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케이블티비에서 방송한 ‘대학토론배틀’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 지식과 지혜는 다르다는 것이다. 서울대나 연고대를 나오고 나름 그 안에서 똑똑하다고 뽑힌 대학생들이 나와서 백지연씨의 사회 아래 각자의 치열한 논리를 겨룬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막상 그들의 불꽃튀는 고급 논쟁을 기대하던 나는 크게 실망했다.


분명 그들은 똑똑했다. 지식이 해박하고 그걸 끄집어내는 데는 능했다. 그런데 막상 그 지식을 일관되게 정리해서 하나의 철학과 흐름을 만들지 못했다. 개개의 사례에 적용해서 비유하면서 이른바 이론을 도출하거나 허점을 지적하는 지혜가 없었다. 지식이 많다고 지혜가 되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애플이 최근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적용하기 위해 내놓은 새 운영체제인 iOS5에 버그가 있다는 뉴스가 들어왔다. (출처)


애플이 '배터리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였던 '아이폰4S'의 빠른 방전이 소프트웨어 결함(버그)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11월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의 IT전문 자회사인 올싱스디에 따르면 애플은 "iOS5 기반의 모바일기기(아이폰4S) 일부가 예상보다 적은 배터리 수명을 나타냈다"며 "배터리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버그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몇 주안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아이폰 사용자는 꾸준히 짧은 배터리 수명에 불만을 제기했다. 심지어 차기 아이폰에서 가장 바라는 점이 긴 배터리 수명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이폰4S에서 배터리는 개선되지 못했다. 애플은 아이폰4S를 출시하면서 3세대(3G) 망에서 8시간 통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아이폰4 7시간 △아이폰3GS 5시간보다 개선된 수치다. 하지만 대기시간은 200시간으로 아이폰4나 아이폰3GS의 300시간보다 짧다. 

게다가 실제 아이폰4S를 구매한 사용자는 배터리 수명이 예상보다 짧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각종 IT블로그에는 위치기반 서비스를 사용하지 말 것, 알림 제한 등 아이폰4S 배터리 소모를 줄이는 다양한 방안을 조언하기도 했다.



이 뉴스 자체는 별다른 의견이 나오기 힘들다. 그냥 ‘지식’에 가깝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쓰는 사람에게는 ‘아, 그렇구나. 업그레이드 함부로 안해야겠다.‘ 혹은 ‘업그레이드 했는데 어쩐지... 패치 나오면 꼭 적용해야겠다.‘ 정도의 교훈밖에 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사례를 비교해보며 잘 생각해보자. 그것은 애플이 아이팟을 개발하던 초기에도 바로 이런 배터리 버그에 시달렸다는 사실이다. 아이팟은 초기에 사용하지 않아도 배터리가 조기방전되던 버그 때문에 발매가 무기연기되었고 나중에야 간신히 해결되어 발매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로 애플 내부에서도 그리고 외부에서도 배터리 문제에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애플 iOS5 배터리 문제, 어떻게 봐야할까?

배터리 문제의 원인은 사실 파고 들면 매우 간단하다. 기계는 사람보다 정직하다. 배터리 자체의 품질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배터리가 과하게 소모되는 원인은 기기가 적절할 때 전류를 차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외부에서 요구하니까 전류를 공급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왜 적절하지 못할 때 배터리에 전류를 요구하는 지 그 원인이 문제다. 이전 아이팟 때는 기기가 실제 동작하지 않을 때 대기전류를 관리하는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번 iOS에서 문제가 되는 건 위치기반 서비스인듯 싶다. 수시로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해서 알려주는 부분에서 시스템을 쓸데없이 작동시켰던 것이다.

그런데 이 위치기반 서비스는 전에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 애플이 구글과 함께 과도한 위치정보를 수집한다는 부분이다. 알다시피 구글 안드로이드와 달리 애플은 단일 하드웨어와 운영체제의 수정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애플이 이처럼 집요하게 위치정보를 탐낸다는 게 문제다. 

설령 배터리소모가 좀 더 있더라도 위치정보를 보다 자주 세부적으로 파악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건 보다 정교한 사용자정보를 이용해서 광고와 마케팅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또한 더 심도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다는 것인데 애플의 욕심이 드러나는 일이라고 하겠다. 하드웨어를 단지 비싸게 파는 것만이 아니라 그 후에도 사용자 위치정보로 추가수익을 더 많이 내겠다는 의도다. 그리고 과한 배터리 소모는 그 과정에서 나온 실수인 듯 싶다.


문제는 사용자가 보다 많은 배터리 수명을 가질 권리와 애플이 그걸 줄여가며 수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이 맞춰지느냐 하는 것이다. 이번 배터리 문제는 그런 균형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듯 싶다. 단순히 위치정보 서비스를 끄고 켜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파악하더라도 배터리 소모를 덜 시키며 정밀도를 희생할 수도 있는 등 방법은 많다. 그걸 애플이 원하느냐 아니냐가 핵심이다. 과연 어떻게 될까? 패치가 이뤄진 후 위치정보 수집 항목의 성능을 주의깊게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