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 와서 생각해보았을 때 한국에서 그동안 가장 잘못했던 교육 정책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내 학창시절이 이뤄졌던 '오락실 출입 금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른 정책이 어느 정도는 청소년에 미치는 악영향을 인정할 수 있지만 게임에 대해서는 그 악영향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시점에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컴퓨터와 게임 열풍이 수많은 IT인재를 길러냈다. 학교에서 컴퓨터를 가르치고 프로그래밍을 실습하는 마당에 그 가운데 한 장르인 게임만 딱 꼬집어 금지한다는 것이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게임에 대한 흥미란 면에서 본다면 컴퓨터 게임보다는 오락실 게임이 훨씬 수준높았다. 솔직히 오락실이 무슨 술 마시고 탈선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게임이 불법과 폭력의 원동력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공부를 안하고 놀 수 있는 장소가 된다고 금지한 것이다.


그 정책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게임셧다운제도는 현대판 '오락실 출입금지' 정책일 뿐이다. 효과는 입증되지도 못했는데 그 부작용은 너무도 확실히 예상되는 그런 정책 말이다.


정부에서 또 하나의 청소년 대상 규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는 SNS와 카카오톡에서 청소년이 욕설을 할 수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출처)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정책관계기관협의회'를 열고 12개 부처 합동 '제1차 청소년보호종합대책(2013∼2015'을 최종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먼저 청소년 인터넷 중독과 음란물 노출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폰 등 신종매체 중독 예방과 유해정보 차단을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 등 신종매체의 사용실태를 조사해 건전 사용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중독예방 교육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한다.


또 청소년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는 유해정보 필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판매업자 등은 청소년이 불법 유해정보 접근을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스마트폰 인터넷 접속서비스 제공 사업자는 사용자가 청소년인 경우 유해정보 필터링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하게 된다.


아울러 청소년 '사이버왕따'를 방지하기 위해 스마트폰상의 카카오톡 등 그룹 대화방이나 SNS에서 청소년들이 욕설이나 비속어 등을 사용할 경우 이를 차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설치하는 것이 의무화될 전망이다.






원래 공무원이 가장 쉽게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이란 규제, 차단, 금지이다. 매우 부정적인 의미만을 품고 있는 정책이다. 캠페인이나, 교육, 계도 같은 것은 매우 하기 싫어한다. 왜냐하면 규제나 차단은 그냥 기계적으로 칼로 자르듯 시행하면 될 뿐 별다른 노력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교육이나 계도는 공무원 스스로의 노력이 들기 때문이다. 


흔히 관련부문에서 무슨 일만 터지면 공무원이 늘 말하는 것은 예산과 인력부족이다. 정말로 그것이 부족하기보다는 힘들게 일하기 귀찮다는 뜻이다. 법으로 차단해놓으면 공무원은 그냥 앉아있고 경찰이 알아서 단속해줄 테니 얼마나 편한가? 규제는 사회의 다른 인력들이 해야하지만, 교육이나 캠페인은 관련 공무원이 주로 해야 한다. 여성부의 요즘 정책들이 전부 규제와 차단에 있는 것은 이런 속성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스마트폰 대책, 청소년에게는 차단이 최선?





SNS와 카카오톡에서 청소년이 욕설을 사용한다. 이것은 문제가 아닌가? 라고 말한다면 물론 이것이 옳은 것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대체로 청소년의 행동이란 어른의 행동을 모방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미 어른들이 욕을 하고 있기에 따라서 하는 것이다. 이런 청소년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펼치면서 어른들 스스로가 욕을 하지 않도록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형평성으로만 따진다면 청소년만 욕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도 우습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에서 타인에게 욕을 할 수 있는 것조차도 '어른의 권리'란 말인가? 어른은 욕을 해도 되고 청소년은 안된다는 건 위선이다. 차라리 어른도 욕을 하면 규제를 당하든가, 어른에게도 차단하는 것이 그나마 형평성에라도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스마트폰과 게임 등 각종 IT기술서 청소년 대책이 그저 차단으로만 추진되는 현재 상황이 매우 걱정스럽다. 민주국가에서는 교육과 참여, 합의가 최선이라는데 우리는 그저 청소년을 귀찮고 말이 안통하는 존재로만 보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