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4일 애플 코리아의 신형 맥북 에어 발표회에 다녀왔다.
스티브 잡스가 발표회에 나와 서류봉투에서 꺼내는 것으로 유명해진 맥북에어는 그동안 1세대를 지나 2세대 하는 식으로 차츰 진화해 왔다. 비록 델의 아다모 등 경쟁제품의 도전으로 세계 최경량, 최고로 얇은 노트북이란 타이틀은 잃었지만 여전히 애플의 가장 세련된 노트북 시리즈로서 위치해왔다.


하지만 솔직히 그 동안은 별다른 실질적 관심이 없었다. 바로 최저가 210만원을 넘는 가격 때문이다. 차라리 맥북이나 맥북 프로를 사는 게 났지, 단지 무게나 두께 조금 줄였다고 두 배 가량 되는 가격을 선뜻 주고 살 만큼 나는 돈이 많지 않다. 또한 나 같은 사람은 의외로 많다. 맥북 에어의 판매량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반대로 애플이 최근에 상당히 싸게 내놓은 태블릿 아이패드는 없어서 못파는 정도다. 499달러 부터 시작하는 저가격도 그렇거니와 가볍고 배터리도 오래가며 즉각 반응하는 점이 모두를 사로잡았다. 따라서 맥북에어를 원하던 수요 일부가 아이패드로 급격히 이동하려고 했다.

어차피 모두가 고객이기에 애플로서는 이들을 붙잡아야 했다. 아이패드에 비해서 맥북에어가 보다 가격과 성능에서 가치를 보여줘야 했다. 그 문제에 대한 고심의 첫 해답이 바로 이번에 내놓은 맥북 에어다.

새로운 맥북에어는 999달러란 좋은 가격에 11인치 부터 시작한다. 거의 넷북에 가까운 크기와 무게, 그리고 애플로서는 매우 파격적으로 낮춘 가격이 흥미를 준다. SSD를 채택한 가운데 빠른 실행속도도 관심을 끌었다. 칼날 같이 얇은 디자인과 좋은 품질에 가격까지 좋으니 문득 아이패드를 팔고 맥북 에어를 사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 정도로 매력있는 기기였다.
 

하지만 아마도 이런 매력 가운데 상당부분은 이 기기가 <애플>이란 브랜드를 달고 있다는 점에서 나올 것이다. 성능에서 무엇하나 빠지지 않던 델의 아다모가 맥북에어 같은 호의적 시선을 받지 못한 것을 상기해보자. 싸구려 컴퓨터의 대명사로 알려진 델이란 상표 이미지가 성능위에 덧칠되어 버렸다.

맥북에어는 999달러로 싸져도 애플이란 상표 덕분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아다모는 2백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델이란 상표 때문에 그다지 고급 이미지를 가지지 못한다. 이런 사실만 보아도 우리는 브랜드와 그 이미지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가치를 지니는지 알 수 있다. 지금 애플이 거두고 있는 40프로에 달하는 막대한 순이익률이란 그만한 마진을 붙여도 애플 제품이니까 하는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이 기꺼이 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다 못해 애플 제품을 쓰면 여자가 먼저 말을 걸고, 여자친구가 빨리 생긴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그런데 여기 또 다른 뉴스 하나를 소개한다. 바로 우리가 흔히 '대륙'이라 부르는 중국에서 나온 제품에 대한 뉴스다. (출처: 일렉트로니스타)

중국 E-Stary는 옵션 사양으로 애플 로고까지 넣은 맥북 에어 클론 HY118을 런칭했다. HY118은 인텔 아톰 N270 프로세서, 1GB 램, 160GB 하드 드라이브, 1366 x 768 해상도 디스플레이, 인텔 GMA 950 혹은 3150, 2 USB 포트들, 이더넷 포트, WiFi, 2200mAh 배터리 등을 제공한다.
무게는 2.97 파운드이고, 현재 $260에 판매 중이다. 애플 로고는 수 달러만 추가로 지불하면 된다.


맥북에어로 보는 애플의 브랜드 가치는?

그냥 평범한 뉴스로 보아넘길 수도 있지만 애플 코리아의 발표회와 며칠 차이 나지 않는 지금 나온 뉴스라 비교가 된다. 한 마디로 중국업체 하나가 대놓고 맥북에어의 짝퉁을 만들었다는 뉴스다.
물론 짝퉁이라고 해도 가격까지 똑같을 수는 없으니 260달러의 저가이고, 사양은 그저 넷북수준이다. 두께도 두꺼울 뿐더러 배터리도 성능 딸리는 것을 넣었다. 장난감 같은 수준의 카피제품이다. 넷북과 비슷하니 여기다 맥의 운영체제를 해킹해서 인스톨하는 해킨토시를 탑재하면 완벽하게 비슷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내가 주목해서 보여주고 싶은 건 마지막 구절이다.

애플 로고는 수 달러만 추가로 지불하면 된다.


애플의 브랜드 가치가 그저 수 달러(몇 천원)인가?
그토록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하고, 40프로의 마진을 감수하게 만들며, 여자친구를 만들어준다는 이 마법의 상표는 고작해야 중국에서 수 달러의 가치밖에 되지 않는다. 단지 상판에 새기는 인건비로만 계산하면 말이다. 사실 무슨 위조방지용 홀로그램이나 칩이라도 들어있지 않는한 애플의 로고를 새기는 데 돈이 들 이유가 없다. 그저 단순하기 그지 없는 베어문 사과 그래픽일 뿐이다. 새기는 데 수 달러 이상이 들 리가 없다.

브랜드 가치란 것은 결국 이런 본질을 지녔다. 그것을 알아주는 입장에선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귀중한 상징이자, 명예다. 그러나 가치를 알지 못하고 무시하는 집단에 가면 그저 새기는 데 드는 인건비 가치 정도 밖에 하지 못한다. 맥북에어 정품이든 맥북 에어 짝퉁이든 같은 컴퓨터라는 분류에 들어가지만 이런 엄청난 차이가 그 사이에 존재한다. 제대로 된 브랜드와 그냥 수달러짜리의 브랜드라는 차이 말이다.  완벽히 같은 모양의 애플 로고가 있어도 그렇다.


한국 역시 과거에, 그리고 지금도 아주 일부에서 외국 명품의 위조를 정교하게 해내기로 유명했다. 과연 우리는 브랜드 가치를 얼마나 깊이 인식하고 취급하고 있을까. 우리에게도 알마니, 베르사체, 피에르 가르댕 등이 그저 수 달러만 주면 대충 새겨줄 수 있는 인건비의 가치밖에 없는 것일까? 남이 창조한 브랜드라는 건 결국 무시하면 그 가치 밖에 되지 못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맥북에어를 통해 애플이란 회사. 나아가 세계 명품들의 브랜드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나름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