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 한없이 아름다운 장르를 들여다볼 때, 보통 사람들은 그 속에 담겨진 예술적 의미에 주목한다. 그래서 영화는 시나리오, 영상과 소리, 배우의 연기, 영상미술, 편집, 조명 등 각종 예술의 엑시스가 모여서 만든 ‘종합예술’이라 불린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종종 또 한가지를 잊는다. 영화를 이루는 요소 가운데 카메라장비와 컴퓨터 그래픽, 각종 특수촬영이란 ‘기술’이 있다.



영화 스타워즈를 보면 그 안에 흐르는 스토리와 각종 요소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SF라고 해도 오히려 중세 판타지 가까울 정도다. 하지만 정교하게 연출된 우주선과 우주전투, 광선검과 특수효과 앞에서 우리는 즐거움을 보았다. 그리고 스타워즈는 수많은 마니아를 만들어낸 고전영화의 교과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이번에 한국에서 개봉된 마이웨이를 보았다. 강제규 감독이 이전에 만든 태극기 휘날리며를 워낙 인상깊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따라서 장동건과 2차대전이란 키워드 만으로도 대강 이 영화의 장면을 유추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흥미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영화기술적 측면이다. 

과연 현대의 발달한 컴퓨터 기술은 얼마나 더 전투를 리얼하게 그릴 수 있을까? 더구나 헐리우드에 비하면 규모도 작고 예산도 작은 한국영화에서 묘사하는 2차대전 이란 게 어떤 스케일일지도 궁금했다.

예산이 작다고 나쁜 영화가 나오는 건 아니다. 영화의 스토리와 작품성은 전적으로 작가와 감독의 ‘머리’에서 나오고 배우의 연기력에 의해 구현된다. 다만 예산이 작은데 스케일이 큰 영화는 절대 만들 수 없다. 그리고 오늘날 상업적 한국영화는 이른바 ‘대작’ 컴플렉스가 있다. 크게 예산을 들인 영화가 결국은 커다란 흥행수입을 가져다 준다는 생각이다.



마이웨이는 한, 중, 일의 정상급 배우를 썼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영화 시장이 큰 세 나라를 전부 노리겠다는  나름의 각오가 있다. 스토리도 세 나라를 아우른다. 물론 판빙빙이 맡은 중국의 비중이 좀 적다. 결국 한국의 장동건과 일본의 오다기리 죠가 주요 구도를 이룬다. 

마이웨이의 제작비는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금액이라는 280억원(기사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다.)이다. 그리고 이런 많은 금액이 필요한 이유는 주연배우들의 출연료보다는 각 전쟁을 리얼하게 묘사하기 위한 세트장과 컴퓨터그래픽에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 초기의 제작비 조달을 위해서 대상 시장을 처음부터 한국보다 훨씬 넓게 설정했다.

마이웨이, 그래픽기술로 바라보면 어떨까?

일단 이런 방향은 성공했다. 영화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마이웨이는 훌륭하다. 한국영화가 비록 시차는 있어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보여준 ‘라이언 일병 구하기’ 수준을 보여줄 있다는 건 매우 놀라웠다. 영화속의 어떤 전투 장면도 모두 뛰어난 현장감과 역동성을 보여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마이웨이가 한국영화의 발전사에서 가지는 가치는 뛰어나다.


한국의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보았을 때 마이웨이는 매우 좋은 요소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 영화기술이 이런 놀라운 도약을 했다는 건 축하해야 할 일이다. 전투장면의 세부적 완성도는 거듭 칭찬해도 모자랄 정도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또한 마이웨이의 단점도 있다. 장점이란 빛 뒤에는 단점이란 그림자가 있다. 리얼한 전투장면의 구현과 많은 제작비, 한중일을 넘나드는 스케일 넓은 구성. 이것을 뒤집어보자. 

전투장면에만 집중된 연출은 그로 인한 배우들이 만드는 드라마성의 부족을 야기했다. 많은 제작비를 조달하기 위해 넣은 다국적성은 반대로 어떤 나라 관객에게도 진득하고 처절하게 호소할 수 없게 되었다. 스케일 넓은 구성은 상영시간 제한과 집중력의 부족을 만들었다. 명품 배우들의 연기를 잘 만든 전투장면 위에 놓기는 했는데 이 두가지가 화합되기 보다는 물과 기름처럼 따로 떠버리는 경우가 보였다.

마이웨이는 잘 만든 영화다. 그럼에도 아쉬운 이유는 이것이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차라리 한국 관객에게만 철저히 집중했다. 비교적 여유있는 구성으로 호소할 수 있었다. 마이웨이는 기술적으로 더 잘 만들었지만 구성의 호흡이 너무 빨랐다. 볼 때는 즐거운데 진한 여운이 남게 만들지 못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원인은 오로지 한가지- 영화 그래픽 기술이다.



마이웨이는 결국 감독이 기술을 택한 작품이다. 마치 아바타가 진부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3D기술이란 요소에 모두 집중한 것처럼 말이다. 마이웨이는 한국영화가 그려낼 수 있는 전쟁장면에 대해 한계를 넘은 기술력을 보여주었다. 이것만으로도 일단 명분은 있다. 그러나 그뒤에 과연 이것을 관객들이 선택할 지는 결국 개인의 선택이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차라리 마이웨이는 4DX로 보는 것이 훨씬 좋다. 현재 4DX체험관에서도 개봉되고 있다. 입체영상은 아니지만 진동과 입체형 사운드는 맛볼 수 있다. 아예 3D영화로 제작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그렇다면 차라리 확실한 즐거움을 위한 모든 세팅이 완성되지는 않을까. 마이웨이는 우리에게 마치 아바타처럼 기술로서의 영화를 선택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일단 아바타는 성공했다. 그렇다면 마이웨이는?

P.S : 바로잡습니다. 확인해보니 3D 입체영상 상영관은 아니네요. 소리와 진동만 입체적인 4DX 상영관에서 상영된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