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 전에는 도저히 바뀔 기미조차 보이지 않던 부분까지도 바꾸고 있다. 답답한 규제를 완화시키고, 제한을 없앴으며, 시장을 보다 개방적으로 변화시켰다. 이런 많은 효과는 소비자의 이익과 함께 이동통신사의 이익증가를 가져왔기에 서로 이익을 본 좋은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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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하나 있다. 이런 서로가 만족하는 상황이 어떤 제도에 의해서든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은 이익을 보지만 어느 쪽은 손해를 감내해야 한다. 한쪽의 불만이 쌓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뀐다면 스마트폰 혁명이라고 불린 이런 변화는 그 평가마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의 이동통신사들이 최근 데이터 요금제에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필연적으로 소비자에게 영향을 끼친다. 과연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한번 살펴보자. (출처)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다른 기기에서도 쓸 수 있는 ‘데이터 공유’ 요금제가 이용자의 데이터 소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KT와 LG유플러스는 12일 LTE 스마트폰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태블릿PC나 스마트 카메라와 공유해 쓸 수 있는 ‘LTE 데이터 쉐어링(sharing)’ 요금제를 출시했다. SK텔레콤도 같은 개념의 ‘데이터 함께쓰기’ 요금제를 준비 중이다.

이통사는 이 요금제가 이용자들의 데이터 이용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기마다 요금제에 따로 가입하는 것보다 스마트폰 요금제에서 남는 데이터량을 태블릿PC 등 다른 기기와 공유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KT는 LTE 공유 요금제에 기기당 월 7천500원, LG유플러스는 기기당 월 7천원의 요금을 추가로 부과한다.

기존 ‘테더링’ 기능을 사용해 추가 비용 없이 데이터를 다른 기기에 사용하던 가입자들은 가격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3세대(3G)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테더링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업계는 LTE 데이터 공유 요금제를 계기로 통신요금을 ‘데이터 중심’으로 개편하는 작업이 적극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표현명 KT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문자와 통화는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는 사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미국 버라이즌의 요금제가 바람직한 요금제라고 본다”며 그와 같은 방향으로 요금제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KT는 모든 기기를 데이터 환경으로 연결하는 올-아이피(All-IP)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 IPTV, 인터넷 전화, 초고속인터넷의 데이터를 통합해 부과하는 요금제도 출시할 방침이다.

다른 이통사도 음성보다 데이터에 가치를 두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이 뉴스에서 당장 다가오는 변화는 비교적 작은 것이다. 한정된 데이터양을 스마트폰과 태블릿 양쪽에서 나눠서 쓸 수 있는 요금제를 출시했다는 것이다. 추가비용이 그렇게 싸지는 않지만 하나의 선택지가 늘었다는 점에서는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이후의 정책과 조치에 있다.

우선 이 요금제에서 느낄 수 있는 변화를 한번 보자.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는 보통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쓸 때 모두 요금제에 가입해서 쓰지는 않는다. 한쪽은 태블릿을 와이파이용으로 구입해서 스마트폰의 데이터를 테더링 형식으로 나눠서 쓴다. 그렇게 되면 단순히 배터리가 조금 더 소모되는 것 말고는 아무런 부담도 없다. 금전적인 추가 부담은 전혀 없다는 뜻이다.

반면에 저 요금제를 보자. 전체적인 데이터량은 전혀 늘려주지 않으면서 단지 나눠서 쓸 수 있게만 해주는 기능에 비해 상당히 비싼 추가부담이다. 이것은 사용자의 필요성을 익히 알고 있지만 그런 사소한 편의조차도 높은 요금을 내야만 제공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즉 모든 작은 부가기능이 이통사가 돈을 버는 수단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 요금제는 사실 별 쓸모가 없다. 예전에 집집마다 있던 공유기를 둘러싸고 이통사가 공유기를 통해서 데이터를 더 쓰면 더 돈을 내야 한다며 벌였던 의미없는 추가요금제와도 비슷하다.

문제는 이 요금제 하나가 아니다. 음성보다 데이터에 가치를 두는 요금제를 추구하겠다는 말 속에 담긴 의미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데이터량에 따라 정확히 요금을 받아가면서 데이터 요금 자체는 그렇게 싸게 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또 하나의 인터넷 종량제를 만들겠다는 셈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우려되는 문제점은?


‘문자와 통화는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는 사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미국 버라이즌의 요금제가 바람직한 요금제라고 본다.’ 라는 구절에 주목해보자. 여기서 언급된 버라이즌의 요금제는 나름 합리적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조차도 따라오지 못할 수준이다. 이런 인프라를 두고 미국식 수익모델을 향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결과는 인터넷 데이터 사용의 위축과 자유로운 발전의 저해이다. 이통사의 수익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들의 이익은 폭발적으로 저하될 것이 분명하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라는 것은 분명 미래 지향적이다. 미래에는 음성통화와 문자도 데이터의 하나로 취급될 것이다. 지금도 보이스톡이나 무료문자앱은 모든 것을 데이터로 취급한다. 이통사가 데이터망을 제공해주는 사업자의 포지션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데이터 요금이 택시미터기처럼 무자비하게 종량제를 추구하고, 아주 간단한 서비스와 편의제공조차 상당한 요금을 요구하게 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기업의 이익추구는 자유지만 소비자의 입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구조를 만드는 것은 바른 행동이 아니다. 나는 기업들이 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체제를 제안해주길 바란다.


 

(원문참조:  한겨레 오피니언 훅 - 안병도의 IT뒤집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