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우연히 책장에 꽂혀있는 책이 한권 눈에 들어왔다. '거인과 싸우는 법' 이란 제목이었다. 마치 판타지 소설의 제목과도 비슷한 이 책을 꺼내들었다. 이것은 아이리버란 MP3 플레이어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레인콤의 이야기였다. 애플의 아이팟에 밀려서 입지가 작아지기 전까지는 전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주도했던 한국기업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소니가 워크맨을 통해서 세계적인 기업이 된 것처럼, MP3플레이어를 통해서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었던 레인콤의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 과정에서는 성공담과 실패담이 교차한다. IT업계에서 한순간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 지 증명해주기도 한다.


아이리버는 비록 MP3플레이어에서 실패했지만 망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들은 새롭고 재미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을 하다보면 실패와 성공은 동전의 양면이다. 나는 과감하고도 좋은 발상을 하는 이 기업의 행보를 늘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아이리버가 갑자기 의외의 행보를 보였다. 바로 스마트폰을 만들어 내놓은 것이다. (출처)





아이리버(대표 박일환, www.iriver.co.kr)가 올해 첫 신제품으로 자급제 스마트폰 ‘아이리버 ULALA(모델명 I-K1)’을 새롭게 출시했다. 아이리버 ULALA는 10만원대의 저렴한 자급제 스마트폰으로 세컨드폰이 필요한 비즈니스맨이나 단기 유학생, 비싼 기기값이 부담스러워 스마트폰 구입을 망설였던 소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빠르고 안정적인 애플리케이션 구동을 위해 ARM Cortex A5 CPU를 탑재하였으며, 운영 체제는 안드로이드 2.3.5 진저브레드이다. 모바일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3.5형 디스플레이, 그립감이 뛰어난 유선형 디자인으로 한 손으로도 쉽게 화면 컨트롤이 가능하다. 아이리버 ULALA는 듀얼 SIM 기능이 있어 해외 출장이나 유학 시 해당 국가 통신사의 SIM만 구입하면 따로 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 통신비를 아낄 수도 있다. 또한 기본으로 제공되는 Play Store를 비롯하여, 통신사별 어플스토에서 편리하게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을 수 있다.


아이리버 ULALA는 마이크로 SD 외장 메모리 슬롯과 5핀 마이크로 USB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며, 후방 300만, 전방 30만 화소 카메라, 1,500mAh 배터리를 2개 제공한다. 또한 아날로그 FM 라디오를 지원하고, 오픈형 아이리버 다이나믹 마이크 이어폰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아이리버의 디자인 감성을 담은 깨끗한 화이트 컬러와 그레이 컬러를 믹스해 아이리버 ULALA의 감각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판매가는 14만 8천원으로 아이리버 공식 쇼핑몰(shop. Iriver.co.kr)이나 옥션, 아이리버존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뉴스 기사는 비교적 길게 나왔는데 뉴스 자체로 본다면 그다지 흥미있는 재료를 아니다. 자급제 스마트폰으로서 상당히 소수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단말기다. 처음부터 저가제품이란 컨셉인데 운영체제가 무려 안드로이드 가운데 한참 지난 버전인 진저브레드이다. 젤리빈 업그레이드 슬슬 이뤄지고 있는 요즘,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도 아니고 진저브레드라니. 이건 마치 컴퓨터는 지금 팔면서 윈도우XP를 깔아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왜 이런 스마트폰을 내놓았을까? 가격이 분명 저렴하다고 해도 시중에 이런 제품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굳이 저가로 경쟁하자면 중국 업체에게 이길 가능성도 적은데 말이다.


아이리버는 왜 스마트폰에 뛰어들었을까?


내 사무실에 있는 기자 한 명에게 얼핏 물어보았다. 아이리버가 대체 왜 이런 스마트폰을 들고 나왔을까? 란 질문에 그 기자는 한 마디 툭 던졌다. '아무거나 만들어서 돈 벌고 싶은가 보죠.' 라고.


과연 그런 것일까? 얼핏 보면 정말 그런 것도 같다. 생각없이 옛날 부품과 옛날 운영체제를 조합해서 대충 저가형이라 포장해서 내놓은 것 같다. 거기다 아직은 그래도 브랜드 가치가 남은 아이리버란 상표를 붙이면 중국제 싸구려보다는 소비자들이 신뢰할 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아이리버는 소박하게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팬택 정도만 넘을 수 있으면 만족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쩐지 저 가운데 '오픈형 아이리버 다이나믹 마이크 이어폰'이란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어차피 생각없이 내놓는 스마트폰이라면 굳이 아이리버의 이어폰을 줄 필요도 없다. 그러나 만일 이것이 약간이나마 전략을 생각한 것이라면 어떨까?


아이리버는 음악으로 시작해서 성공한 기억이 있다. 지금 스마트폰은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쿼드비트와 이어팟을 비롯한 사운드쪽의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이럴 때 사운드쪽으로 특화된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이란 개념은 어떨까? 아아리버는 싸구려만 만드는 기업이 아니다. 


아이리버에서 내놓은 아스텔앤컨은 스튜디오용 고급 음원을 재생해주는 기기다. 여기서 얻은 노하우를 가지고 스마트폰에 접목시켜 무엇인가 굉장한 어떤 것을 만들어내놓을 수도있다. 또다른 방향에서 아이리버에게 기회가 열릴 수도 있는 것이다. 다른 부분은 평범하거나 조금 떨어지더라도 음질과 음악 재생에 있어서 혁신적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아직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술과 감성을 이끌 고 있는 기업은 애플이다. 애플은 이미 전세계 IT업체의 거인이다. 아이리버가 스마트폰에 뛰어들어서 다시한번 애플이란 '거인과 싸울 수 있을까?' 내가 아이리버의 작은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