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화 브레이브 하트를 기억하는가? 사실 나는 멜깁슨이 나온다는 것 빼고는 거의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단 한가지는 뚜렷이 기억한다. 바로 멜깁슨이 죽기 직전 외친 '자유!' 라는 외침이다.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로부터 독립하려는 그 외침은 대체로 무엇인가 억압된 사람들의 공통된 호소이다. 제발 우리에게 자유를 달라. 책임은 스스로 질 테니까. 하는 것이다.



한국은 사회적으로 미성년자에게 보호를 명목으로 지나치게 자유를 빼앗는 사회다. 그것도 모자라서 성인들에게도 무언의 분위기를 통해 자유를 빼앗고 행동을 제약하려 한다. 전통적인 유교와 동양적인 사회였다면 그것도 나름의 정당성이 있다. 그렇지만 지금 한국은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사회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런 사회체제에서 자유를 억압하는 건 아무런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너무 추상적으로 시작했다. 약간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그렇다. 바로 게임이다. 얼마전부터 여성가족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게임셧다운제는 많은 부작용과 헤프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행되고 있다. 자녀들이 공부 안하고 게임에만 빠지는 것을 싫어하는 부모들로부터 게임은 가장 미워하는 대상이 되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전통적인 미디어와 일부 언론까지 이런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다. 

(출처: 지디넷)

근래 가장 기대를 모은 게임 디아블로3가 드디어 한국에도 발매되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을 기다렸다. 미성년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성인도 말이다. 그런데 이 게임을 바라보는 일부 언론의 시선이 우려된다. (출처)

게임에 빠진 대한민국

미국 게임업체인 블리자드사의 액션 롤플레잉 게임 '디아블로3'의 전 세계 공식 출시(15일 0시)를 앞두고, 5월 13일부터 밤을 새운 게임 마니아들이 14일 오전 한정판 패키지를 구입하려고 서울 성동구 행당동 왕십리민자역사 앞 광장에서 길게 줄을 서 있다. '게임중독'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이날 구매 대기표 수천 장이 30여분 만에 동이 났다.

* 물의가 일어나자 몇 시간 후 이 기사에서 '게임 중독' 이란 부분이 부분 수정 되었지만 제목은 수정되지 않았다.  

어디서 많이 보았을 듯한 패턴이지 않는가? 바로 아이폰과 아이패드 발매일 등에 애플 스토어에 줄을 선 모습이다. 또한 거슬러올라가면 일본에서 유명한 게임 드래곤퀘스트나 파이널 판타지 발매일에 줄을 선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데 기사의 팩트는 유사한데 논점이 아주 다르다. '게임중독'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줄을 섰다는 대목에서는 이게 기사인지, 사설인지 헛갈릴 정도이다. 아주 짧은 보도 기사에 이렇게도 분명히 기자의 주관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우리는 왜 게임에 빠지면 안되는 것일까?

애플 제품을 사려고 줄을 서는 사람들을 보도하는 기사에 맞춰 아이폰의 '중독성'이나 '해악성' 을 반영한다고 해설하는 기자가 있었던가? 아니면 일본에서 있었던 드래곤퀘스트의 대기줄에 대고 '게임중독' 이라고 말하는 언론이 있었던가? 내가 알기로는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디아블로3란 온라인 게임의 한국발매에 맞춘 줄에 대고 저런 기사가 나왔다.

일전에 내가 말했다. 개인의 SNS와 달리 신문은 기자가 임의로 자기 주관을 개입시켜 기사를 쓸 수 없다. 외부기고자가 쓴 글에는 '위 글은 본사의 논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란 주의 문구가 붙을 정도이다. 왜냐하면 언론에는 논조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의 기사에는 그런 주의 문구조차 안 붙었다. 그렇다면 저 기자의 '게임중독' 에 걸린 한심한 사람들이 줄을 선 장면이란 글이 저 언론 전체의 논조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개인도 아니고 이렇게 언론 하나가 통째로 게임을 전면 부정할 수 있다는 것 부터가 놀랍다.



대체 우리가 왜 게임에 빠지면 안되는 것일까?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단지 게임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선 행위가 어째서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 그것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는 전혀 부정적이지 않던 언론이 왜 이렇게 달라질까? 한국 사회가 각 개인의 자유를 너무도 억압하는 부분이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결론을 말해보자. 우리는 누구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게임에 빠져도 된다. 청소년의 경우 부모의 충고나 지도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사회적 강제나 법률적 처벌을 통해 이뤄져서는 안된다.


위에서 말한 저 언론도 누군가 자기들을 강제하려고 들면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마음대로 남의 자유를 모욕한다. 이래서는 비웃음을 살 뿐이다. 만일 저 기사가 언론사 전체의 논조가 아니라면 부디 저 기사를 철회하고 해당기자에게 주의를 주기 바란다. 내 생각에 게임 전체의 명예는 최소한 기자 한 명의 명예보다는 중요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