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연말이 되면 거리에서 춥고 외로운 사람들을 돕자는 모금운동을 볼 수 있다. 구세군의 자선냄비를 비롯해서, 많은 자선단체들이 소외된 이웃을 위한 따스한 사랑을 실천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쪽에서는 가족과 함께 풍요하고 따스한 연말연시를 맞는데, 다른 쪽에서는 당장 먹을 것도 없고, 함께 있어줄 가족도 없다면 정말 서러울 테니까 말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 스마트폰 업계에도 이런 소외된 이웃(?)들이 있다. 그것도 예전에는 참 잘 나갔던 업체들이다. 현재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가 경쟁하며 서로 얼마나 팔렸는지, 시장점유율은 어떤지를 가지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한 편에서는 아예 논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구석에서 조명도 못받고 있는 스마트폰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MS의 윈도7폰, 림의 블랙베리폰, 노키아의 심비안폰 을보자. 이들은 분명 숫자로는 의미있는 점유율을 차지함에도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의혹속에 판매도 부진하고, 논의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억울할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가장 힘이 있는 회사인 MS는 많이 억울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 춥고 배고픈 소외를 참지 못했나보다. 최근 연이어 안드로이드폰에 대한 특허권 소송을 제기하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출처)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삼성전자에 거액의 로열티를 요구하고 나섰다. 7월 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MS는 최근 삼성전자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휴대전화 1대당 10달러의 특허 사용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안드로이드 OS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이 OS를 써서 스마트폰을 만드는 제조사들에 판매 대수에 따라 특허 사용료를 요구하고 있다. 대만의 HTC는 지난해 4월 이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1대당 5달러의 로열티를 MS에 주기로 합의했다. 안드로이드 OS는 구글이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다. 하지만 OS를 사용한 데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각 제조사가 지도록 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OS로 올리는 수입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상 책임 또한 없다는 것이 구글의 논리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126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이중 90%가 안드로이드 OS를 쓰고 있기 때문에 대당 10달러씩 로열티를 줄 경우 분기당 1200억원이 넘는 특허 사용료를 내야한다. HTC와 같이 5달러를 준다 해도 약 600억원을 MS에 줘야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MS와의 로열티 관련된 내용은 결정된 바없다"고 밝혔다.

우선 이 기사를 쉽게 배경지식을 포함해 압축해보자.



1) 우리가 쓰는 삼성 갤럭시 시리즈나 엘지의 옵티머스 등의 안드로이드폰은 구글이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해서 만들어진다.

2)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공개된 운영체제인 리눅스를 기반으로 그 위에 공개 인터프리터 언어인 자바를 변형한 엔진을 써서 만들었다.

3) 구글은 이렇게 만든 안드로이드를 각 단말기 회사에 일정한 조건을 걸어 무료로 나눠준다. 그래서 법적인 책임을 피하고 있다.

4) 그런데 안드로이드가 훌쩍 성장해서 아이폰과 2강 체제를 이루게 되자 여기서 밀려난 다른 회사들이 돈과 회사전략에 따라 구글, 혹은 각 단말기 회사에 특허권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여기까지가 바로 현재의 진행과정이다. 처음에 나는 이 문제를 그다지 심각하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좀 생각이 달라졌다. 안드로이드 진영은 지금이 가장 큰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아예 완벽하게 시장이 커져서 컴퓨터에서의 윈도우 만큼의 점유율이 나온다면 모를까, 적당히 성장해있기에 돈 나올 곳도 있으면서 아직은 조직적인 힘이 부족한 지금이 이런 공격에 가장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안드로이드폰 진영에서 가장 잘나가는(?) 삼성으로서는 가장 문제가 심각하다.

안드로이드의 위기, 삼성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엄밀히 말하면 사실 이 사건들 자체는 위에서 풍자한 헤프닝에 불과하다. 연말연시를 맞아 소외된 이웃처럼 스마트폰 열풍에서 소외되어 삐진 MS가 자기에게도 관심을 달라고 벌이는 이벤트에 가깝기 때문이다. MS의 전략은 이런 식으로 안드로이드진영에게 경고를 보내고, 동시에 윈폰7을 만들어 팔아달라고 강제하려는 것이다.

즉 안드로이드를 팔아도 결국 자기에게 돈을 주게 될 테니, 차라리 윈도폰7을 만들어 팔면 귀찮지도 않고 또한 자기에게 돈을 주니까 좋지 않겠냐는 뜻이다. 하지만 단말기 제조사로서는 인기도 없는 윈폰7을 떠안기도 싫고, 설령 많이 팔아봤자 MS의 시장 지배력만 높여줄 뿐이다. 지금은 단지 소외된 이웃인 MS가 주목 받는 사장님이 되어 역시 돈을 더 달라고 하는 상황이 올 뿐이다.

그렇다면 삼성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사실 눈에 보이는 외형적으로는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다. 삼성이 이 소송 때문에 갑자기 안드로이드폰 제조를 포기할 리도 없다. 소송에서 이기든 지든 갤럭시 시리즈는 시장에 나온다. 다만 윈도폰7 단말기 제조를 약간 하는 조건으로 배상금을 깎을 가능성 정도가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 소송을 계기로 삼성에서는 자체 운영체제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느낄 것이다. 물론 기존에 삼성이 만든 '바다' 가 있긴 하다. 그다지 힘을 못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계속 커간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결국 삼성은 애플처럼 자체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같이 결합시켜 판매하는 전략을 추진할 확률이 높다.

문제는 역량이다. 하드웨어는 단기간에 따라갈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그게 힘들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앞으로 수십년 뒤에야 결실이 나올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아마도 기존 업체의 인수가 될 것이다. 삼성은 이미 국내 업체 가운데 독자 운영체제를 만들려다 실패한 업체 하나를 인수했다.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괜찮은 운영체제를 가진 기업이 매물로 나올 때 삼성전자의 동향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어쨌든 삼성의 전략에는 본래 '패배'란 말이 없다. '승자'에 가담하는 것이 전략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구글과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도 아니고, 단지 애플이 아이폰을 라이센스 주지 않기에 그 다음으로 주목받는 안드로이드를 채택했을 뿐이다. 소외된 이웃 MS의 윈도폰7이 시장에서 승자가 된다면 주저없이 그쪽으로 갈아탈 것이다.

지금 삼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삼성은 말을 모는 기수이고 운영체제는 단지 갈아타는 말일 뿐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 말이 자꾸 말썽을 부리는 사태가 일어나기에 자기가 한번 말을 길러볼까 고민하는 단계다. 과연 소외된 이웃의 소송이 삼성의 독자 운영체제 강화로 이어질 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