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업계에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화제의 중심으로 등장했다. 2015년 5월 8일, KT가 데이터 선택요금제를 출시했다. 음성통화와 데이터 제공량을 함께 적용했던 기존 요금제를 크게 단순화시켰다. 음성통화와 문자는 최저 요금제부터 무제한으로 제공하면서 데이터 제공량에서만 차이를 둔 요금제였다. 


이미 해외에서는 구글이 프로젝트 파이라는 획기적인 요금제를 내놓았다. 미국의 최대 이통사인 버라이즌과 일본의 NTT도코모도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로 개편했다.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서 요금제를 개편한 상황이기에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도 하다. 이런 KT에 맞춰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도 데이터중심 요금제를 내놓았다.



그런데 최근 뉴스에서 미래창조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당국은 이런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가계통신비를 획기적으로 내리는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되었다. 단말기 유통법이 이뤄낸 성과로서 기업이 자진해서 이익을 일정부분 고객에게 환원한 결과라는 것이다. 과연 이 말이 맞을지 한번 살펴보자.



유무선 음성 완전 무제한 - SKT는 최저 요금제부터 적용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제일 먼저 내놓은 KT는 나름 다른 이통사가 쉽게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지 못할 것이라 자신했다. KT의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최저 요금이 월 29,900원이다. 월 49900원 요금제까지는 통신사 관계없이 무선-무선 통화를 무한으로 제공한다. 54,900원 이상 요금제에서는 유선 - 무선간 통화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다. 또한 남는 데이터를 이월하고 모자라는 데이터를 당겨오는 '밀당' 기능까지 탑재해 화제를 모았다.



KT는 이 요금제로 인해 사용자가 자기 데이터 이용량에 맞는 요금을 선택할 수 있기에 과도한 요금제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면서 1인당 평균 월 3,590원, KT LTE 고객 1천만명 기준 연간 총 4,304억원의 통신비 절감 효과를 예상했다.



LG 유플러스는 기본적으로 KT 요금제와 비슷하다. 다만 최하 요금제부터 U+HDTV+ 전용 데이터를 주며 Video 45 요금제 부터는 영화무제한 서비스인 유플릭스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된다. 65,75 요금제에서는 데이터 무제한인데 사용량을 다쓰면 속도 제한 데이터 제공이 된다. 비디오 LTE를 내세우는 자사 전략에 따른 요금제이다.


가장 나중에 내놓은 SKT는 가장 획기적인 시도를 했다. 가장 낮은 2만 9,900원 요금제부터 타사까지 무제한으로 유선과 무선 통화와 문자를 무료로 제공한다. 국내 전체 가입자의 절반 가량이 가입해 있는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기존 요금제에 비해 유리한가? - 약정할인이 안되며 데이터 제공량은 적은 편


SKT의 band 데이터 요금제는 약정 요금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에 2년 약정을 하면 할인해 주는 혜택이 없다는 것이다. KT의 경우에는 이미 약정 요금 할인을 뺀 순액 요금제를 선보였으며 데이터 선택 요금제 역시 약정할인이 없는 순액요금이다. LGU+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에 음성과 데이터를 전부 적용한 요금제를 쓰던 사용자가 요금제를 변경해도 약정할인을 고려하면 부담하는 요금 자체가 거의 줄지 않거나 오히려 많아질 수도 있다. 또한 데이터 제공량은 비슷한 가격대의 기존 요금제에 비해 대체적으로 줄어든 편이다.


결국 핵심은 음성통화와 문자 무제한이 가지는 가치이다. 우선 이통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음성통화 역시 기지국을 거치며 송수신할 때는 데이터의 하나로 처리된다. 음성 전용선로를 거친다고 해도 음성은 압축률이 매우 높으며 문자는 그야말로 몇십 바이트에 불과한 미량의 데이터이기에 어느 정도 사용량이 늘어나도 추가 설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가입자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나이든 세대와 일부 사용자를 제외하면 다수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으로 데이터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에 익숙하다. 보이스톡이나 페이스타임 같은 데이터 통화도 즐긴다. 데이터 수요는 갈수록 폭증하고 있지만 음성통화 수요는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다. 


이번 데이터중심 요금제에서 최하위 요금제를 자신있게 고를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많은 이익을 볼 사용자는 음성통화만을 매우 많이 사용하며 데이터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용자이다. 전체 사용자 가운데 이런 패턴을 가진 사용자는 얼마 되지 않으며 특히 스마트폰 사용자 가운데는 별로 없다.



이통사 매출 -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 있음


냉정하게 보면 사용자가 부담하는 가계통신비의 총합과 이통사가 거두는 가입자당 매출은 정확히 비례한다. 기업시장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특성상 가계통신비가 크게 절감된다는 건 이통사의 매출이 대폭  감소한다는 의미와 같다.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 시행된 이후 2015년 1분기에 이통사의 매출과 순이익은 크게 늘어났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실질적으로 가계통신비를 크게 절감하게 될 것이라면 전문가 사이에서 이통사들의 ARPU(가입자당 매출)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다른 예상을 내놓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향후 데이터 종량제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하며 ARPU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통 3사의 5만원 이하 중저가 LTE 요금제에서는 오히려 월정액이 400원에서 3900원 늘어났으며 데이터 수요 발생을 유도하는 각종 부가혜택을 제공하기에 ARPU 하락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단말기 유통법의 영향으로 2015년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 것이므로 이익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결국 데이터중심 요금제는 하나의 방향 전환일 뿐 실제 가계통신비 인하효과는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아직까지 일반 2G가입자나 피처폰 가입자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가입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데이터 사용량이 아주 작고 음성통화를 중심으로 하는 일부 스마트폰 사용자는 혜택을 보겠지만 나머지 사용자에게는 그저 요금제를 고르기 조금 쉬워졌다는 외에 큰 경제적 혜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