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버스의 달걀이란 일화를 보자. 사람들이 콜롬버스가 한 일을 가지고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라 깍아내렸다. 그러자 콜롬버스는 예를 들어 달걀을 세워보자고 제의했다. 아무도 둥근 달걀을 그대로 세우지 못했다. 이에 콜롬버스는 달걀을 탁 쳐서 한쪽을 깬 다음 탁자에 세웠다. 달걀은 섰다. 당연한 일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에게 콜롬버스는 그 당연한 걸 당신들은 못했고 나는 했다고 답했다.


IT업계의 전략을 말하면서 나는 종종 이런 문제에 직면한다. 애플은 어째서 해내는 걸까? 다른 기업들이 따라가려고 애를 써도 어째서 애플 제품을 따라가지 못하는 걸까? 이런 질문과 함께 많은 노력을 하는 기업들을 본다. 그들의 노력은 때때로 눈물겹도록 처절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연한 발상을 하지못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애플, 그리고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윈도 진영을 보자. 이 진영은 현재 맥북에어와 울트라북이란 제품을 앞세워 노트북 시장에서 대치하고 있다. 얇고, 빠르고, 가볍게 만든 맥북에어의 공세 앞에 윈도 진영은 위기를 느꼈다. 구글과 삼성을 앞세운 안드로이드 진영이 스마트폰에서 강한 세력을 구축했다. 태블릿과 노트북마저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은 상당히 진지하다. 하지만 막상 이에 대처하는 윈도 진영의 움직임은 갑갑하기 만하다.


애플의 강점이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애플은 모든 것을 자사 안에서 통합적으로 해결하고 최적화하려고 노력한다. 애플은 세련된 알루미늄 바디를 만들고 그 안에 부품을 배치한다. 성능에 도움이 된다면 애플 전용의 칩이나 부품을 주문해서 넣는다. 운영체제는 애플이 만든 독점 운영체제다. 소프트웨어 역시 애플이 만들거나 통제 가능한 규격을 철저히 지킨다. 이 모든 것이 좋은 사용자 경험이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일치된 방향으로 향한다. 목적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이제 비해 윈도 진영은 어떨까. 이들은 통합이 아닌 협력관계다. 좋게 말해서 수평적 분업관계다. CPU는 인텔이 만들지만 운영체제는 MS가 만들고, 케이스를 포함한 모든 부품은 최소 호환규격만 정해진 채 각자 알아서 만든다. 이들의 목적은 각자의 이윤추구이다. 최소한의 규격을 지키는 것은 하지만 자사 부품이 쓰이는 컴퓨터가 최종적으로 어떤 사용자경험을 제공하게 될지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최종 소비자로서는 갑갑한 느낌을 받게 된다. 분명 좋은 부품을 조립해서 윈도를 탑재했지만 막상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구동에서는  애플의 맥보다 훨씬 느리고 답답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지금 인텔이 열심히 추진하는 울트라북 역시 마찬가지다. 인텔의 칩과 최종 제조사의 협력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그 위에서 실행될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가 울트라북에 걸맞는 최적화와 지원을 해줘야 한다. 또한 빠른 부팅과 군더더기 없는 실행속도를 위해 부품회사들의 노력과 양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모두가 자기 부품과 제품을 팔았을 때의 이윤에만 관심을 보일 뿐 이런 통합의 필요성을 외면한다.

애플은 다르다. 한번 예를 들어보자. (출처)

디지타임즈는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애플의 Anobit 인수 후 Phison 일렉트로닉스, 실리콘 모션 테크놀로지, 스카이메디 등 타이완 컨트롤러 업체들로 공급선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소식에 이미 소개된 것처럼 애플은 최근에 이스라엘 소재 NAND 플래시 메모리 컨트롤러 업체 Anobit을 5억 달러에 인수했다.

애플은 이 인수로 말미암아 플래시의 견고성과 성능을 향상시키는 Anobit의 고유 디버깅 기술을 전적으로 채용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중요한 것은 애플은 Anobit 솔루션과 함께 더 이상 소수의 칩 공급업체들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는 점이다.


다소 전문적인 뉴스인데 애플이 SSD와 플래시메모리의 컨트롤에 쓰이는 칩 업체를 인수해서 기술을 손에 넣게 되었다는 의미를 가진다. 생각해보자. 애플이 대체 뭐가 아쉬워서 그냥 사서 쓰면 되는 부품 업체를 5억달러나 주고 인수했을까? 단지 그 부품에 주는 돈이 아까워서는 아닐 것이다.

애플 VS 윈도, 통합과 협력의 차이점은?

애플의 목적은 분명하다. 차세대 맥북에어와 아이폰, 아이패드의 빠른 부팅과 데이터 로딩을 위해서는 플래시 메모리의 속도를 향상시켜야 한다 그 데이터 입출력을 책임지는 컨트롤 칩을 파악하고 운영체제와 함께 통합적으로 개발하려는 것이다.


윈도 진영은 이런 전술을 쓰지 못한다. 인텔이 울트라북을 위해 메모리 컨트롤러 업체를 인수하겠는가? 아니면 보드 제조사인 ASUS를 인수할까?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의 빠른 부팅을 위해 하드디스크 업체인 시게이트를 인수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맺을 수 있을까? 그런 적도 없거니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애플이 추구하는 통합적 개발과 윈도 진영이 추구하는 협력적 개발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맥북에어를 견제하기 위한 울트라북이 아직 제대로 경쟁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패드에 대항하려고 내놓은 태블릿용 윈도우8은 정식버전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막상 나온다고 해도 별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이들이 최종 사용자 경험을 위해 애플같은 통합 전략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콜롬버스의 달걀처럼 애플의 결과를 당연하다고 말하면서도 윈도 진영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소비자는 윈도 진영 역시 획기적인 변화를 거쳐 발전하길 바란다. 인텔과 MS의 분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