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을 하나 들어보자. 무릇 군자란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아야한다. 쉽게 풀자면 자기가 필요한 상황과 타이밍을 잘 읽어서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대와 대중이 간절히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민하게 나서야 하며, 반대로 자기를 원하지 않을 때는 군소리 없이 조용히 물러나야 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로서 나는 언제나 삶에 있어 현명한 사람이 되고자 애써왔다. 소설가로서 살아갈 때는 과연 그 시점에서 내가 아니면 쓸 수 없으면서도 동시에 한국에 하나쯤은 있어야 될 작품을 써서 출간하고자 노력했다. 덕분에 커다란 베스트셀러는 내지 못했어도, 나름 관련 영역에서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소설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다음 과 네이버 등 포털에 '안병도' 라고 치면 나오는 책은 거의 전부가 내가 쓴 책이다.)

블로거로서도 마찬가지다. IT라는 영역을 선택해서 블로그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내 관심은 하나였다. 독자들이 필요로 하지만 한국에 온전히 없는 부분이 무엇일까? 결론으로 나온 것이 IT평론이었다. 그리고 나는 과감히 IT평론가라고 스스로를 정의하며 뛰어들었다.

2010년에 내가 목표한 것은 상당히 소박했다. IT평론을 전문으로 하는 블로거가 한국에서 생겨날 수 있으며, 나름의 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IT블로거가 직접적으로 돈이 되는 제품 리뷰와 개별 업체 홍보에 주력하지만 나만은 다르고자 했다. 단순히 상업성을 배격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업계를 전반적으로 조망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글, 날카롭고도 쉽고 재미있는 분석글을 주력으로 하는 블로거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보자는 것이었다.


목표는 상당부분 달성됐다. 작년에 나는 과분하게도 2010 다음뷰 어워드 에서 IT부문 후보로도 올랐다. 티스토리 베스트 블로거로서 이른바 ‘파워블로거’라는 인정도 받았다. 언론진흥재단에서 후원하는 코리아블로그 어워드의 IT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이런 개인적 영광보다도, 이것에 자극받아 평론글을 써보겠다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젊고 패기있는 신진 블로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기존 IT블로거들도 좋은 평론글을 보다 많이 올리기 시작했다.

이후로 나는 고민에 빠졌다. 사실 나의 정체성은 블로거보다는 소설가에 가깝다. 블로그에 재미와 사명감을 느끼며 빠져든 건 좋지만 뚜렷한 목표가 없어지면 의욕도 상실된다. 2011년에는 IT평론가로서 무엇을 목표로 할 것인가? 이것이 고민이었다. 본래는 다양한 기업과 소통하며 피드백도 주고받고 대등한 관계로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초기에 내가 아직 덜 알려졌을때, 날카로운 평론글을 그다지 많이 쓰지 않았을 때는 호의적으로 초청해주던 기업들이 많았다. 그러나 내가 완전히 평론가로서  자리매김하고는 어느 기업이든 일방적인 홍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위치에 서는 순간, 나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떨어졌다. 일반적인 IT블로거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걸어야했던 것이다. 


나는 마치 지구에 홀로 떨어진 어린 왕자처럼 IT업계의 나아갈 길과 미래를 위한 전략, 인간다움과 소비자를 위한 따스함을 외쳤다. 하지만 현실에서 기업은 블로거를 단지 홍보를 위한 인기있는 간판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한쪽에서는 그런 현실을 개선해보기위해 당장의 이익을 마다하고 보다 높은 곳을 지향하는 블로거가 있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당장의 몇푼과 약간의 이익을 위해서 체면이나 대의를 간단히 버리는 블로거가 있었다. 더구나 이 둘은 같은 ‘블로거’라는 이름을 공유하고 있기에 같은 대접을 받았다.

2011년을 맞은 나의 목표는 단 한가지였다. ‘주류 언론인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 수준을 갖춘 IT평론가가 되자.’ 이것이었다. 물론 나 하나로서 블로그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IT평론을 전문으로 하는 대한민국 블로거는 아직 나 하나뿐이다. 그러니 적어도 ‘IT평론가’라는 이름이 어디가서도 무시당하지 않고 인정받을 수 있게는 할 수 있다.

때문에 나는 활동영역을 넓혔다. 개별적인 제품발표회나 홍보행사 참가를 자제하는 대신, 1인 미디어로서 각종 흥미로운 현장의 취재경험을 쌓는데 주력했다. CJ E&M을 통해 스타리그 결승전과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골프대회를 포함한 굵직한 행사를 취재했다. SBS의 컨텐츠도 취재했으며, 시험삼아 온라인 잡지 형식인 ‘스타일리쉬’를 제작해서 미디어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블로거로서 시작했지만 궁극적으로 ‘언론인’의 수준까지 올라가고 싶다는 노력이었다.


다행히도 이런 노력은 상당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노컷뉴스, 전자신문 등의 언론에서 인터뷰와 컬럼기고를  요청해왔다. KT 경제경영연구소가 운영하는 ‘디지에코’의 2012년 필진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한겨레 신문의 ‘오피니언 디지훅’의 필진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부정기적인 기고가 아닌 1년 단위의 정규필진이 된 것이다.

내가 늘 강조하는 말대로 인생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나는 원한 바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IT블로거의 길에서 상당히 벗어났다. 하지만 동시에 누구도 가보지 못하는 IT평론가의 길을 계속 만들어나가고 있다. 혹시라도 내 뒤를 따라오는 누군가에게 좋은 선례를 만들어주고 싶다. 기껏 평론가가 되어서 노력해도 결국 얻는 건 별거 없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싶지 않다. 

IT평론가, 블로그를 통해 세상을 걷다.
     
소설가라는 명칭을 세상에서 어떻게 생각할까. 돈을 잘버는 직업은 아니어도 예술가로서 고뇌하는 시대의 지식인이라는 인식정도는 있다. 왜냐하면 내 앞의 한국 소설가 대부분이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약한 자의 편에 서기도 하고, 시대의 소명을 받아 고민하며 행동했던 결과가 쌓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블로거를 어떻게 생각할까? 혹은 IT평론가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것은 앞선 사람들이 어떻게 처신하는가 결과가 쌓여서 만들어진다. 

IT평론가 니자드는 지금 블로그를 통해 세상을 걷고 있다. 지금 내가 걷는 한 발자국이 역사를 만들고 사람들의 인식을 만든다. 더구나 나는 가장 여리고 연약한 IT평론가라는 위치를 힘겹게 걷고 있다. 내가 흔들리면 싹이 꺾일 수도 있다. 그러기에 나는 아직도 소설가라는 본업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강한 사명감을 짊어지고 노력하고 있다.


2011년 올해의 나는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IT평론가로서 수준을 끌어올리고 모두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아마도 다시 해보라고 해도 이렇게는 못할듯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인 2011년 다음뷰 올해의 IT부문 대상 후보에 뽑힌 것이 몹시 기쁘다. 노력이란 건 누군가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더 기쁘기 때문이다. 나는 진심으로 올해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마치 계단을 오르듯 나는 늘 더 큰 목표를 세우고 전진한다.  블로그를 통한 이 노력이 유종의 미를 거두고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시대와 사람들이 한국에도 IT평론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기에 올해의 나는 그야말로 치열하게 돌진했다. 믿음에 보답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를 응원해주고 아껴준 독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하고 싶다. 내 의견에 동감해주었던 분이든, 의견이 달랐던 분이든 상관없다. 관심과 예의를 갖춰 내 글을 읽고 답해준 모든 독자분은 나에게 힘을 준 소중한 분들이다. 나는 이들을 위해서 글을 쓰고 활동했다. 올해를 넘어 내년에도 IT 평론가로서 내가 걷는 세상을 함께 걸어가주셨으면 한다.

P.S 끝으로 독자분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한 해동안 제 블로그와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다면 투표해주십시오. 이번 한해의 결산을 하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자발적인 독자 여러분의 힘을 받아서 서고 싶습니다. 유권자의 투표참여가 민주주의를 만들듯, 여러분의 한표가 대한민국에 IT평론가란 영역을 만들수 있습니다. 참여해서 '니자드'에게 한 표를 클릭해주십시오.  ( 2011 다음뷰 어워드 IT 부문 투표 참여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