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 바꿔서 말하면 빛이 있으니까 그림자가 있는 것이다. 그림자가 없다는 말은 빛이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장점이 강하면 단점도 강한 것이며, 단점을 만들지 않는 장점이란 것도 있을 수 없다. 이것은 세상사의 진리에 가까운 사실이다.


애플에서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많은 화제가 생긴다. 좋은 화제에서는 문화현상과 판매돌풍도 있지만, 나쁜 화제로는 결함이나 성능불량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번에 새로 나온 아이폰4S도 마찬가지다. 

이번 아이폰4S는 지난 아이폰4의 뜨거운 감자였던 안테나의 문제-데스그립이 없어져서 매우 기대를 모았다. 미국의 소비자잡지 컨슈머리포츠에서 드디어 추천 스마트폰으로 올랐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생겼다. 노이즈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출처)



'화이트 노이즈'로 불리는 이 문제는 아이폰4S로 통화시 단말기 수화부에서 미세한 소음이 들리는 현상이다. 사용자에 따라 통화 뿐 아니라 웹 서핑, 애플리케이션 구동 시에도 잡음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불편을 호소하는 사용자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애플 제품 관련 인터넷 카페인 아사모가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아이폰4S 노이즈 발생 여부 조사에서 현재 76%의 응답자(537표)가 자신의 아이폰4S에 이러한 현상이 있으며 접해보았다고 응답했다.

투표에 참여한 사용자들은 “정말 거슬린다. 통화하기가 싫어진다”, “지지지익 하는 기계음이 나는데, 못 듣는 사람도 있어 애매하다” 등의 의견을 함께 남겼다.

이 같은 문제의 원인에 대해 사용자들이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지만 명확한 해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새로 도입된 듀얼 안테나 결함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미개통 상태나 에어플레인 모드에서 조차 소음을 경험한 사용자가 있기 때문이다.

해외 아이폰4S 사용자 역시 비슷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애플 공식 홈페이지와 관련 커뮤니티 등에는 노이즈 현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속속 올라오고 있으며, 노이즈 현상을 녹음한 영상이 유투브에 등록되기도 했다.


어차피 애플제품의 결함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면 그 논의는 냉정한 분석보다는 감정에 찬 편가르기와 상호공격으로 얼룩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사실 이번 결함부분에 대해서 밀도 있는 논의가 별로 없다. 침묵하거나 개별 불량으로 보는 시선이 아니면 애플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감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래서 사실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이슈를 몰고오는 사건에 대해서 말을 안할 수는 없다. 나는 이번 이슈를 가장 근원적 입장에서 한번 조망해보고자 한다.

아이폰4S 노이즈, 문제점은 어디에 있을까?

짧게 보자. 위에서 제기하고 있는 주요원인으로 듀얼안테나 채용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아이폰4의 수신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새로운 기술이 안정화된 상태가 아니고 또다른 문제를 야기한 셈이다. 

그러니까 단기적 원인으로 본다면 꽤 많은 개발기간이 들어갔던 다른 부분에 비해 안테나 등 통신기술이 아직은 떨어지는 애플의 한계가 문제점이다. 휴대폰을 많이 만들어왔던 다른 회사들이 이 분야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얻었던 노하우를 애플은 가지지 못한 탓이다.

더 깊게 보자. 안드로이드폰은 왜 이런 결함문제가 없는가? 사실 없을 리 없다. 안드로이드폰이라고 한 마디로 말해도 거기엔 전세계 수많은 스마트폰 제작회사가 만든 제품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는 어떤 문제든 결함이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폰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결함이 있는 제품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불만을 제기할 필요없이 그냥 선택받지 못하고 사라진다. 다양성과 내부 경쟁이라는 필터를 통해 걸러지는 것이다.


그럼 아이폰은? 아이폰은 사실상 동일 운영체제하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iOS란 애플 운영체제가 만들어내는 생태계에 들어가고 싶다면 거기에는 단 한종류의 라인업이 있을 뿐이다. 아이폰4를 쓴 사람이 보다 좋은 하드웨어를 가지고 싶다면 아이폰4S밖에 없다. 아이폰4S가 싫어 아이패드2로 옮겨간다면 그건 아예 특성이 다른 기기로 가는 것이니 애초에 말도 안된다. 기껏해봐야 구형 아이폰4를 바꾸지 않고 버티는 정도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선택지다.

아이폰4S의 노이즈 문제의 진짜 문제점은 애플이 같은 운영체제를 쓴 다른 제품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양한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 단말기이기에 하나를 완벽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사람이 하는 일이 매번 완벽하게는 하지 못한다. 그것이 하드웨어 설계의 잘못이든, 운영체제의 버그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강요되는 하드웨어 때문에 사용자들은 성능불량에 대한 정보가 들어와도 선택을 하지 못한다. 안드로이드는 한 회사의 단말기가 결함우려가 있으면 다른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통해 최신 운영체제와 앱을 쓸 수 있다. 아이폰은 아예 아이폰 자체를 쓰느냐 쓰지 않느냐 선택만 있을 뿐 iOS안에서 다른 최신 하드웨어를 구입할 선택의 길이 막혀있다. 


애플이라고 실수도 할 수 있지 어떻게 사람이 완벽할 수 있어? 라고 관대하게 넘어가려고 해도 막상 아무 선택의 여지가 없이 강요된 단 하나의 단말기를 들고 쓰다보면 전혀 관대할 수 없다. 즉 외부회사에 개방하지 않은 운영체제의 단일 단말기 전략은 처음부터 무엇이든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애플은 이런 점을 각오하고 만들었을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강한 장점은 강한 단점을 수반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런 애플제품의 결함문제는 짙은 그림자라고 생각한다. 통일된 우수한 운영체제를 독점하는 애플 전략이란 강한 빛이 만드는 그림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