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세계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PC운영체제 윈도우의 새로운 버전인 윈도우10을 가지고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종합적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로 변신하려 한다.


본래 MS는 규모가 크고 워낙 튼튼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회사인 만큼 IT업계에서 두 가지 명칭으로 불렸다. 하나는 '거인'이고 다른 하나는 '공룡'이다. 두 가지 단어는 공통적으로 크고 강하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거인은 위압적으로 일종의 '갑질'을 한다는 이미지가 있고, 공룡은 그만큼 행동이 굼뜨며 언젠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멸망할 것이란 비아냥을 담고 있었다.


실제로 MS는 윈도우를 비롯해 절대 우위에 있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압력을 행사한 역사가 있다. 인터넷 브라우저 전쟁때 넷스케이프를 이기기 위해 익스플로러를 윈도우에 끼워 파는 식으로 대항했다. 개방된 공통 표준을 쓰지 않고 액티브 엑스나 다이렉트 엑스 같은  자사 표준만 고집하기도 했다. 복잡한 라이센스 정책을 채택한 윈도우 운영체제는 국내 중소사업자나 관공서와 분쟁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오피스는 최근에야 iOS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용으로 나왔다.



그렇지만 사티아 나델라 CEO가 지휘하는 MS는 지금 달라졌다.  2015년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MS에서 개최한 빌드 2015를 통해 운영체제를 전면 개방하고 다른 회사와의 협업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 그 전면에 내세운 것이 새로운 '윈도우10'이었다.


새로운 윈도우10은 외부에 공개된 열린 형식으로 다른 기업과 협업이 가능한 비즈니스 플랫폼을 지향한다. 과거에 MS는 운영체제를 앞세워 다른 기업의 서비스와 비슷한 기능을 스스로 만들어 포함시켜 왔는데 이제는 더이상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선 윈도우10 자체가 개발 플랫폼으로 변했다. 


윈도우10에서 돌아가는 개발도구인 비주얼 스튜디오는 윈도우 뿐만 아니라 리눅스와 맥 OS까지 지원한다. 또한 모바일용인 안드로이드, iOS 앱을 개발하는것이 가능하다. 예전이라면 다른 회사 운영체제의 생태계를 풍성하게 해주는 이런 기능은 결코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변화는 개발자에게 특히 유용하다. 개발자는 앱을 하나 만들면 간단한 변형만 가해서 윈도우폰, 윈도우 태블릿, PC, 엑스박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그대로 쓸 수 있다. 소스 코드가 아닌 앱을 해당하는 기기에 넣으면 바로 실행되는데 개발도구로 만들면 실제로 그렇게 실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주얼 스튜디오는 클라우드 형식으로서 앱과 웹, 클라우드와 사물인터넷까지 모든 영역에 속하는 앱을 개발할 수 있다. iOS, 안드로이드 앱까지 개발할 수 있으며 맥, 윈도우, 리눅스에서 개발할 수 있는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를 공개했다. 이것은 모두 무료로 제공되는데 코드 짤 수 있고, 소스를 관리하며 디버깅 가능한 도구를 전부 포함한다. 이런 클라우드 형식은 언제든 최신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윈도우 스토어 포 비즈니스는 기업용 앱스토어로서 MS가 잘해왔던 기업영역을 특화해서 지원한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앱을 전문적으로 취급함으로서 이제까지 MS에 신뢰를 가지고 관계를 유지했던 기업들에게  앱생태계를 키워 윈도우10으로 전환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업계 전문가는 이런 MS의 중대한 전략변화의 이유를 이렇게 분석한다. 앞서서 모바일 시대를 개척하지 못한 채 뒤쳐진 현실을 직시했다는 점이다. 그는 "이전까지 MS를 이끌었던 스티브 발머는 기존에 가진 우위만을 생각했다. 패러다임 변화가 닥쳐온 상황에서 MS도 다시 도전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계속 챔피언처럼 전략을 세웠다" 고 지적했다. 


하지만 새로 CEO가 된 사티나 나델라는 달랐다. 그는 이제 MS가 뒤진 상황에서 경쟁해야 된다는 점을 받아들였다. 뒤쳐진 플레이어가 선두를 따라가는 방법은 '개방'과 '협력'의 힘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오픈소스 진영과도 손을 잡아야 하고 타사 플랫폼에 들어가서라도 적극적으로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 이것을 위한 핵심 전략이 바로 '클라우드' 이다.


업계 전문가는 모바일 시대가 불러온 클라우드 기술이 IT기업에게는 미래의 핵심 수익모델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지금은 애플이 윈도우에 아이튠스를 공급하고 아마존이 전자책 앱 킨들을 모든 플랫폼에 배포하는 시대이다. 에버노트는 어떤 플랫폼이든 앱을 만들어 공급한다"는 예를 들었다.


결국 MS는 윈도우10을 가지고 더이상 iOS, 안드로이드와 경쟁해서 이기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반대로 다른 운영체제에서 실행될 앱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개발도구를 가진 플랫폼이 되겠다는 자세를 분명히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윈도우10은 비싼 가격을 매긴 상품으로 팔지 않고 점점 무료 배포하는 기반도구가 되며 수익은 다양한 운영체제를 지원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앞으로 이런 전략적 변신이 어떻게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지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