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언한다는 것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IT에서는 굳이 용한 점장이를 찾아갈 필요도 없고, 저명한 미래학자를 모실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세상에는 거의 예외가 없는 여러가지 현상과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미래에는 지금보다 물건값이 비싸질 것이다.' 이 예언은 거의 90퍼센트 이상 들어맞는다. 전쟁 이나 공황 등으로 엄청난 디플레이션이 오지 않는이상 항상 자본주의 체제에서 물건값은 약간의 인플레이션에 의해 오르게 되어있다. 경제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을 하지 않는다면 항상 물건값은 해마다 물가상승률 만큼 오르니까 말이다. 연 5프로 정도의 물가상승률이라고 해도 10년 뒤면 물건값이 60퍼센트 이상 비싸진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가 예언을 하나 해보겠다.

1) 미래에는 스마트폰이 PC처럼 대중화된 일상제품이 될 것이다.

너무 뻔한 예언이다. 아마 핵전쟁이라도 일어나 인류가 석기시대로 퇴화하지 않는 이상 이 예언은 들어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좀더 진전된 예언을 해보자.

2) 일상제품이 된 스마트폰에 저가 제품이 출현할 것이다.

이것 역시 틀릴 확률이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 생활을 지배하는 모든 제품이 그런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한때 엄청나게 비싼 고급 취미 기기였던 PC가 바로 그렇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12월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운영체제를 제외하고 가격을 20만원대로 낮춘 넷북이 등장한 이후,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를 포함하고 가격을 20만원대로 낮춘 넷북이 출시됐다. 이는 최근 판매되는 고급형 MP3플레이어나 전자사전보다 낮은 가격이다.

지난달 대만 PC업체 에이서는 29만9000원에 `아스파이어 원 D255'을 출시했다. 리눅스 운영체제를 탑재했지만, 30만원대 벽을 깼다는 점 때문에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국내 PC업체 모뉴엘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7 스타터' 운영체제를 탑재한 넷북 `N01D'을 29만 8000원에 출시했다. 이 제품은 10.2인치 LCD와 인텔 아톰 D410 CPU, 1GB 메모리, 160GB 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갖췄다. 신용카드 혜택을 받으면 가격이 27만9000원에 불과하다. 회사는 해당 제품을 1000대 한정으로 판매할 예정이나, 윈도 운영체제를 탑재한 제품 가격 마지노선인 30만원대를 깼다.

한 브랜드 PC업체 관계자는 "노트북PC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PC업체들은 성능 외에 소재와 디자인 등을 통해 차별화 할 수밖에 없다"라며 "PC 부문도 인스턴트 패션처럼 적당한 제품을 구입해서 짧은 기간 사용하고 교체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10년 전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가격이다. 아무리 노동자를 착취하거나 생산관리를 철저히 해도 나올 수 없는 가격의 컴퓨터가 나왔다. 이젠 PC가 초기 MP3플레이어와 그다지 차이가 없는 가격 정도에 다다른 것이다.

그럼 마지막 예언을 해보자.



3) 미래에는 PC처럼 일반화된 초저가 스마트폰이 대형마트에서 팔릴 것이다.

이것 역시 그다지 틀릴 확률이 없는 예언이다. 아마도 저 위의 경우처럼 엄청난 저가의 '통큰 스마트폰'이 할인마트에서 팔릴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 생각해보자. 이런 초저가 스마트폰의 출현은 과연 소비자에게 이익일까? 자칫하면 산업 전반적인 활력감퇴와 사양산업화를 가져오지는 않을까?

어떤 물건은 반드시 싸다고 좋은 게 아니다. 자본주의의 냉혹함은 그것이 돈이 안된다고 여기면 어떤 투자도 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지금 PC의 발전이 다소 정체된 상태로 스마트폰과 태블릿만 엄청나게 발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처음 보는 편리한 기술에 신기함을 느낀 사람들이 앞다투어 비싼 돈을 내고 구입하고 앱을 정품으로 구입해서 쓰기 때문이다.


현재 PC 시장의 어두운 점을 보자. 표준화된 시장에서 지갑이 가벼운 사람들은 그저 이런 초저가 컴퓨터를 사서 운영체제를 불법복사해서 깔고, 그 위에서 역시 불법복사한 소프트웨어를 쓴다. 이것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의 이익처럼 보여도 결국 산업 전체의 쇠퇴를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누구나 정보기기로서 컴퓨터를 부담없이 사서 이용할 수 있다는 평등과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

초저가 스마트폰은 소비자에게 이익일까?

애플의 아이폰이 개척한 스마트폰 시장과 앱 시장, 아이튠즈의 컨텐츠 시장은 그런 면에서 매우 귀중한 모범사례다. 지금 활력이 넘치는 모바일 기기 시장은 애플에게 감사해야 한다. 역시 그 혜택을 입고 있는 소비자 역시 애플의 도움을 받고 있다.

초저가 스마트폰이 나온다면 대부분의 수익을 광고에서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짜로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익모델은 구글에게서 나온 것으로 역시 지금 모바일과 웹 시장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 모바일 시장은 구글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애플과 구글 두 회사의 수익모델은 공존하며 모바일 시장을 양분할 것이다.



초저가 스마트폰은 스마트폰산업 전체의 쇠퇴를 가져올 것인가? 이것이 문제다. 그것은 PC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일상재로 만들면 그 산업으로 몰리는 돈이 줄어든다. 시장의 성장이 멈추고 원숙기로 접어들 때 생기는 보편적인 문제다. 소비자에게는 이 때 이익과 손해가 동시에 다가온다. 싼 값에 하드웨어를 살 수 있는 대신, 혁신기능이 나오지 않고 다른 기기로 투자가 이동한다.

결론을 내려보자. 초저가 스마트폰은 기회를 균등하게 준다는 면에서 사회적인 이익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투자를 줄어들게 한다는 면에서 산업적인 불이익을 줄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막을 수 없으며 막아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지금의 모든 일상재- 하다못해 종이책조차 옛날에는 소수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고 기술이 발달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초저가 노트북을 보며 초저가 스마트폰이 나올 미래를 상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