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흔히 중개업자의 역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얼마전 배추값이 폭등했을 때만 해도 그렇다. 기후변화를 비롯한 여러 이유가 꼽히는 가운데 중간 유통업자들이 값이 오를 거라 믿고 사재기를 해서 그렇게 됐다는 언급이 많았다. 또한 농산물을 중개하는 이들이 중간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그런데 중개업자 자체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서로의 이익 때문에, 혹은 혼란스러운 시장상황 때문에 꼼짝도 못하고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양쪽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서 혼란을 수습하고 거래를 알선해주면 막혔던 것이 확 뚫리듯 시장 자체가 형성된다.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이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중개업자는 그 알선의 대가로 수수료를 챙기게 된다. 이것이 정상적인 중개업자다.

아이팟과 아이튠스로 온라인 음악시장에 뛰어든 애플이 시도한 것이 바로 이런 중개업자 역할이었다. 불법복사의 위험 때문에 MP3 음악 자체에 적대적이던 음반업계와 제대로된 가격의 온라인 음악을 구할 길이 없어 불법여부를 떠나 P2P서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던 소비자 사이를 중개해준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한편으로 소비자를 위한 기기인 아이팟의 생산자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헐리우드 영화산업의 한 축인 픽사의 대주주라는 입장을 절묘하게 이용했다. 양쪽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아이튠스의 대성공은 애플을 부흥시켰다. 잡스는 이어서 아이폰용 앱시장을 같은 방식으로 열어서 역시 성공했다. 아이튠스는 애플 티비를 앞세워 동영상과 스트리밍 방송 컨텐츠에도 진출했다. 그리고는 아이패드와 함께 아이북스란 전자책 시장에도 같은 방식을 도입했다.



요컨대 컴퓨터와 연관되어 혼란스러운 시장상황에 놓여있는 컨텐츠 분야가 있다면 애플은 어김없이 아이튠스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는 슈퍼맨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이번에 애플은 언론, 그러니까 온라인 신문 시장에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려 하고 있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과 애플이 손잡고 만든 태블릿 언론 '더데일리'가 마침내 창간을 알렸다. 미국 씨넷은 2일(현지시간)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을 비롯해 각 미디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뉴욕 구겐하임 박물관에서 창립식을 개최하고 '더데일리' 창간 및 향후 운영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더데일리'의 1년 구독료는 39.99달러(한화 약 4만 5천원)이면 매일 100페이지 분량의 뉴스 및 정보가 제공된다. 또한 1주일 구독료는 99센트(한화 약 1천 100원)로 책정됐다. 또한 '더데일리'에는 HD급 동영상과 360도 회전이 가능한 사진이 삽입되는 등 태블릿 특유의 기능을 살린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기존 신문 매체와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초에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 가장 반긴 업계는 전자책 분야가 아니었다. 이쪽은 아마존을 비롯한 기존의 강자들이 나름 잘 운영해나가던 곳이라 애플의 도움이 절박하지는 않았다. 가장 기뻐하며 기대한 곳은 온라인 미디어-언론 업계였다. 이쪽은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점유율이 떨어지며 뒤로 밀려나는 상황이었다.



아이패드, 언론 수익 모델을 만들 것인가?

이들이 태블릿, 그 가운데서도 특히 아이패드를 반긴 데는 이유가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점 사람들이 종이신문과 잡지를 보지 않는다. 또한 속보성이나 비용에서는 인터넷 포털과 뉴스서비스를 따라갈 수 없다. 기존의 수익모델이 무너지는 가운데 새로 어떻게 하면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물론 이 언론에게는 나름의 장점이 있다. 깊이있는 기사와 날카로운 분석력을 가진 필진과 함께 이제까지 쌓은 신뢰다. 단순히 기사의 질로만 따지면 승부해볼 만 하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결정적인 수단을 몰랐다. 어떻게 하면 온라인에서 유료독자를 확보하고 그들을 상대로 신문 컨텐츠를 팔 수 있을 지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런 미디어 언론에게 애플이 서비스를 제공해주겠다고 선언했다. 이대로 가면 기존의 미디어가 가지고 있던 서비스와 권력은 각각 온라인 뉴스업체와 개인 블로거들이 나눠 가지게 될 판이다. 그것을 용납하지 않고, 기존 언론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제안이다. 이에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은 마치 구원의 줄을 얻은 사람처럼 기뻐한 것이다.

아이패드는 이미 음악과 영상, 앱에서 성공적인 수익모델을 만든 애플의 제품이다. 따라서 아예 운영체제와 시스템 자체에 전자신문을 지원하는 새로운 기술을 넣으며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에 호응해서 '더 데일리'는 본격적인 아이패드 유료 신문으로 기운차게 출발했다. 이 시도가 성공하면 지켜보는 수많은 언론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다.



과연 애플의 이번 도전이 성공할 것인가? 성공 가능성은 분명 상당히 크다. 그러나 확신하기에는 이르다. 애플이 제안하고 루퍼트 머독이 호응한 이번 '더 데일리'의 창간은 기존관념과의 싸움이다. 온라인 뉴스는 당연히 무료라고 하는 사람들의 기존관념 말이다. 질 좋은 뉴스를 편하게 제공한다면 유료로도 볼 가치가 있는가. 아니면 차라리 무료를 찾아 수고를 더 들일 것인가. 이것이 바로 이번 언론 수익모델의 핵심이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단순히 종이신문을 아이패드로 옮긴 것이 아니란 점이다. 동영상과 회전 가능한 사진 등이 들어가는 등, 바뀐 미디어 환경에 따라 진화된 신문의 틀을 제시하고 있다. 이 정도 노력을 하지 않으면 결코 유료 독자들을 모을 수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무가지와 포털의 뉴스 서비스에 밀리고 있는 주요 일간지와 스포츠신문들 역시 아이패드와 태블릿이 새로운 언론의 수익모델을 만들어줄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에서 성공한다면 곧 한국에서도 보다 파격적이고 적극적인 시도가 이어질 것이다. 과연 아이패드가 또 한번 성공적으로 중개업자의 노릇을 할 수 있을까? 향후 추세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