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에서 유명해진 ‘다크호스’란 단어가 있다. 흔히 경쟁에서 드러내 놓고 우승예상자나 그 뒤를 쫓는 추격자가 있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존재가 갑자기 나타나 우승을 차지하는 일이 있다. 이것은 그저 기적이 아니라, 단순한 데이터로는 가늠할 수 없는 잠재력을 가진 주자가 있었다는 의미다. 그래서 실적이 적거나, 스펙이 뒤져도 무엇인가 강한 잠재력을 발산하는 주자에게 ‘다크호스’란 칭호가 붙는 것이다.


요즘 스마트폰 업계에서 내가 최고로 꼽는 다크호스는 팬택이다. 이 회사는 한국의 대기업인 삼성이나 엘지같은 엄청난 규모를 갖추지 못했다. 또한 자금력이나 각종 기득권에 있어서도 그다지 강하지 않다. 그럼에도 오로지 도전정신과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트랜드를 리드하려 하고 있다.



애플이 만들어놓은 스마트폰 수익구조를 따라가느라 모든 기업들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만들고 운영체제를 올려놓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태블릿도 만들어야 하고 앱스토어 같은 생태계도 신경써야 한다. 가능하다면 아이팟터치와 같은 파생형 제품도 만들면 좋다. 


그런데 해야할 것이 또 늘었다. 바로 클라우드 서비스다. 데이터를 관리하는 서버를 운영하면서 그곳에 사용자의 데이터를 공유하게 한다. 언제든 인터넷만 연결되면 단말기나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개인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클라우드의 가장 큰 매력이다. 애플이 아이클라우드를 선보인 이후로 이것은 스마트폰 업체들이 반드시 해야할 어떤 것으로 떠올랐다.


스카이 Sky(하늘)란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팬택이 클라우드Cloud(구름) 서비스를 내놓게 된 것은 필연이다. 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몰락하는 노키아 스마트폰이나 림의 블랙베리처럼 되지 않으려면 팬택의 베가는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베가 클라우드 라이브’ 란 이름으로 런칭한 서비스 발표회는 그래서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모션 컨트롤, 에어 링크 기능에 이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을 자사 단말기인 베가에 넣으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이 있을 지 살펴보자.

스카이(Sky)에 올라간 클라우드(Cloud), 어떤 모습일까?


1. 통합 매니지먼트 기능이 있다. 다이어리 기능을 통해 입력된 일정, 주소, 메모 등의 데이터가 자동으로 클라우드에 백업되어 컴퓨터나 다른 기기에서 바로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동영상, 문서, 메시지 등도 마찬가지로 공유된다. 라이브 디스크기능을 통해서 접근하는 게 가능해진다.


2. 드롭박스와 같은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동이 가능하다. 베가 클라우드 라이브에서 제공하는 기본 16GB의 용량에 덧붙여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좋은 아이디어로서 더 많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통합적 서비스와 단순한 연결에 불과하다는 게 아쉽다.


3. 개인이 설정한 단말기 세팅 데이터를 클라우드 라이브에 저장한다. 기기변경이나 분실 시에 고생할 필요없이 바로 복원이 가능하다. 사실 이런 서비스는 굳이 특정 회사의 단말기를 가리지 않고 범용적으로 서비스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요소다. 하지만 일단은 팬택의 베가Vega EX제품에서 구현되다는 점이 중요하다. 


4. 베가 미디어 라이브는 통합 N스크린 플레이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클라우드를 이용해서 보고 듣는 컨텐츠는 특정지점이 기억된다는 것에서 나온 기능이다. 집에서 컴퓨터로 영화를 30분 보다가 다시 지하철에 타서 클라우드를 통해 그 영화를 재생시키면 보았던 30분 후부터 바로 재생할 수 있다.
 


발표회 현장에는 많은 곳에서 취재를 나왔다. 최근 좋은 실적과 자신감을 과시하는 팬텍의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걸 나타낸다. 특히 이번 베가 클라우드 라이브에서는 전 기상캐스터 박은지가 모델로서 기용된 점이 이채로웠다. 깔끔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가진 점 때문일까? 아니면 전 기상캐스터 박은지가 하늘(스카이)에 뜬 구름(클라우드)를 예보하는 데 안성마춤이라고 판단한 것 때문일까?


결과적으로 이런 참신한 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은 사실이다. 발표회장의 박은지는 구름 색깔과 같은 하얀 색 옷을 입고 나와서 하얀 Vega EX를 들고 미소를 지었다. 이 제품은 베가 클라우드 라이브가 지원되는 단말기다. (클라우드 라이브 지원 제품정보를 보고 싶으면 클릭해보자.)  Vega EX , Vega LTE
 



간단한 뮤지컬 공연으로 시작된 발표회는 아마도 애플의 문화적이고도 부드러운 발표회를 참고한 듯 싶었다. 딱딱한 IT 제품 발표회를 좀더 감성적이고 화사하게 만드는 이런 시도는 참 좋다. 보다 많은 업체들이 참여했으면 하고 바랄 정도다.


박은지 캐스터가 직접 시연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확실히 일기예보를 연상시켰다. 기왕이면 조금 더 기상캐스터같은 분위기로 ‘지금 이 발표회장에 ‘짙은 클라우드Cloud(구름)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모두 베가Vega 스마트폰으로 대비하셔야겠네요.’ 같은 위트있는 말 한마디만 나오면 딱 좋을 것 같았다. 


어쨌든 박은지 캐스터로 인해 밝아진 분위기로 가벼운 클라우드 라이브 시연이 끝났다. 평소 즐겨듣는 음악과 영상을 스마트폰을 티비와 컴퓨터에 공유하는 시범은 성공적이었다.


팬텍이 어째서 베가 클라우드 라이브를 들고 나와 크게 발표하는 것인지 그 목적은 분명하다. 장차 다가올 몇년 후에는 스마트폰-태블릿-클라우드-컨텐츠로 이어지는 독자적인 생태계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구글이 아이디어 면에서 앞장서고, 애플이 문화적인 면에서 리드하도, 삼성이 기술적인 면에서 추격하는 가운데 팬텍은 특유의 도전정신으로 쫓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지금은 격변의 시대다. 민첩하게 행동하지 못하면 어제의 글로벌 대기업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반면 작은 기업이라도 용감한 도전을 통해 강자가 될 수 있기도 하다. 하늘에 뜬 구름이란 말처럼 아주 잘 어울리는 것이 스카이의 클라우드란 단어다. 베가 클라우드 라이브를 통한 팬택의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 지 주목해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