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을 겪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대규모 방사능 유출 사고가 벌어졌을 때, 모두는 경악했다. 그런 것은 극소수의 환경운동가를 제외하면 이제까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었다. 더구나 세계에서 가장 철저하고 안전하다는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이니 말이다.


때맞춰 유럽과 미국에서는 원자력 반대- 반핵운동이 거세졌다. 당연한 일이다. 이런 참상의 원인은 어쨌든 그곳에 원자력 발전소가 있었다는 것이니 말이다. 그것이 화력이나 수력발전소였다면 방사능 오염이란 문제를 야기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렇지만 과연 원자력 발전소가 근본적 문제일까? 전기가 필수인 IT부분을 다루는 블로거로서 이 문제는 반드시 알아둬야할 것 같다. 그리고 과연 원자력 발전소는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지난번 서울의 대규모 정전사태와 더불어 이 문제를 궁금하게 여기던 중 좋은 기회가 생겼다. 원자력재단에서 직접 발전소를 둘러보는 체험단 행사가 있었던 것이다.


굴비로 유명한 영광지역에는 영광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이 발전소가 하는 일은 말할 것도 없이 전기생산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전기는 물론이고, 공장을 비롯한 산업현장에서 쓰는 전기를 여기서 만든다.


주변은 평화롭고도 아름다웠다. 오히려 이른바 혐오시설이 없는 대도시보다 아름다웠다. 자연경관도 좋았다. 근처에 있는 백제불교문화도래지를 둘러보면서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걸 느꼈다.


불상과 각종 불교 건축물들이 있는 이곳에 온 날은 날씨조차 화창했다. 멀리 태국과 동남아에서는 폭우가 내려 홍수로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데 한국은 대조적으로 화창한 날이 계속되고 있다. 지구촌이 한가족이라지만 한가족 사이에도 각자가 닥치는 환경은 서로 다른가 보다.


세상은 참으로 냉정하다. 우리에게 현재 비교적 싸게 공급되고 있는 전기는 상당량이 원자력발전으로 만들어진다. 석탄과 석유 , LNG등을 합친 화력의 비중이 가장 높지만 발전단가가 비싸다. 수력과 기타 발전소는 발전량에서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 원자력처럼 끊김없고 에너지 비용이 싸게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에너지원으로는 불가능하다.


원자력발전, 과연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가?

결론은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제까지 이뤄온 많은 편리하고 값싼 문명의 도구를 포기하고 문화생활과 정보생활의 대부분을 포기한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진정 원자력발전소가 필요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 획기적으로 에너지를 적게 먹는 기계나 가전제품이 획기적으로 낮은 가격에 마구 쏟아져나오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다.



나는 원자력발전 찬양론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반핵운동가도 아니다. 나는 그저 우리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는가를 생각해보는 사람일 뿐이다. 우리가 냉장고를 쓰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자. 여름에도 얼음을 먹을 수 없고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없다. 매우 불편하다. 하지만 그만큼 전기를 덜 쓸 것이고 위험한 발전소를 지어야 할 필요가 줄어든다. 세탁기를 쓰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자. 손으로 빨래하는 게 힘들긴 하다. 겨울에는 찬물로 하려면 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발전소 사고의 위험은 줄일 수 있다.



인류의 문명과 번영은 따지고 보면 그 위험도와 함께 발전되어 왔다. 우리가 좋아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미끈한 알루미늄 유니바디를 생각해보자. 이런 알루미늄을 만들고 가공하는 데는 대량의 전기에너지가 들어간다. 우리가 싸구려 플라스틱이나 나무 케이스를 선호하면 전기가 덜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당장 눈앞에 닥치지도 않은 위험 때문에 일상의 소비욕구를 억누를 수 있을까?



내 입장은 결국 미봉책이 우리에게 최선의 선택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원전의 안전관리를 보다 철저히하고, 새로 만드는 원전을 보다 높은 기준으로 지어야 한다는 정도다. 부정할 수도 없고 있는 걸 다 없애라고 할 수도 없다. 세상에 채식주의자가 있지만, 모든 지구인이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며칠전 서울에서도 도로에서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 이상 나오는 일이 있었다. 도로포장재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과연 원자력발전소를 없애고 우리 모두가 전기 소모를 지금의 절반으로 줄일 각오는 되어 있을까?


돌아오는 길에 새만금 간척지도 둘러보았다. 이곳 역시 환경단체와 개발을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 강력한 대립이 있던 곳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좋은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과 자연은 어디까지 해야만 공존할 수 있을까?


발전소 체험을 하면서 좋은 풍경과 날씨에 기분이 좋았지만 동시에 아쉬운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 땅도 넓고, 공업국이 아닌 농업국으로서 잘 사는 호주나 캐나다와 비슷하게 자연속에서도 높은 생활수준으로 잘 사는 나라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의 한국은 공업국이자 세계에서 최고수준의 에너지 소비국이다. 또한 클라우드 서비스와 무선인터넷망 등 에너지를 더욱 더 많이 소비할 국가다. 이런 우리에게 전기가 과연 어떤 의미이며 원자력발전이 얼마나 필요할지 모두 한번 생각해보자.

앞으로 나도 일상적으로 내가 다루는 많은 IT기기와 서비스가 소모하는 전기가 어떤 의미인지를 더 깊게 생각해봐야겠다. 결론은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그것은 모두가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의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