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랐다. 솔직히 이 정도일 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9월 2일, 삼성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7인치 타블렛 <갤럭시탭>을 공식 발표했다.
( 출처: 인가젯 )

이 제품은 삼성의 독자적 인터페이스인 터치위즈 3.0이 탑재된 안드로이드 2.2를 운영체제로 사용하며, 7인치 1024x600 TFT-LCD를 채택했다. 1GHz 허밍버드 프로세서(예상 : 삼성 S5PV210)와 512MB RAM을 내장했다. 16GB 또는 32GB 내장메모리와 microSDHC 슬랏이 있고, 전면에는 130만화소 카메라가, 후면에는 플래시와 함께 300만화소 카메라가 탑재되었다.

3G를 이용해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며 5GHz 듀얼밴드의 802.11n 무선랜, 블루투스 3.0을 지원한다. 또한 PDMI 30핀 단자를 이용하여 PC와 싱크한다.

구글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안드로이드 마켓을 사용할 수 있으며 리더스 허브, 미디어 허브, 뮤직 허브, 소셜 허브 등을 탑재해 E-book, 동영상 및 음악 감상, SNS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1080p(Full HD) 동영상 재생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자이로스코프 역시 갖추고 있다.

크기는 190.1 x 120.5 x 12 mm이며 무게는 380g. 배터리는 4,000mah로 최대 7시간 동영상 재생이 가능하다.


(사진출처 : 인가젯 , 이후 동일)

그동안 나는 갤럭탭에 대해서는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몇 가지 루머가 흘러나왔지만, 그저 루머일 뿐이라 무시했다. 설령 약간의 성능우위를 가지고 나온다고 해도 아이패드에 상당히 못 미칠 것이라 간주했다.


그러나 막상 나온 갤럭시탭은 디자인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예상을 깬 완벽하고 멋진 모습이었다. 각종 사양도 이제까지 나온 어정쩡한 모든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압도하고 단숨에 평정할 제왕의 모습이다. 적어도 국내 안드로이드 태블릿 시장은 갤럭시탭이 나오는 순간 거의 결판이 난 것이나 다름 없다.

문제는 세계시장, 그리고 그 중에서도 현재 부동의 챔피언인 아이패드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점이다. 과연 어떤 점에서 서로가 장단점이 있을지 한번 논해보자.

삼성 갤럭시탭, 과연 아이패드를 능가할까?



1. 우선 가장 중요한 모바일 시장에서의 포지션을 비교해보자. 갤럭시탭은 우선 그 크기와 모양에서 16:10 이란 비율과 7인치란 크기를 채택했다. 이것은 가지고 다니기 적당한 부피와 넓은 화면의 욕구 사이에서 가장 균형잡힌 크기다. 전자북 등이 현재 이 사이즈로 많이 나오는 데다가 아이패드 조차도 추후 7인치 모델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현재 아이패드와 갤럭시탭은 같은 태블릿이지만 미묘하게 시장이 다르다. 아이패드는 스티브 잡스가 시연했듯, 기본적으로 실내 거실에서 잠깐 들고 다니며 쓰는 용도다. 때문에 10인치란 시원한 크기와 다소 무거운 700그램 남짓한 무게도 별로 단점이 안 된다. 물론 들고 다니며 쓸 수도 있지만 애플에서 밝힌 주목적은 어디까지나 <실내용 컨텐츠 소비기기>다.

반면 갤럭시탭은 거실은 그다지 관심이 없다. 오히려 야외로 적극적으로 들고 다니며 쓰는 모바일 기기를 지향한다. 스마트폰보다는 훨씬 넓은 화면을 원하면서 무게는 가볍고, 부피는 적당해야 하며, 배터리는 오래가야 한다는 목적을 위해 균형을 취한 사양이다. 380그램의 무게와 7시간 정도의 배터리 시간, 교체 가능한 배터리는 그래서 커다란 장점이 된다.

아이패드는 실내용에 최적화했기에 야외로 가면 무겁고 약간 불편하다. 반면 갤럭시탭은 야외와 실내를 오가며 들고 쓰기에 좋지만, 본격적으로 고정된 장소에서 많이 쓰면 화면크기에 약간의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따라서 갤럭시탭은 아이패드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수요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다만 이 수요층이 이때까지는 아쉬운 대로 아이패드를 쓰거나 구입 예정인 경우도 있었는데 갤럭시탭으로 전환할 여지는 꽤 많다.


2. 하드웨어 성능면에서 갤럭시탭은 아이패드를 뛰어넘었다. 아이패드가 기본적으로 720P의 영상까지를 지원하는 데 비해 1080P의 영상재생능력은 넷북을 뛰어넘는 대단한 능력이다. 1024x600 TFT-LCD의 해상도 역시 밀릴 게 별로 없으며 512MB RAM은 아이폰4의 용량과 같은 대용량이다. 아이패드가 256MB의 램으로 약간의 아쉬움을 보여주는 데 비해 분명한 우위다.

주목할 점은 바로 내장 카메라다. 전면에 130만화소 카메라가, 후면에는 플래시와 함께 300만화소 카메라가 있는데 이것은 아이폰4보다는 후면카메라가 약간 떨어져도 9월 1일에 발표된 아이팟 터치 4세대보다 오히려 뛰어나다. 제품군 차별을 위해 사양을 제한할 수 밖에 없었던 애플에 비해 기득권이란 게 아예 없는 삼성은 거침없이 하드웨어 스펙을 최대한올려서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이로스코프도 내장했다는 건 하드웨어적으로 아이패드보다 우위에 선 요소의 하나다.



3. 소프트웨어적인 면에서 구글 인증을 받았다는 점은 상당히 중요하다. 아직까지는 부족한 편인 안드로이드 앱 가운데 구글의 정식 마켓을 이용할 수 없다면 그 메리트가 많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의 현존 앱을 거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소프트웨어 역량이 모자라는 삼성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또한 애플 모바일 제품에서 현재 정책문제로 지원하지 않는 플래시를 안드로이드는 지원하므로 플래시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갤럭시탭이 훨씬 유용하다.

물론 갤럭시탭의 부족한 점도 있다. 아직까지 다양하고 우수한 앱은 아이패드의 앱스토어쪽에 많다. 또한 iOS 4.2로 업그레이드한 아이패드는 한층 강력할 것이다. 아이패드가 쉽게 갤럭시탭에게 밀리지 않을 이유는 바로 이 소프트웨어적 역량에 있다. 또한 에어플레이 등을 통해 애플 제품간 연결하는 네트워크적 기능은 아직 삼성이 따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한국을 놓고 봤을 때 아이패드의 장점은 몇 가지 문제로 인해 감소된다. 언제 될 지 모르는 정식발매를 비롯해 논란이 되는 애플의 AS정책,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글화 문제가 있다. 아직 자유로운 한글입력은 3.XX 버전의 탈옥 아이패드에서만 가능한데 그나마 4.2로 업그레이드되고 나면 한동안은 또 쓸 수 없다. 한국인으로서 한글입력이 부자유스러우면 용도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


이에 비해 갤럭시탭은 적어도 한글화 문제는 걱정이 없다. 또한 한국 정식 발매도 빠를 것이며, 아이패드와 비슷한 물량부족 문제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은 사실 국내 KT가 좀더 기민한 행보로 받쳐줘야 되는데 애플에게 있어 한국시장의 의미가 작아서 그런지 별 움직임이 없는 듯해 아쉽다.

4. 전체적으로 이번 갤럭시탭은 마치 다음 세대의 7인치 아이패드를 보는 듯 좋은 제품이 되어 나왔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가격이다. 현재 아이패드는 애플의 우수한 앱을 쓸 수 있고, 명품 디자인과 고급 부품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16기가 와이파이 기준으로 499달러까지 낮췄다. 물론 세금이 포함되고 등등해서 국내가격은 70만원대로 형성되고 있지만 말이다. 갤럭시탭이 만일 아이패드와 비슷한 가격내지 60만원 정도의 싼 가격을 맞출 수 있다면 상당한 성공이 예상된다.

반면에 고급화 전략으로 와이파이 버전을 따로 내놓지 않고 3G 버전 기준으로 스마트폰과 같은 고가를 고집한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실컷 좋은 제품을 내놓고도 판매량은 부진하고 욕만 먹는 최악의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갤럭시탭은 오히려 모바일 컴퓨터에 가까운 개념으로 넷북 시장을 전부 뒤집어놓을 수도 있는 파괴력을 가진 기기다. 이걸 이통사 약정만으로 팔게 되면 제품의 매력이 반감된다. 

어쨌든 오랜만에 제대로 된 아이패드 대항마가 나왔다. 가격과 조건만 잘 맞으면 정말로 아이패드를 능가할 수도 있을 듯 하다. 기존의 아이패드가 가지지 못한 GPS, 지상파 DMB, 무인코딩으로 영상과 음악재생, 삼성의 괜찮은 AS를 포함한 가치라면 갤럭시탭의 향후 추이를 기대해 볼만하다. 본래 아이패드 구입을 거의 확정했던 나도 잠시 고민 좀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