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흔히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있다. 워낙 정부 정책이 역효과를 내거나 제대로 효과를 못내다보니 그렇다. 부동산 정책만 해도 그렇다. 정부 정책과 반대로 갔던 사람이 오히려 이득을 봤다고 하다보니 정책은 늘 조롱이나 비웃음 거리가 되곤 한다.

최근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 시장의 발달, 아마존과 전자책 단말기 킨들의 선전으로 인해 종이책 시장이 위험하다. 시장이 급속히 전자책으로 넘어가는 분위기가 생겼는데 업계나 작가, 유통업체 모두가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혼란속에 서로가 서로에게 '다음에는 어떤 변화가 올까요?' 라고 묻는 실정이다.


따라서 아무도 제대로 된 정책을 정부에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부도 무슨 정책을 섣불리 내지 못했다. 자칫하다가는 '가만 있는게 도와주는 거요.' 라는 말이나 들을 게 뻔하니 쉽게 뭘 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전자책은 곧 출판계의 미래고, IT로 대표되는 한국의 미래 문화산업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의 진흥책이 이번에 발표됐다. (출처: 연합뉴스)

전자책에도 출판권이 설정되고 종이 책과는 다른 별도의 도서정가제 기준이 마련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6일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2011년 출판문화산업 진흥 정책'을 발표했다.

문화부는 전자책의 안정적 출판을 위해 전자책에도 출판권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전자책의 특수성을 반영해 기존 도서정가제와 다른 기준을 적용하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자책 콘텐츠 확충을 위해 출판사가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기획ㆍ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펴고 전자책 제작ㆍ변환 솔루션을 업계에 무료로 배포키로 했다.

이와 함께 1인 출판사 및 영세 출판사를 위해 전자책 제작 장비와 프로그램을 갖춘 공동제작센터를 운영하며 1만1천752자의 모든 한글을 구현할 수 있는 전자책용 공용 서체도 보급할 계획이다.

인터넷 서점과 대형 서점에 밀려 존폐 위기에 놓인 지역 서점이 지역사회의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저자초청 강연회, 지역 문화인과의 만남 등 다양한 행사 개최를 지원키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올해 50여개 지역 서점을 선정해 500만∼3천만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여러 가지 항목에서 다양한 지원책이 강구된 모양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지원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 지 생각해보았다. 지원책이란 사실 농사로 치면 화학비료다. 적당히 치지 못하면 땅이 황폐해지고 의존성도 생긴다. 또한 적당히 쓰더라도 부작용은 반드시 있다.

1) 전자책을 종이책의 연장에서 보고 기존 출판사의 역할을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도서정가제와 다른 기준으로 파격적 할인이나 공짜 마케팅을 가능하게 해주는 쪽으로 간다.


이 부분은 맥락을 잘 짚은 편이다. 어차피 전자책은 앞으로 애플의 앱스토어와 비슷한 환경에서 무한경쟁을 벌여야 한다. 앱스토어는 0.99달러와 오늘만 무료, 기간 한정 할인 등 많은 다양한 판촉 행위가 허용되고 권장된다. 그 안에서 전자책도 하나의 컨텐츠로서 경쟁해야 하니 도서정가제 같은 아날로그 시대의 법칙이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기존 출판사 위주로 지원책이 벌어지면 전자책이란 특이성을 노리고 의욕적으로 들어온 새로운 업체들이 역으로 불리할 수도 있다. 앞으로 전자책은 책이란 특성과 멀티미디어로서의 전자적 특성을 동시에 이용해야 한다. 특히 잡지는 더욱 심하다. 그런 면에서 이 진흥책이 너무도 '책'이란 수단에만 얽매이지 않았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2) 영세출판사를 위한 지원과 전자서체의 보급은 나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해보면 약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전자서체쪽은 정부보다 사실은 민간업체에서 경쟁을 하며 할 일이기도 하다.

영세출판사- 이 문제는 좀 잔인하지만 전자책 시대가 되면 영세출판사는 거의 설 자리가 없다. 왜냐하면 유통수단으로서의 출판은 이미 개인이 너무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프로모션에 가까운 관리와 컨텐츠 제작부터 참여하는 형태로 가야만 한다.

쉽게 말해서 옛날에 개인이 책을 만들수도 없고 유통시킬 수도 없던 때에는 그냥 책만 내준다면 어떤 출판사든 상관없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전자책 시대에는 인터넷에서 변화 프로그램을 쓰는 방법을 배워 앱스토어, 아이북스(애플의 경우) 등에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올리고 유통시킬 수 있다. 수금도 애플이 다 해준다.


그러니 유통수단만 간신히 확보한 영세출판사의 생존의미가 거의 없다. 전자책 제작, 변환 솔루션의 무료보급은 영세출판사보다는 오히려 작가 개인에게 직접 공급하고 교육하는 편이 더 났다.


3) 지역서점을 직접 지원해 부흥시키기로 한 건 원칙적으로는 좋은 조치다. 그러나 방법에서는 의문이 남는다. 저자 초청 강연회나 지역 문화인과의 만남 같은 행사는 나름 겉보기에 좋고 아주 일시적인 효과로는 좋다. 그러나 과연 지역서점을 장기적으로 살리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오히려 내 생각에는 지역서점을 전자 출판쪽의 시범지역으로 지정해서 정책적으로 키우는 게 좋지 않을까. 전자책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집안에서 인터넷으로 책을 다운로드 보는 것만을 원하지 않는다. 아날로그적인 책을 보면서 전자책을 즉석에서 구입해서 단말기에 넣을 수 있는 문화적 솔루션이라든가, 여러 전자책과의 결합 행사를 지방에서 먼저 해나가는 건 어떨까.



어쨌든 이번 정부의 출판 진흥정책 가운데 전자책 항목은 다소 아쉬운 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바람직하다. 추후 예상되는 부작용과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더 좋은 진흥책이 나왔으면 한다. 이것은 내가 IT평론가로서 뿐만 아니라 한 명의 소설가로서도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