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종종 강자의 횡포라는 게 있다. 막강한 위력을 바탕으로 압력을 행사하거나 실제적인 해를 가하는 것은 약자의 입장에서 볼 때 너무도 무서운 일이다. 그런데 횡포라는 건 당연하지만 힘이 있어야만 부릴 수 있다. 힘없는 자가 횡포를 부린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혹은 전세계에서 애플은 사실 강자였던 경우가 거의 없었다. 애플2 컴퓨터를 갓 만들었을 때는 IBM이란 엄청난 회사의 무게에 시달렸다. 매킨토시를 만들무렵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DOS에 밀리고 있었다. 잡스가 막 돌아와 애플을 회생시키려 할 때는 소니가 노트북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했다. 갓 아이폰을 내놓았을 때는 노키아와 삼성이란 공룡들이 버티고 있었다.



애플은 결국 이 모든 회사를 상대로 경쟁했고 지금은 당당한 강자가 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비록 죽었지만 그는 평생의 소원을 이뤘다. 지금의 애플은 크고 강하며 아름답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강자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일까. 애플은 이제 온전히 보호받으며 성장시켜야 할 단계를 지났다. 애플의 서비스 하나하나가 이제는 한 국가, 나아가서는 전세계 시장의 판도를 바꾸게 되었기 때문이다. 애플의 게임 카테고리에 관한 뉴스를 하나 보자.(출처) 


애플이 전격적으로 앱스토어 한국 계정에 게임 카테고리를 오픈했다. 이로써 국내 이용자들도 해외 계정으로 접속하는 등 편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의 스마트폰 게임을 이용할 수 있게 돼 관련 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은 그간 한국의 게임 사전심의를 수용할 수 없다며 글로벌 시장 중 한국에만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었다.



애플은 2일 앱스토어 한국 계정의 게임 카테고리를 오픈, 총 6만개에 달하는 게임들을 출시했다. 게임은 4세 이상 이용가, 9세 이상 이용가, 12세 이상 이용가, 17세 이상 이용가 등 4개 등급으로 구분돼 선보였는데 이는 한국의 등급분류 기준(전체 이용가, 12세 이상 이용가, 15세 이상 이용가, 청소년 이용불가) 체계와는 다른 것이다.

한국 정부가 법개정을 통해 오픈마켓 모바일게임의 경우 사전 심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애플의 등급분류 체계대로 한국에 서비스해도 좋다고 양보한 결과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구글의 게임 카테고리 개방이 보다 빠를 것으로 관측됐으나 그간 소극적이었던 애플이 `선수'를 쳤다"며 "애플의 신속한 결정은 한국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폰의 점유율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콘텐츠 활성화 경쟁에서 뒤처져선 안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재미있는 일이지만 애플은 아이폰을 내놓기 전 게임에 가장 취약했다. 매킨토시로 대표되는 주력 컴퓨터는 예술가와 출판사, 디자이너 들에게 사랑받는 도구였다. 도구였을 뿐 장난감이 되지 못했다. 특히 고해상도의 3D그래픽 렌더링이 필요한 대작 게임에서 애플은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했다. 스타크래프트나 WOW 등 온라인 게임의 매킨토시판은 항상 성능이 불완전하거나 아예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판도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인해 바뀌었다. 작고 간단한 게임만으로 비교적 쉽게 대박을 낼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 성행하게 되었다. 핀란드의 한 기업이 만든 앵그리버드는 천문학적인 수입을 벌어들이는 게임이지만 막상 그 내용은 폭탄새가 자기 몸을 새총으로 날려 돼지를 퇴치하는 공던지기 게임 정도다. 컴퓨터라면 플래시를 이용해 간단히 구현한 무료게임 정도의 수준이다. 그걸 가지고도 돈을 벌었다.

한국게임제작사도 그간 의욕있게 뛰어들었다. 그러나 한국의 독특한 게임심의제도는 게임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게임은 사전에 심의등급을 받아야했고 애플에게 한국시장의 협소함은 아예 게임 자체를 서비스하지 않는게 이익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애플은 왜 한국에서 게임 카테고리를 열었나?



하지만 결국 애플은 전격적으로 게임 카테고리를 열었다. 그 과정에서 심의에 대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 팀쿡이 잡스를 대신해서 결단을 내린 결과일 지도 모른다. 어쨌든 한국에서는 안드로이드가 더 먼저 게임 카테고리를 서비스할 거란 예상을 뒤엎고 애플이 기민하게 시작했다.

어차피 게임 카테고리 서비스 자체는 시간문제일 뿐 안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제까지 변칙적으로 엔터테인먼트로 서비스하던 자체가 비정상이었다. 어떻게 보면 강자의 횡포라고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폰이 한국 게임시장을 전부 가져가는 것은 애플로서 원하지 않는 일이다. 

게다가 더 중요한 점이 있다. 한국이 온라인 게임과 게임방송에 있어 세계적인 명성과 노하우를 가진 강국이란 점이다. NC소프트와 넥슨을 비롯한 한국 온라인 게임회사는 전세계를 노리고 대작게임을 쏟아낸다. 한국의 게임방송은 전업 프로게이머를 만들 정도로 발달했다. 이런 나라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애플이 장기적으로 게임 플랫폼 업자로 영역을 넓히려면 한국 게임업체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영역이다.


따라서 이번 애플의 판단은 지극히 현명하고도 당연하다고 하겠다. 이번 서비스 확대를 시작으로 맥앱스토어도 같은 서비스 개방을 하길 바란다. 또한 애플의 게임 카테고리에 한국의 우수한 게임업체가 적극적으로 한글화된 게임을 올려서 크게 성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