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새로 발표되는 제품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기능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또한 누구나 예상했던 기능이나 서비스를 추가하지 않는 것 역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애플은 늘 그렇듯 사람들의 예상을 조금씩 어겨왔다. 그것은 가끔 재앙적인 실수가 되기도 하지만, 대개는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칭송된다. 상업적이든 기술적이든 말이다.



이번에 팀쿡이 발표한 뉴 아이패드에는 사람들이 익히 예상하고 기대한 중요한 기능이 빠졌다. 바로 아이패드를 멋진 음성비서로 만들어줄 시리(Siri) 기능이다. 이것이 빠진 이유에 대해 씨넷이 중대실수라고 평하며 그 이유를 예상했다. 우선 이 기사를 보자.(출처) 

최근 애플이 발표한 새로운 아이패드에 가상개인비서인 시리는 빠졌다. 씨넷은 아이패드에서 시리를 누락시킨 애플의 판단을 중대실수라고까지 평했다. 
 
3월 12일(현지시간) 지디넷은 지난 8일 발표된 애플의 새 아이패드에서 시리가 빠진 이유를 추정해 세가지로 요약했다. 
 
지디넷 블로거 롭 파커는 아이패드가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기기란 점을 시리 누락의 이유로 꼽았다. 아이폰은 기본적으로 이동통신망과 연결되지만, 아이패드의 와이파이 버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약간 다른 이론도 있다. 시리가 이미 너무 많은 사용자를 갖고 있어 처리 용량에 부담을 느낀 애플이 아이패드에서 시리를 제외시켰을 것이란 이론이다. 

현재 시리는 아이폰4S 상에서 6개의 언어를 지원한다. iOS5.1을 내놓으면서 시리는 일본어를 지원하게 됐다. 기존 아이폰4S 사용자에 일본지역 사용자가 한꺼번에 추가된 셈이다. 만약 아이패드 사용자까지 한번에 몰리면 애플이 보유한 전산 자원을 초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디넷 블로거 제이슨 오그래디는 애플이 아이폰을 더 많이 판매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이폰은 여전히 아이패드보다 더 많은 매출을 끓어들이고 있으며, 매달 통신사 가입자 요금의 일정부분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는 아이패드에 시리를 탑재할 경우 아이폰4S의 매력이 줄어들고, 아이폰 사업의 자원을 유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쨌든 제품은 이미 발표되었고 기능이 없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이패드1이 카메라를 달지 않고 나왔을 때도 사람들은 그 이유를 여러 각도에서 추정했다. 심지어는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을 들고 카메라로 촬영하는 모습 자체가 너무 흉해서 애플이 추구하는 감성에 안맞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한 사람들은 카메라를 달고 나온 아이패드2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이패드2가 그다지 좋지 못한 품질의 카메라를 달고 나왔을 때도 온갖 분석의견이 나왔다. 애플이 아이폰 카메라로 인한 수요를 잡아먹기를 원치 않아서 일부러 다운그레이드 시켰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렇지만 이제 5메가픽셀 카메라와 아이포토앱까지 달고 나온 뉴 아이패드를 맞아 그 의견은 수정되어야 할 지 모른다.



뉴 아이패드에 어째서 시리가 빠졌을까?

같은 맥락에서 아이폰4S에 들어간 시리가 왜 뉴 아이패드에서 빠졌냐는 의문은 당연하다. 하지만 동시에 이 질문에는 정확한 답이 나올 수가 없다. 애플이 노리는 바애 대해 공식 커멘트는 없기 때문이다. 애플은 다른 사람이 제품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애플은 단지 소비자에게 '맘에 들면 사고, 맘에 안들면 사지마라.' 라고 말한다. 하지만 평론가로서 나는 과감히 내 의견을 내놓으려 한다.

시리기능은 다음 세대의 아이패드를 혁신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러 유보한 것이다.

요즘 광고 가운데 여자가 남자에게 묻는 광고가 있다. 다음 데이트때 뭐하지? 남자가 대답한다. 영화보고 밥 먹고 차마실까? 그러자 여자는 묻는다. 그럼 다음 데이트는? 밥먹고 영화보고 차실까? 그럼 다음 데이트는? 차마시고 밥먹고 영화볼까? 남자는 카드 세 장만 들고 처량하게 대답한다.



소비자가 애플에게 묻는다. 다음 아이패드는 뭐가 달라지지? 팀쿡이 대답한다. 카메라 화소가 늘어나고, APU 바뀌고 램 용량이 늘어납니다. 다시 소비자가 묻는다. 그럼 다음 아이패드는? APU가 바뀌고 카메라 화소가 늘어나고 램용량이 늘어나죠. 그럼 다음 아이패드는? 음, 램용량이 늘어나고 APU가 바뀌고 카메라 화소가 늘어나죠. 

팀쿡은 이렇게 카드 세 장만 들고 처량하게 대답하기 싫은 것이다. 그래서 시리란 기술을 유보했다가 경쾌한 SUV 차량처럼 탑재하여 혁신의 이미지를 주고 싶은 것이다. 마치 여자 앞에서 어떻게든 잘 보이고 싶은 남자처럼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참 동기자체는 순수하다. 소비자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게 당장 넣을 수 있는 기능을 빼서 나중에 주는 조삼모사 방식이다. 오늘 당장 줄 수 있는 서비스를 1년 뒤에야 넣어주겠다는 이런 애플식 혁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 지는 소비자의 판단에 맡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