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는 스스로를 말하기를 호랑이의 기상을 이어받았다고 한다. 옛날에 나온 조선반도의 지도는 토끼가 아니라 대륙을 향해 앞발을 치켜든 호랑이의 모습이 나온다. 맹호의 기상을 숭배하는 것은 물론이고 호랑이야말로 중국의 상징인 용에 대항하는 조선의 상징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단군신화에 의하면 배달민족의 조상은 호랑이가 아닌 곰이다. 쑥과 마늘을 먹으며 백일동안 동굴에서 지내야 하던 곰과 호랑이 가운데, 우직한 곰이 그 시험에 들어 성공했다. 그리고 환인과 결혼해서 단군을 낳았다. 그러니까 사실 한국의 상징동물은 곰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왠 뜬금없는 곰이야기일까. 바로 오늘 이야기하려는 주제가 곰(GOM)플레이어로 유명한 그래텍이기 때문이다. 십여년 동안 내가 윈도우를 새로 설치할 때마다 기본으로 설치하던 동영상 플레이어가 바로 이 곰플레이어였다.


곰플레이어와 그래텍은 그동안 좋은 성능과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별로 많은 화제를 만들지는 못했다. 너무도 당연히 써오던 프로그램이고, 무료이며, 문제없이 잘 작동해서 그런 지도 모른다. 유일하게 좀 문제가 되었던 건 동영상 자막을 둘러싸고 벌어진 약간의 논란이었다.


곰플레이어를 쓰다보면 외국동영상을 비롯해 어떤 동영상을 재생하다보면 자동으로 자막파일을 찾았다고 하며 다운로드 받겠냐고 묻는다. 여기서 수락하면 해당 자막을 받게 되어 매우 편리하다. 동영상 자막이 없을 때 코덱을 찾아주는 기능과도 비슷한 맥락에서 제공되는 기술인데 가끔 어른용(?) 동영상을 보려고 할 때도 자막을 찾았다고 나온다. 그래서 혹시 그래텍에서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 지도 전부 알고 있는게 아니냐는 논란이 나온 것이다. 결국 기술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해명한 적이 있었다.



어쨌든 꾸준히 윈도우에서 쓸 우수한 동영상 재생기를 앞세워 각종 유틸리티인 곰 시리즈를 확고하게 구축하던 그래텍이었다. 그런데 이런 그래텍이 시대에 맞춰 새로운 유틸리티 곰박스를 내놓았다.(출처)


곰플레이로 알려진 그래텍은 PC에서 모바일 기기로 동영상 인코딩과 동시에 전송까지 해주는 스마트 미디어 서비스 ‘곰박스’를 출시한다고 16일 밝혔다. 


기존 아이폰 사용자는 PC에서 동영상을 전송하기 위해, 동영상 변환을 한 후 PC와 케이블을 연결해 아이튠즈로 동기화를 해야 했다. 하지만 곰박스를 사용하면 인코딩 작업과 전송을 동시에 해준다. 특히 케이블을 연결할 필요 없이 무선으로 파일이 전송된다. 


그동안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인코딩의 번거로움으로 동영상 사용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직접 써보니 꽤 편리했다. 앞으로 동영상을 더 자주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곰박스를 사용하려면 PC와 스마트폰에 각각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하며, 아이폰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폰도 지원한다. 


최대 20GB까지 동영상을 저장할 수 있는 무료 클라우드 저장 공간 ‘곰스페이스’도 제공된다. 이를 통해 3G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재생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에 내려받을 수도 있다. 또한, 곰스페이스에 올려진 동영상은 카카오톡을 사용해 쉽게 가족이나 친구와 공유할 수 있다. 


그래텍 최재흠 신규사업부문장은 “곰박스 출시로 PC에서 스마트폰 기기로 손쉽게 동영상을 전송해 다운로드 하거나 재생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그동안 번거롭고 어려웠던 PC에서 스마트폰으로의 동영상 전송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모바일 기기에서 더 나은 동영상의 이용 경험을 제공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곰박스 PC 프로그램은 홈페이지(gombox.gomtv.com)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으며, 아이폰 및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앱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블로거를 대상으로 한 발표회에 직접 가서 본 곰박스는 상당히 편리하고도 사용자를 배려한 툴이었다. 될 수 있으면 가장 간단한 과정만으로 사용자의 스마트폰과 PC, 클라우드 서비스를 연결해서 동영상을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도였다.




시중에 나와있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을 자동으로 인식해서 맞춤해상도와 호환성을 제공한다는 말에 내 스마트폰을 직접 이용해 시험해보았다. 사실 내 스마트폰은 한때 조인성이 선전하던 윈(WYNN)폰이지만 지금은 사업부 자체가 철수해버렸다. 그래서 결코 메이저 단말기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잘 작동했다.




재미있는 것은 곰박스가 각 스마트폰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국민앱인 '카카오톡'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어째서일까? 토종앱끼리의 유대감 때문일까? 그건 아니다. 곰박스는 사적인 동영상 교환이라든가 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셜 미디어의 기능도 한다. 트위터는 너무도 공개된 수단에 가깝고 페이스북 역시 최근 공개툴에 가깝게 영역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카카오톡은 전화번호를 서로 알아야만 되는 부분 때문에 보다 사적인 영역으로 남을 수 있다. 동영상 교환에 따른 저작권 문제를 피할 수 있다.




그래텍의 곰박스, 스마트폰 시대의 변신.


곰박스를 사용하는 건 너무도 쉽다. 간단한 세팅 과정을 거치고 난 뒤에는 스마트폰에서 곰박스앱을 실행하고는 PC에서 곰박스 프로그램을 실행해 원하는 동영상을 끌어다 놓으면 된다. 어려운 해상도나 각종 코덱 세팅 같은 건 필요없다. 속도도 빠르다. 그래텍의 자체 클라우드와 연동되어 있기에 한번 업로드한 동영상은 클라우드에 남아서 친구와 공유할 수도 있다. 




지금은 사용자들의 주력 플랫폼이 변화하는 시대다. 예전에는 선택의 여지없이 PC나 노트북에서 이용해야 하던 서비스가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이동하고 있다. 단 한가지 플랫폼에만 갇혀 있으면 필연적으로 쇠퇴한다. 그런 면에서 그래텍의 모든 기술력이 스마트폰이란 플랫폼에 모여서 만들어진 곰박스는 주목받을 가치가 있다.




컴퓨터를 이용하다보면, 스마트폰을 쓰다보면 아! 이런 기능 하나 있으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래텍의 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곰박스는 이런 아쉽던 기능 가운데 하나를 효과적으로 구현해준다. 이동하면서 동영상을 많이 보는 사람들은 이용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서비스의 기본 이용은 무료다. 제공되는 보다 큰 용량의 클라우드 공간- 곰스페이스 등에서 보다 큰 용량을 사용하고자 할 때 등에 쓰는 유료 서비스는 마음에 들 때 이용하면 된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또 한번 필수적인 서비스를 내놓아 변신한 그래텍의 곰박스를 다시 한번 주목해본다. 앞으로 이런 좋은 서비스가 보다 많아져서 우리가 좀더 편리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