합해서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한 다채로운 화면크기와 하드웨어 다양성이 선택의 여지를 넓혀준다. 리눅스와 자바에 기초한 강력하고도 유연한 적응력에다가 공짜라는 장점까지 이통사에 안겨주었다.



이에 비해 윈도폰7은 모든 것이 어중간하거나 어설프다. 기존의 윈CE와 호환성이 없어 풍부한 기존 앱을 쓸 수 없다. 그렇다고 새로 나온 앱 가운데 명백히 이건 정말 써야겠다는 킬러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폰처럼 잘 관리된 앱스토어를 갖추지도 못했으며, 그렇다고 안드로이드처럼 자유롭거나 무료도 아니다. 하다못해 MS의 최대 킬러앱인 오피스 시리즈라도 제대로 포팅해서 매력있게 제시했다면 모를까, 그렇지도 않다. 그러니 아무런 장점도 느낄 수 없다.

2. 명백히 자기와 함께 할 스마트폰 하드웨어 파트너를 정하지 못했다. 아이폰이야 폭스콘이 하청 납품하는 단일 플랫폼이라 치고, 안드로이드만 해도 대만의 HTC에 이어 삼성이라는 든든한 파트너 회사를 이미 확보했다. 양 회사는 주력제품을 비롯해 자사의 프리미엄급 제품을 안드로이드로 잡고 마케팅과 개발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MS의 윈도폰7과 사활을 같이 하겠다고 나선 스마트폰 회사가 어디 있는가? 만일 아이폰처럼 확실한 중앙군림형 시스템으로 가겠다고 결심했다면 차라리 MS 스스로가 전면에 나서서 마케팅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움직임도 없는 가운데 파트너 회사조차 변변치 않으니 시장이 움직여 줄 리 없다.

그동안 MS가 한 일이라고는 기존의 안드로이드폰 회사를 오피스 관련 특허권으로 협박해서 윈도폰7도 출시를 고려하겠다는 립서비스를 얻어낸 것 뿐이다. 친구를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회사들을 적으로 만드는 멍청한 짓이다.



3. 개발자와 앱 소비자를 좀더 끌어들일 수 있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부족했다. 이미 아이폰 VS 안드로이드폰 으로 굳어진 시장에 후발주자로서 진입하려면 파격적인 조건이 있어야 한다. 단지 MS가 내놓았으니 알아서 몰려들겠지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출발은 분명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예 가망이 없는 건 아니다. 향후 MS가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전략적인 가능성과 무기를 제시해보자.

1. 명확한 컨셉으로 MS는 윈도폰7으로 두 가지를 강조하며 전력을 다해야 한다. 자사의 최대 장점인 오피스를 가장 강력하고도 편리한 앱으로 윈도폰7에 포팅하라. 또한 성공리에 운영되고 있는 게임기 XBOX 360의 게임을 최대한 이용하라. 윈도폰7에서 예전 XBOX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연결을 시도하라.

그렇게 된다면 향후 윈도폰7은 사무와 게임 이라는 두 가지 강력한 컨셉과 장점을 갖게 된다. 스마트폰에서 강력한 사무용 툴을 원하는 소비자와 하드코어한 고사양의 게임을 즐기고 싶은 게이머를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두번째로 이미 MS도 어느 정도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확실한 스마트폰 업체를 잡아라. 현재 심비안의 부진으로 비틀거리는 노키아를 비롯해서 소니의 안드로이드폰 참여, NGP 발표에 위기감을 느낄 닌텐도를 설득할 수도 있다. 또한 한국의 엘지와 전략적 제휴를 맺을 수도 있다.

세번째로 앱 시장에 좀 더 파격적인 제안을 해라.
현재 애플은 앱수익을 70:30으로 나누고 있으며,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한푼도 받지 않지만 이통사가 그 몫을 받기에 역시 개발자 몫은 70이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MS는 스스로가 서버를 전부 관리하면서 개발자에게 90을, 이통사에게 10을 주겠다는 제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기존 PC의 윈도우 환경에서 윈도폰7 플랫폼으로 개발할 수 있는 개발툴을 보다 쉽고 다양하게 내놓는 방안도 있다.

이런 방안을 제대로 쓴다면 다시금 시장 방향을 우호적으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부디 앞으로 MS의 전향적이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