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을 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일반적으로 예언이라는 것은 지극히 종교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믿느냐 안 믿느냐 하는 것에 따라 갈리는 것이지, 거기에 일반론이나 합리성이 들어갈 여지가 별로 없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언제가 되면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다고 했다고 해서 근거가 뭐냐고 되묻는 사람이 있었던가.


하지만 예측은 상당히 어렵다. 예측은 일정한 현상을 모아서 그것을 근거로 법칙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후에 그 연장선상에서 전개방향을 예상해서 제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니까 상류에 있던 물이 몇 시간 뒤면 하류로 도달해서 하천수위가 몇 미터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이 예측이다. 인문과학 영역에서도 근거가 좀 아날로그적이긴 해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예측을 한다.

특유의 비밀주의와 기업비밀 보호정책으로 꽉 닫힌 애플의 속사정을 파악하고 싶을 때는 사실상 예측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사직이나 이직한 직원조차도 법률계약에 묶여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주 작은 현상을 종합해서 예측해야 하는 이런 영역은 그만큼 틀릴 위험도 따르지만 또한 누군가는 해야하는 부분이다. 사람들은 눈앞에 주어진 정보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애플이 이번에 발표한 뉴 아이패드는 그 자체로도 충분한 뉴스거리다. 논평이랄 것도 없이 감상만 붙여서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 하지만 그런 것만 있어서야 IT 평론이란 영역이 발전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번 뉴 아이패드 발표회에서 보인 작은 현상을 바탕으로 애플의 문제점을 예측해보고자 한다. 오늘은 그 첫번째를 지적해보겠다.



애플은 왜 아이패드3 명칭을 버렸을까?

애플은 상당히 영리한 회사다. 특히 소비자의 취향이나 움직임에 호응하는 데 있어서는 매우 기민하고도 정확한 판단을 할 줄 안다. 그런데 이번의 새로운 아이패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 입에 올리는 '아이패드3' 라든가 고해상도를 강조하는 '아이패드 HD'같은 명칭 대신 '더 뉴 아이패드' 란 생소한 명칭을 썼다.

뉴 아이패드 자체가 고유명사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뉴 아이패드 다음에 뉴2 아이패드라든가 뉴어 아이패드 이런 식의 말장난을 할 생각은 없을 것이다. 이 단어는 즉 앞으로 뒤에 숫자를 붙이는 것은 공식명칭이 아니며, 무조건 '아이패드'로 부르겠다는 의미로 추정된다. 지금의 맥북에어나 맥북프로처럼 말이다. 아마 나중에는 소비자들이 알아서 뒤에 생산연도를 붙일 듯 싶다. 아이패드2012, 아이패드2013… 이런 식으로 말이다.

중요한 건 왜 이렇게 이름을 바꿨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소비자에게 이미 각인되어 가치가 있는 이름을 함부로 바꿨다는 건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정책 변경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애플이 아이패드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갈 것인지를 알게 해준다.


아이패드1과 아이패드2는 스티브 잡스의 작명법이었다. 뒤를 이은 팀쿡은 일단 잡스의 모든 정책을 순순히 계승해왔다. 하지만 잡스와 팀쿡이 완전히 같은 사람일 수는 없다. 생각은 약간이나마 다를 수 밖에 없다. 내 생각에 팀쿡이 뒤쪽에 세대를 의미하는 숫자를 붙이는 명칭을 포기한 것은 1년마다 돌아오는 발표회에 쏟아지는 기대감을 줄여보려는 것이다.

잡스는 순수한 의미에서 혁신에 대한 소비자의 압박을 즐겼다. 오히려 소비자를 더 놀라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채산성이 안맞아도, 현재 기술수준이 도달하지 못할 것 같더라도 밀어붙였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언제나 놀랐고 잡스는 '어썸!'과 '원모어띵'을 외치며 서프라이즈를 제공할 수 있었다. 잡스는 혁신가다.

팀쿡은 혁신가인가? 아니다. 아무리 스티브 잡스를 흉내내려고 노력해도 팀쿡의 본질은 훌륭한 관리자다. 그것도 물류와 유통 관리자다. 어떤 것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잡스는 '좋아! 어떻게 해서라도 더 좋은 걸 만들어!' 라고 생각한다. 같은 상황에서 팀쿡은 '그런데 저걸 개발해서 양산하는 데 드는 부품비는? 물류비용은 어떻게 하지?' 이걸 더 생각할 것이다.


이번 발표회에 나온 뉴 아이패드는 나름 멋진 진화를 이뤄냈다. 레티나 고해상도 스크린에 5메가픽셀의 카메라, 거기에 연결된 아이포토는 매우 훌륭하다. 그럼에도 가격을 올리지도 않았다. 마진폭도 그렇게 많이 줄어들지 않았다. 이것은 팀쿡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증거다. 이렇게 부드럽게 애플의 진보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잡스가 후계자로 지명한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아이패드1이 2로 발전하면서 할 수 있지만 일부러 유보했던 것이 후면 카메라였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역시 이미 아이폰4에 레티나를 채택하면서 충분히 예상했던 전개 가운데 하나였다. 오히려 두께와 무게는 약간 더 늘어났으며 디자인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러니까 약간은 어정쩡한 느낌이 남아있다.

물류 관리자와 유통책임자의 입장에서 보면 제품의 외양은 그다지 바뀌지 않는게 좋다. 태블릿이란 형태가 이미 정착된 탓도 있지만 디자인이 바뀔 수록 안쪽 부품의 규격이 바뀌고 수급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팀쿡이 지휘하는 아이패드와 아이폰 등에 앞으로 급격한 디자인 변경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니까 앞으로 아이패드의 네번째 버전이 나오게 되었을 때도 디자인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속에 있는 부품과 운영체제는 기술발전에 따라 변해도 껍데기는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서 작게만 변할 거란 뜻이다. 그러니까 아이패드 뒤에 화려하게 숫자가 붙어서 디자인 변화까지 기대하게 되면 곤란하다. 팀쿡에게는 아이패드 역시 그저 지금의 맥북에어처럼 안쪽의 CPU와 그래픽칩, 운영체제 정도만 바꾸면서 계속 우려먹을 수 있는 게 좋은 것이다.

설마 명칭변경 정도로 기대감이 바뀔까? 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올해에 아이폰5가 나온다는 말과 맥북에어 2012년 버전이 나온다는 말에 소비자들이 느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비교해보라. 

하지만 과연 이것이 소비자도 원하는 바일까? 팀쿡에게 좋고 편한 것이 애플에게 혁신을 기대하는 소비자에게도 좋은 것일까? 컴퓨터를 일부러 큐브모양으로도 만들어보고 생산에 골치아픈 마그네슘 제질로도 만들어보던 것이 잡스였다. 팀쿡이 아무런 진보도 없이 그저 하던대로 알루미늄을 깎고 정해진 부품을 끼워맞춰서는 일년마다 '새로운 뉴 아이패드 나왔습니다!' 라고 말하면 계속 열광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이번의 뉴 아이패드를 좋게 평가하면서도 내가 느꼈던 회의감이었다. 팀쿡이 과감하게 아이패드의 명칭을 변경한 이유가 차라리 잡스보다 더 공격적이고 혁신적으로 나가겠다는 선언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 예측은 불행히도 그 정반대의 의미로 명칭을 바꾼 거란 사실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이 명칭변경은 현재 중국에서 아이패드란 상표권을 애플이 되찾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대비일 수도 있다. 중국에서는 '아이패드' 대신에 '뉴 아이패드' 란 이름으로 팔면 될 테니까 말이다. (물론 이건 반쯤 농담이다.)  


  1. BlogIcon 혼수상태 2012.03.12 06:50

    강한 혁신의 창업자뒤에 효율적인 관리자가 등장하는것은 어쩔수없는 현상인것 같긴 해요
    언제나 혁신은 할수있고 스티브잡스는 유선->무선으로 인터넷사용환경을 마음껏 쓸수있게 했지만(애플이 부각되게 된것도 2008년 경제위기와 2010년 유럽위기가 촉매제가 될것이라고 봅니다) 또 다시 혁신을 하게 된다면 애플이 아닌 다른 회사들이 할 가능성도 높아보이고 페이스북/트위터가 나왔듯이 또 다른 위기뒤엔 새로운 혁신가가 나타날것이라고 봐요

  2. BlogIcon 혼수상태 2012.03.12 06:52

    우리나라 포털시장에서도 보듯이 초반엔 미친듯한 경쟁이 있었지만 2004년~2005년에 NHN/다음/SK컴즈로 독과점구조로 통신업체도 마찬가지.. 지금 누가뭐래도 스마트시장의 강자는 애플과 구글 2인자 삼성정도라고 봐요 역전할 기회는 있을테지만 이젠 확실한 1,2인자로 가리게 될 독과점시대로 돌입할 떄가 얼마 남지않은..

  3.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3.12 08:09

    당연히 아이패드 3이라고 명명할줄 알았는데,
    더 뉴 아이패드라고 하는것 보고 바람 빠지는 느낌이 있었더랬습니다.
    숫자상으로 발전하면 기대를 가져다 줄수는 있을텐데요~
    암튼 팀쿡이 이끌어가는 애플이 어떨지 살짝 우려도 되는군요,

  4.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3.12 08:25

    저는 이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딱 버리고 다른이름으로 나온다는것은
    위험한 요소가 아닐까 해요. 하지만 애플쪽도 생각이 있으니깐요^^

  5. BlogIcon 행인 2012.03.12 08:42

    근데 딴지하나 걸고싶은건....
    사실 이건 어느정도 예견되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공식적으로는 아이폰, 아이패드일뿐...뒤에 2나 4나 그런거 붙지 않았거든요 ㅎㅎ
    주인장 말대로 잡스가 좀더 혁신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2나 아이폰4를 붙인거지
    제품 뒷면을 보면 그냥 아이폰, 아이패드입니다 ㅎㅎ
    갤러시처럼 제품명을 갤럭시2 이렇게 붙이지 않았단 거죠 ㅎㅎ
    그리고 사실 전 이방식이 맞다고봐요 ㅎㅎ
    모 아이폰4니 4s니 그런거보단 그냥 아이폰

  6. BlogIcon 행인 2012.03.12 08:44

    그냥 아이폰은 아이폰...제품년도 별로 구별하고 그런식이 더 애플스럽다고 봅니다..
    진정한 혁신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해내는거지...
    2니 3이니 붙이는건 솔직히 더이상은 혁신이 아니라고 보기때문이죠 ㅎㅎ
    막말로 그런건 전부 개량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혀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낼수는 없다고해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기존의 카테고리를 확 뒤업어 버리는 수준의 제품이 혁신이겠죠 ㅎㅎ
    지금 하는건 좋게 말해봐야 개선이죠 ㅎㅎ

  7. 심분석 2012.03.12 09:35

    제품 뒤에 3, 4, 5 붙이는게 장기적으로는 더 질려요. 뭔가 우려먹는 느낌이 강하거든요. 아이폰4S도 5라고 명명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하지 않았죠. 숫자가 한개 늘어 날수록 장기적으로 구태해 보이니까요. 숫자없는 아이패드는 아이폰까지 확대될 걸로 보입니다. 물론 이 모든 생각은 팀쿡이 아닌 잡스 머리에서 나온 거겠죠. 향후 몇년간 로드맵은 잡스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잡스가 죽는 순간 애플이 확 바뀌는게 아니죠. 최소한 애플TV가 나올때까지는 잡스의 의중대로 흘러갈 겁니다.

  8. Favicon of https://ibio.tistory.com BlogIcon 나비오 2012.03.12 10:02 신고

    마지막 반쯤 농담이 중국에서는 적중할 듯 하네요
    상해에 갔을 때 애플 샵 앞에 줄 서있는 중국인들을 보면
    예언은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ㅋㅋ

  9. BlogIcon 스머프 2012.03.12 10:03

    전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자동차가 매년 신제품을 내놓지만 진정한 세대를 나누는것은, 엔진이 바꿔야 나눕니다.

    아마도 심장인 cpu가 A5 개량판이라서 그런것 아닐까 추축해봅니다.
    A6을 장착하면 그때서야 아이패드3로 부를수도 있다는거죠..

    아님 세대를 여기서 나누던가요..

    2금은 2.5세대.. A6쓰면 아이패드 3세대로 말이죠..

  10. Favicon of https://otkhm.tistory.com BlogIcon 릿찡 2012.03.12 10:21 신고

    팀쿡은 혁신가는 아니지요. 연설가도 아니고요. 사실 IT 업계에서 언재 잡스만한 연설가가 나오겠습니까? 차라리 연설의 경우에는 외주를 주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인기 연예인을 쓴다던지... 글구 아이패드 상표 정지먹으면 뉴 아이패드 라고 무사하지는 않을듯요 ㅎㅎ...

  11. ㅡㅡ;;; 2012.03.12 13:16

    제품 겉모습만 바꿔서 우려 내는게 혁신인지

    혹은 겉모습은 두고 내용을 바꿔서 내는게 혁신인지

    궁금하네요

  12. Favicon of https://likewind.net BlogIcon 바람처럼~ 2012.03.12 13:25 신고

    정말 맥북에어나 맥북프로처럼 계속 같은 이름으로 나온다는 이야기에 저도 한표를 던지고 싶네요.
    사실 1년이라는 주기도 그리 짧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애플이라면 뭔가 더 혁신적인 게 나올거라는 기대감이 있기 마련이죠.
    말씀대로 팀쿡은 그런걸 제거하려는지도 모르고요.

  13. Favicon of https://rkawn.tistory.com BlogIcon 주테카 2012.03.12 13:55 신고

    대단한 성능에 놀랐지만, 그럼에도 아이패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운 아이패드라기 보다도 말이죠.
    아마 그것을 애플에서도 인식한 것 아닐런지.

  14.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2.03.12 15:45 신고

    어제 니자드님의 답글 고마웠습니다.
    근데 별다른 처방없이 다시 본래대로 작동하고 있네요...ㅎㅎ..
    컴퓨터나 인터넷에 대한 지식이 없어 어제와 같은 일이 생길 때면
    정말 답답하더군요...또 언제 그런 일이 생길지...
    좀 쌀쌀하긴 하지만 완연하게 봄기운이 느껴지는 오후입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15.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3.12 16:50

    이제 아이패드에어를 기대해보겠습니다. ㅎㅎ

  16. 익명 2012.03.12 22:33

    비밀댓글입니다

  17. 리오 2012.03.12 23:02

    역시 니자드님다운 분석입니다.
    막연하게 찝찝하기만했던 팀쿡의 발표를 요목조목 짚어가며 잘 풀어주시니 명쾌하네요.
    팀쿡의 애플은 잡스의 애플만큼 혁신을
    보여주지 못할것같아 안타깝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잡스도 더이상의 혁신은
    불가능했을것이라 점치지만,
    늘 예상 이상의 놀라움을 가져다주넜던 그니깐요.

  18. yoojun0 2012.03.13 00:14

    제 생각에는, 중국이 애플과 아이패드2 명칭과 법적인 싸움이 있었고, 중국이 승리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중국은 당연히 아이패드3도 이미 등록했을 것이고, 중국뿐 아니라 다른 아이패드3를 사칭하는 특허권도 이미 사두었을 거구요..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공략했다고 봅니다. 덧붙여, 새롭 CEO가 자리잡는 다는 뉘앙스도 느껴지네요.

  19. Favicon of https://aw2sum.tistory.com BlogIcon a87Blook 2012.03.13 16:42 신고

    친구가 그러더군요. 지금의 애플을 있게 한것은 혁신이라고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애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혁신보다는 안정과 유지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니자드님의 글을 읽고 보니 소비자들이 바라는 것이 애플의 안정과 유지가 아닌 혁신이라는 생각에 저의 생각도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이 그렇듯 기업이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를 줄이는 것은 관리와 유지이고 애플역시 그런 부분에서는 현 팀쿡 체제가 지향하는 안정과 관리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보다는 좀 더 도전적인 정신이 필요하지만 말이지요.

  20. 연댕 2012.05.2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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