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음원 가격, 누구를 위한 인상인가?
한국에서 음원에 저작권이란 개념이 생기고, 그것이 제대로 된 이용료를 받기 시작한 것은 언제일까? 형식적인 시점은 몰라도 내용적으로는 확실히 소리바다 사태가 터지고 난 이후일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인터넷 인프라를 빠르고 광범위하게 구축한 나라다. 제철이나 조선, 자동차 같은 중화학 공업에만 치중하던 경제구조도 변했다. 잘 발달된 인터넷을 기반으로 게임이나 스마트폰 같은 각종 IT산업이 자라나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소리바다 사태는 외국에서 음원 공유 사이트 냅스터의 문제가 나온 것과 비슷한 시점에서 터졌다. 기존의 음반에 의존하던 한국 가요계는 음원이 온라인으로 불법복제되는 형태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다. 물리적으로 형태가 있는 CD를 리핑해서 음원만을 추출하고는 그것을 인터넷으로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는 데 쓰이던 프로그램이 바로 소리바다이다. 외국에서는 그 역할을 냅스터가 했다.
법과 제도가 이런 기술이 나올 것을 예측하지 못한 터라 제대로 적용되지 못했다. 따라서 눈앞에서 벌어지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 업계는 한동안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결국 시간이 좀 지나서 소리바다는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유료화를 했고 평범한 음원 거래 사이트로 변신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소비자들은 음원이 형태만 없을 뿐 음반과 마찬가지의 가치가 있는 상품이라는 것을 배우고 적응했다. 외국에서는 그 역할을 아이튠스가 가르쳐주었다.
문제는 이런 일련의 변화를 따라서 업계의 이익구조가 변화했다는 점이다. 음반과 음원이란 형태의 변화, 오프라인과 온라인이라는 거래형태의 변화는 당연히 중간 유통과정의 변화를 가져왔다.
외국에서는 아이튠스를 거쳐서 원저작자와 유통사, 애플의 삼단계로 아주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결국 약간의 불만은 있어도 대체로 소비자에게는 싸게, 저작권자에게도 비교적 만족스러운 수입을 분배하게 되었다. 몫이 약간 줄어든 것은 유통사였지만 시장 자체가 커졌기에 그쪽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국은 좀 달랐다. 독자적으로 소리바다란 프로그램을 만들고 적용했던 사례처럼 한국 가요계는 소리바다가 유료화되고 음원이 거래된 후에도 그렇게 깔끔한 유통구조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또한 저작권자에게 많은 권리가 주어지는 체계로 변하지 못했다. 멜론을 비롯한 많은 음원 유통사들이 생겼지만 그 가운데 아이튠스처럼 모두를 만족시키는 곳은 없다. 결국 이 시장에 대한 불만사항이 나온 끝에 시장이 아닌 정부가 그것을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출처)
내년부터 온라인 음원 이용료가 2배 가까이 오를 전망이다. 12월 25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음원 서비스 사이트인 멜론이 내년부터 현재 3천원인 월 정액 이용료를 최대 6천원까지 인상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새롭게 내놓은 음원 사용료 가이드라인인 '음원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은 창작자 지원과 권리권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이들의 몫을 기존의 40~50%에서 60%로 인상하고 최저 음원단가도 인상했다. 이에 따라 멜론 등 온라인 음원 제공업체와 국내 연예 기획사 7곳이 출자한 음악공급사인 KMP홀딩스가 인상 폭을 놓고 최종 조율 중이며 멜론 엠넷, 벅스 등 주요 사이트의 이용료도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1위인 멜론의 가입자는 1천800만명으로 이 중 유료 고객은 200만명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KMP홀딩스가 문화부의 가이드라인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했으나 갑작스런 가격 인상 시 이용자들에게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문화부 안에 맞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음원 가격, 누구를 위한 인상인가?
이 뉴스를 보고 숫자에 조금 밝은 사람은 이상하다는 점을 느낄 것이다. 음원을 창작하는 사람의 권리향상을 위해 몫을 10퍼센트 내지 20퍼센트 인상하라는 법이 통과되었다. 그것 때문에 음원 가격을 올리는 자체는 정상적이다. 비교적 음원값이 싼 한국에서 손해를 누군가에게 전가시키거나 하기는 어려울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많아봐야 20퍼센트를 올리면 되는 것인데 왜 전체 음원 사용료는 무려 100퍼센트가 오른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복잡한 유통구조 때문인데 한번 예를 들어보자. 음원 한곡이 소비자에게 100원에 팔린다면 이가운데 기존에는 창작자가 50원을 가지고 갔다. 그것을 정부에서 법으로 창작자에게 60원을 주라고 하는 것까지는 자연스럽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에서는 최저음원 단가까지 인상하겠다며 100원이던 곡을 최저 200원에 팔라고 지시했거나 업계에서 이 기회에 100원이 아닌 200원에 팔겠다고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번 인상의 진정한 승리자는 창작자가 아닌 유통업자이다. 창작자는 기껏해야 10퍼센트 정도 더 인상된 금액을 받을 뿐인데 소비자는 두배나 오른 금액을 내야한다. 유통업자는 음원이 잘 팔리면 그만큰 돈을 더 받는다. 하지만 두배나 오른 금액은 당연하게도 판매감소를 유발한다. 창작자에게 도달되는 몫은 결국 그다지 많아지지 않을 것이다.
전자책도 비슷하지만 한국의 온라인 콘텐츠는 그 전달과정의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중간의 유통과정에서 이익을 취하는 사업자의 목소리가 너무 강하다. 이들이 결국 가격정책까지도 개입함에 따라 가격결정에 대한 창작자의 권리는 이렇듯 무시당하고 있다. 이것은 곧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보다 유통구조를 단순화시키고 창작자의 권리를 넓혀주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꿈이 있는 디지털 세상(한국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폰에서 거부당한 조인, 소비자의 이익은? (812) | 2012.12.31 |
---|---|
스마트폰 대책, 청소년에게는 차단이 최선? (2440) | 2012.12.30 |
IT기술이 투표방법을 바꿀 수 있을까? (507) | 2012.12.18 |
아이폰 앱은 왜 다른 스마트폰에서 쓰지 못할까? (7) | 2012.12.16 |
IT기술의 혁신, 어떤 사람이 만드는가? (2949) | 2012.12.13 |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