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전쟁이란 말이 요즘의 IT업계를 지배하는 주요 키워드가 되고 있다. 한 마디로 판을 만들어 깔아주고는 거기서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이익을 노리는 것이 보다 현명한 길이란 뜻이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플랫폼을 가진 사업자가 특별히 공정하고 차별이 없이 사업자를 대해야 한다는 말이 없다.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다면 그 안에 무엇을 하든 자유이고 다만 어느 쪽이 이익이 될지만 잘 생각해서 행동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소비자의 의견이나 국가의 법률 따위는 끼어들 틈이 없다.





국가 간에는 배타적 경제수역이라는 것이 있다. 주로 접점이 없다면 200해리 정도가 선포되는 이 배타적 경제수역의 특징이 플랫폼과 비슷하다. 다른 나라의 어선에게서 입어료를 받고 고기를 잡게 해줘도 상관없지만, 필요하다면 오로지 자국 어선만 조업을 할 수 있게 해도 상관없다. 경제활동에 관해서는 마음껏 이익이 되는 쪽으로 행동해도 된다는 뜻이다.


한국 이동통신사들이 카카오톡에 대항하기 위해 출시한 조인이 아이폰에서 애플에게 거부당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출처)





애플 아이폰 보유자들은 국내 통신회사들이 최근 동시에 출시한 ‘조인’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애플 특유의 폐쇄적인 정책에 따른 것이며 비단 국내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앞서 조인 서비스가 시작된 스페인, 독일 등에서도 아이폰 사용자들은 조인을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 보유자들은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지난 26일 동시에 출시한 차세대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조인’을 사용할 수 없다. 반면 삼성전자 갤럭시S3 등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의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구글이나 각 통신사의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에서 조인 앱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의 앱 장터인 ‘앱스토어’에서는 조인 앱을 찾아볼 수 없다. 지금까지 아이폰은 국내에서 400만 대가량 판매됐다. 


조인이란 통신사들이 주도가 돼 만든 차세대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로 가입한 이동통신사, 단말기 종류에 관계없이 음성 통화, 문자, 채팅, 파일·영상 공유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올해 초 전 세계 220여 개 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회사들이 참여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GSMA)에서 공개됐고, 향후 전 세계 모든 통신사들이 공통으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에선 모비스타·오렌지·보다폰 등 3개 이동통신사가, 독일에선 도이치텔레콤·보다폰 등 2개 이동통신사가 최근 조인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이 서비스에 동참했다.


문제는 애플이 조인 서비스의 필수 요소인 이동통신사 단문메시지서비스(SMS)와의 연동 기능 추가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든 단말기 이용자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이동통신사와 폐쇄적인 앱 개발 환경을 고수하고 있는 애플의 이해가 상충하면서 결과적으로 아이폰에서 조인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반면 애플과 경쟁관계인 안드로이드 진영(구글과 다수의 스마트폰 제조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다 개방적인 앱 개발 환경을 유지하고 있어 통신사들이 안드로이드 OS용 조인 앱을 쉽게 개발할 수 있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갖고 있는 폐쇄적인 앱 개발 정책의 부작용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사실에 해당하는 팩트 부분과 언론사의 주장에 해당하는 논조가 교묘하게 섞여 있다. 이 사실을 취재한 기자의 지식부족이 아니라면 이 기사는 처음부터 과다하게 조인의 입장만을 편드는 기사라 할 수 있다. 이 기사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 부분은 애플 아이폰이 조인을 거부했다는 것과 애플 아이메시지 때문으로 추정된다는 부분이다.


아이폰에서 거부당한 조인, 소비자의 이익은?


나는 양비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기사의 해석에 있어서는 양비론에 가까운 해석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이것은 플랫폼의 주도권 싸움일 뿐이지 폐쇄적이냐 그렇지 않냐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폰에서 애플은 좋게는 사용자 경험을 통합하기 위해서, 나쁘게는 플랫폼 지배자의 독점적인 이익을 위해서 선택권을 제한한다. 아이폰 메신저는 기본설정이 아이메시지이며, 지도는 기본설정이 애플맵이다. 그것들이 다른 앱보다 우월한 성능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문자메시지에 있어서 아이메시지는 별도 요금없이 애플 사용자 사이에 메시지를 보낼수 있게 해준다.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기에 어떤 소비자는 불편하게 따로 다운로드 받아서 깔고 연동시킬 필요가 없다. 애플 입장에서는 이것이 플랫폼 지배자로서 당연한 권리이다. 반대로 다른 메시지 사업자에게 있어서는 차별이며 부당한 횡포로 비춰질 수는 있다. 소비자에게 있어서는 편하든 편하지 않든 선택권을 침해당한 행위이다.


그렇다면 조인은? 지금 현재는 일단 조인이 선택형 앱이다. 안드로이드 단말기에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지 않고 선택해서 쓸 수 있다. 일단 깔려서 기본으로 선택되면 조인은 통합 메신저의 역할을 해준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향후 관련 이동통신사 3사에서 나오는 단말기는 어떨까? 조인은 기본 탑재앱이 될 예정이다. 거기다가 삭제도 되지 않고 기본으로 연동되는 앱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소비자의 선택권은 없다. 차후에 변경할 수는 있지만 어쨌든 기본 앱으로 삭제도 안되며 무조건 단말기에 남이있게 된다. 이것 역시 각자의 플랫폼을 가진 이동통신사의 부당한 횡포이다.


결국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조인을 아이폰에 넣으려하는 이통사나, 조인을 거부하고 아이메시지를 기본설정하고 있는 애플이나 똑같다. 플랫폼을 지배하고 배타적 이익을 얻기 위해 소비자의 선택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나중에 연동을 선택할 수 있지만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다른 앱과 연동되는 기본 맵은 아직까지 데이터가 부실한 애플맵이다. 마찬가지로 나중에 선택할 수 있지만 추후 한국 이통사에서 팔릴 주요 안드로이드 단말기에서 다른 앱과 연동되는 메시지앱은 조인이다. 둘다 연동을 바꿀 수는 있어도 삭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은 없다.


플랫폼을 지배했기에 더욱 공정하고 너그러운 통치를 통해 소비자에게 많은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조인을 둘러싸고 애플이든 이동통신사든 노리는 바는 더욱 독점적인 권한을 가져서 이익을 추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그저 차이점이 있다면 애플은 하드웨어인 아이폰을 팔아서 수익을 가져오고, 이동통신사는 서비스인 정액요금제를 팔아서 수익을 가져온다는 수익모델의 차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