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말해 나는 애플에 대해 비판적 지지자에 가깝다. 즉 애플이나 스티브 잡스를 무분별하게 찬양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애플의 장점을 무시하지도 않으며 저주하지도 않는다. 냉정하게 애플의 업적을 인정하고, 또한 다른 경쟁업체의 분발을 촉구할 뿐이다. 모두가 같이 훌륭한 기업이 될 수만 있다면 한쪽만 살아남고 나머지가 다 망하는 것보다는 소비자에게는 훨씬 이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후 사진출처 : 인가젯)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가 그렇듯 온건한 비판자나 지지자는 양쪽에서 비난받기 마련이다. 나는 종종 애플 팬보이에게 삼성 알바란 소리를 듣는데, 또 다른 한쪽인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변형된 애플 찬양론자란 이야기를 듣는다. 그만큼 중간에 서서 균형을 잃지 않고 보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애플에서 어떤 새로운 발표나 뉴스가 나오면 내 분석을 듣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내가 제시하는 시각이 그나마 양극단에 선 천편일률적인 분석보다는 새로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번 스티브 잡스의 새로운 발표에 대해 내가 직접 하나씩 분석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하다.

애플이 새로 발표한 아이클라우드를 두고 말이 많다. 한쪽에서는 애플이 드디어 클라우드에서도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열광한다. 한편에서는 하등 새로울 것도 없는 서비스를 내놓은 것에 불과하며 오히려 혁신이 부족했기에 다음날 애플 주가가 떨어진 것이라 평가한다. 또 다른 곳에서는 애플의 몇몇 기술이 오히려 상대진영인 안드로이드와 MS의 것과 흡사하다는 이유로 이번엔 애플이 표절자의 덫에 걸렸다고도 평가한다.

과연 어떤 것이 옳은 시각이며 보다 미래를 위한 분석일까. 우선 아이클라우드에 대해 비교적 침착하게 소개한 기사를 하나 읽어 보자. (출처)



애플기기 사용자만을 위한 '아이클라우드(iCloud)' 서비스는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일단 국내 클라우스 서비스 업계는 ‘아이클라우드’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이미 국내에서는 사용되고 있는 서비스라며 큰 걱정을 하지 않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애플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비롯, 기술, 제품을 출시했을 때의 영향을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사실, 아이폰, 아이패드 사용자가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를 이용하려면 복잡한 가입절차를 거쳐야 한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PC와의 호환을 위해 별도의 설치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클라우드는 iOS 사용자라면 별도의 작업 없이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무선랜만 연결돼 있다면 곧장 연결이 가능하다는 것이 애플 측의 말이다. 연결 후에는 사용자 주소록 관리 서비스 '모바일미'를 포함, 모든 애플 단말기 데이터를 PC 없이도 보관할 수도 있다. 또 애플기기로 찍은 사진과 애플리케이션, 전자책 등이 자동으로 동기화되며, 단말기 데이터와 OS까지 백업을 받을 수 있다.

우선 클라우드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가장 간단하게 설명해보자. 클라우드 서비스란 단말기와 연결된 중앙컴퓨터의 서비스를 말한다. 정보의 저장, 처리, 보안을 모두 사용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중앙 컴퓨터가 해주는 서비스다. 사용자는 단지 인터넷에 연결된 단말기를 통해 명령을 내리고 처리된 결과물을 쓰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클라우드다.


실상 새로운 개념이 전혀 아닌 이 클라우드에 대해 애플은 자사의 모든 제품과 연결해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 서비스를 발표했을 뿐이다. 그런데 왜 이것만으로 뉴스에 나오고 업계가 들썩거릴까? 그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애플의 아이클라우드, 모두 주목하는 이유는?

사실 애플이 무슨 도깨비 방망이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남들이 이미 다 알고 있으며 일부 하고 있는 서비스가 클라우드다. 구글이 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일부 하고 있다. 그럼에도 애플이 자랑스럽게 아이(i)란 글자까지 붙여가며 공개한 이 발표의 핵심은 사실 구체적인 서비스 몇몇이 아니라 스티브잡스가 말한 클라우드의 발전 개념이다.

새로운 애플기기를 구입할 경우에도 애플 계정만 가지고 있으면 아이클라우드 내에 저장돼 있는 기존 정보를 내려 받을 수 있다. 이용요금도 물론 무료다.
스티브 잡스는 "이제는 모든 기기에서 음악과 영상을 저장하고 즐기고 있다"면서 "이 모든 자료를 일일이 동기화하는 것은 정말 성가신 일이다. 많은 사람이 클라우드를 하늘에 떠 있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이상을 제공할 것이고 모든 동기화는 스스로 일어난다"라고 아이클라우드 서비스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될 말은 '많은 사람들이 클라우드를 하늘에 떠 있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이상을 제공할 것이고' 란 부분에 있다. 이것이 바로 정확히 문제의 본질을 짚은 말이다. 클라우드에 대해 업계가 너무도 고민이 적었다는 것이 문제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본질은 단말기를 그저 입출력 기기로만 쓰고 나머지 편리한 모든 처리를 대행해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 업계는 '모든 처리' 가 아니라 단지 '기억용량 제공' 정도로만 좁게 해석해서 운영했다. 막말로 기존의 불법복제의 온상이던 웹하드 업체들이 클라우드시대를 맞아 죄다 클라우드 서비스업체라고 업종만 바꿔 다시 등록한다는 말까지 있다. 그 정도로 만만하게 보였던 것이 클라우드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저 인터넷에 연결된 하드디스크만 제공한다는 단순함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스티브 잡스의 말 가운데 '우리는 그 이상을 제공할 것이다.' 라는 것이 핵심 주목대상이다. 저장공간 이외에 자동적인 동기화(백업) 기능과 함께 데이터의 자동처리, 분류, 이용자 간의 공유, 자동적인 자료수집과 저장 등 생각해보면 지능형 맞춤 서비스로서 클라우드가 창출할 수 있는 가치는 매우 많다. 애플은 새로 클라우드 서비스르를 하면서 다른 업체들이 전혀 발상의 전환을 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 그곳을 파고 들려하고 있다.

정리해보자. 애플의 아이클라우드 자체는 한국에서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할지도 모른다. 좀더 비약하자면 해외에서도 단지 애플 사용자 일부만 이용하는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애플은 확실히 클라우드 업계 전체의 변화와 혁신에 불을 당기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클라우드의 개념을 단순한 저장에서 보다 지능형 서비스에 가까운 개념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다. 즉, 애플이 장차 내놓을 '하드디스크 이상의 그 무엇인가' 가 대체 무엇이며 어떤 파급력을 가져올 지에 숨죽여 주목하고 있는 것이 경쟁업체다.

경쟁업체는 애플이 던져놓은 화두에 고민하면서 좀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려 할 것이고 결국 소비자의 이익으로 돌아온다. 이런 좋은 충격과 상승효과를 가져오는 것, 이것이 바로 애플의 최고 가치이며 찬양받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애플의 아이클라우드를 모두가 주목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