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요 프로그램 가운데 ‘나는 가수다.’를 보자. 이 프로그램의 다소 독특한 점은 한 곡을 가지고 이른바 중간평가를 한다는 점이다. 일단 원곡을 가지고 와서는 한번 가수들 앞에서 선보이고 그 결과를 토대로 수정하거나 편곡을 전면적으로 다시 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전혀 다른 충격적이고도 훌륭한 곡이 태어나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운영체제 윈도8을 놓고 벌써부터 IT업계에서 많은 주목을 하고 있다. 윈도 시리즈의 점유율을 놓고 볼때 분명 어떤 형태로든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한 운영체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미 개발자용 버전이 나와있어 다운로드만 받으면 직접 써볼 수도 있다.




엄밀히 말해서 윈도8은 아직 완성되어 출시된 제품이 아니다. 마치 나가수에서 1차편곡을 마치고 나온 결과물 정도다. 어쩌면 다시 전면수정을 거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보여줄 반응은 매우 중요하다. 청중평가단의 역할을 우리가 해야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만일 영 아니라면 단호히 ‘꼴등’을 주어 탈락될 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해줘야 한다.


얼마전 디지털타임스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 새로 나온 윈도8에 대해 사용경험이 있냐고 물으면서 평가를 말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나는 아직 개발자용이라 안정성이 너무 떨어지는 탓에 아직 써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서는 몇 가지 소식에 근거한 평가를 말했다. 바로 그 부분이 기사로 실렸다. (출처)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태블릿 서바이벌 경쟁' 제하의 기사를 통해 "윈도8은 출시 전부터 `윈도95 이후 최대로 잘 다듬어진 제품(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 `업계를 뒤흔들 만 한 출시가 될 것(타임)' 등 언론의 긍정적인 기대감 속에 베일을 벗었다며 `메트로 스타일'이라 불리는 특유의 타일 스타일 인터페이스가 아이패드의 스크린에 필적할 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최근 기사에서 MS가 새 OS를 필두로 태블릿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쟁사들이 주춤하는 사이 애플이 `아이패드'를 내세워 태블릿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윈도8이 사실상 태블릿 시장을 정조준해 출시된 만큼 시장의 상황이 한층 흥미로워졌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MS가 윈도8과 함께 다시 `게임'의 한복판으로 돌아왔다"는 말로 현지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안병도 IT 평론가는 "아이패드가 버티는 기존 태블릿 시장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디자인과 인터페이스가 좋다고 시장을 파고 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HP의 태블릿PC가 앱 개발환경을 잘 구현하지 못해 개발자들에게 외면당해 결국 실패했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교적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짧게 압축해서 실렸다. 여기서 우선 윈도8의 대표적 특징을 짚고 넘어가자.




1 . 이번 윈도8은 통합운영체제다. 즉 종래의 데스크탑과 노트북, 태블릿을 아우른 기기에서 모두 쓸 수 있다. 윈도7을 대체하도록 기대하는 차기 제품이다. 종래의 인텔계열인 X86칩 말고도 ARM 계열에서도 쓸 수 있다. 


2 . 인터페이스와 앱 역시 마우스를 이용한 종래 데스크탑 형식과 터치스크린 중심의 태블릿 인터페이스를 전부 지원한다. 전환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뉴스를 보면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다. 정작 이런 윈도8의 데스크탑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오로지 태블릿에만 초점을 맞췄다. 스마트폰 역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중심은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태블릿이다. 이게 중요하다.


윈도8, 진짜 승부수는 어디에 있는가?


1 .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시리즈의 PC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좋든 나쁘든 사용자들은 쓸 수 밖에 없다. 새 노트북에 의무적으로 파는 일종의 강제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그러니 윈도8은 PC쪽에서는 일정부분 성공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일지라도 윈도8을 거부한 사용자는 윈도7이나 윈도XP를 쓸 것인데 어차피 같은 회사 제품이다. 실패해도 위험이 거의 없다.


2 . 마이크로소프트가 정말로 이번 윈도8을 통해 노리는 적은 태블릿이다. 그것도 단 하나, 아이패드가 장악한 시장이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오히려 별로 적수가 아니다. 아이패드가 너무도 절대강자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윈도8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이패드를 끌어내리고 태블릿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만든 운영체제다.




3 . 윈도8이 아이패드를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여러가지가 있다. 미려한 인터페이스와   쾌적한 반응속도, 보다 진보한 전원관리능력 등이다. 이런 것들은 지금 대부분 해결된 듯 보인다. 8초안에 부팅되고 메모리 점유도 줄어들었으며, 메트로UI의 독창성과 편의성은 거의 인정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승부수는 이게 아니다.


4 . 가장 중요한 건 호환성이다. 위의 장점을 다 유지하면서도 기존의 X86용으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를 어디까지 쓸 수 있는가?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지원하던 기능을 어디까지 지원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소비자들은 지금 윈도8 태블릿에서 MS오피스와 어도비 포토샵을 바로 실행하고, 플래시를 쓸 수 있기를 원한다. 그것은 바로 아이패드가 가져다주지 못했던 부분이다. 차라리 액티브엑스는 상관없다. 지원하지 않아도 저절로 없어질 기술이다. 




5 . 그러니까 윈도8의 진짜 승부수는 아주 간단하다. 기존 윈도용 프로그램을 어느정도까지 수정없이 깔끔하게 돌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단 하나다. 그걸 잘 할 수 있으면 성공하고 없으면 실패한다. 나머지 요소는 그냥 장식일 뿐이다.


현재까지 들려온 몇몇 뉴스와 사용기에 의하면 이번 개발자용 윈도8은 문제가 있다. 우선 태블릿용 메트로UI 상태에서는 플래시를 사용할 수 없다. 데스크탑용 UI로 전환해야만 한다. 또 하나, ARM 칩을 이용한 태블릿 버전에서는 종래의 데스크탑용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쓸 수 없다는 관계자의 발언이 있었다. 코드통합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란 의미다. 가상머신 등을 이용한 실행도 안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상태로 내가 나가수처럼 중간평가 점수를 준다면 윈도8의 점수는 ‘꼴등’이다. 애당초 태블릿 하나가 목적인데 그걸 장악하기 위한 승부수인 호환성을 보장할 수 없다면 무엇도 소용없다. 유감이지만 관중이 바라는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가수는 혼자 열심히 불러봐야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다행히 아직은 2012년인 출시기간까지 시간적 여유가 좀 있다. MS에서 뻔히 결과가 예견되는 방향으로 걸어가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대로라면 윈도8은 데스크탑에서는 성공, 태블릿에서는 참패다. 그것이 원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윈도7이 충분히 성공하고 있다. 윈도8이 확실히 승부수를 갖춘 모습으로 출시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