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내가 애플과 스티브 잡스를 비판하자, 어떤 악플러가 이렇게 말했다.

<니자드는 카산드라다.>

궁금해진 나는 그 카산드라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그러자 다음과 같이 의미가 나왔다.


카산드라 Kassandra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자 예언자.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Priamos)의 딸로, 그를 사랑하는 아폴론으로부터 예언의 능력을 받아 트로이의 함락을 예언하였으나, 그 후 아폴론의 사랑을 거절하였기 때문에 예언의 힘을 빼앗기고 트로이 함락 후 아가멤논의 포로가 되어 그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살해되었다. 


결국 나를 불행해지고 죽음에 이른 예언자에 비유한 셈이다. 쓸데없는 예언을 하지 말라고 경고였을까? 하여간 그 악플러는 끈질기게 내 블로그에 똑같은 그 악플을 달다가 지금은 어느새 오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문득 그 에언자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역시 IT업계의 예언자가 아닌가? 한번 생각해보자.

1999년 말까지 스티브 잡스는 여전히 ‘임시 CEO' 로 간주되었고 공식 성명서에도 그렇게 소개되었다.
2000년 1월 5일,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엑스포에서 4,000명이 모인 가운데 자신이 공식적으로 애플의 CEO가 되었음을 밝힌다. 그럼에도 그는 ‘iCEO' 라는 직함을 게속 써달라고 제안했는데, 이는 더 이상 임시직(interim)이라는 의미가 아닌 인터넷을 의미하는 i였다.
- iCEO 스티브 잡스. 시릴 피베 지음/유창현 옮김/ 도서출판 이콘

만일 애플에서 모든 것을 다 없애고 단 하나만 남겨야 한다면? 바꿔 말해서 애플의 핵심을 단 하나만 뽑아낸다면?


그렇다면 정답은 하나다. 스티브 잡스. 그 외에는 어떤 것도 답이 아니다.


애플 설립 초창기부터 스티브 잡스는 특별했다. 또한 스스로도 회사 내에서 항상 특별하기를 원했다. 그가 아직 젊었을 때, 투자와 운영을 맡은 마이크 마큘라가 애플의 사원번호로 스티브 워즈니악을 1번으로, 마률라 스스로를 2번으로 놓았다. 스티브 잡스는 당연히 3번이었다. 그러나 잡스는 이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기에게 0번을 달라고 졸라서 기어이 그 번호를 받았다. 3번과 0번의 차이는 그저 그 특별함에 있는 것이지 실질적 대우에 아무 런 차이가 없었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가 제안한 iCEO란 명칭은 그것이 한때 임시직이었다는 불명예도 함께 나타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특별하게 보이려는 노력이다. 평생을 통해 잡스가 추구한 목적은 돈이 아니었다. 돈은 부차적이고, 그는 세상을 바꾸어 스스로 특별한 존재가 되기를 원했다. 그가 컴퓨터 기술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설립한 회사가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철저히 잡스의 도구에 불과하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유일한 예언자다.

그는 첨단 기술의 중심인 미국 실리콘 밸리에 서서 앞으로의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갈 지를 정확히 예언해내는 천재적 재능을 가졌다. 이런 재능은 흉내낸다거나,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다. 천부적인 직감과 잡스가 걸어온 삶의 궤적이 가져온 결과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예언자는 대중에 영합하지 않는다. 예언자는 예언을 통해 대중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그곳으로 이끈다. 성경에 나온 모세는 히브리인의 수많은 불평불만을 듣고, 역경을 견디면서도 항상 그가 예언한 길로 대중을 이끌려했다. 필요하다면 바다를 갈라서라도 말이다.

스티브 잡스는 현재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말한다. “이것이 바로 미래에 소비자들이 원하게 될 것입니다.”
- 마크 크밤(세퀘이아 캐피털의 파트너이자 애플의 전 직원), 2003년 12월15일. <애드에이지>

인류 역사에서 비상한 능력을 보인 예언자는 꽤 많다. 우리에게 가깝게는 백제의 멸망과 신라의 부흥을 예언한 점장이에서, 멀게는 트로이의 멸망을 예언한 점장이까지 말이다. 또한 오늘날 세계인이 믿는 천주교와 이슬람이라는 두 종교를 만든 사람도 바로 예수와 마호멧이라는 두 예언자가 아니던가.

대부분의 경우 예언자는 끝이 좋지 못했다. 권력자에 거슬린 예언을 하다가 죽임을 당하거나 멸망을 에언하다가 대중의 분노를 사서 쫓겨나는 경우가 많았다. 예언자가 불행해지지 않는 경우는 스스로 권력을 잡고 예언을 그대로 실천하는 데 성공한 경우뿐이다.

스티브 잡스가 만일 그저 어떤 평범한 회사의 제품 기획부 직원이나 마케팅 팀장이라면 어떨까? 아마도 성공은 고사하고, 괴상한 예측과 건방진 언사를 일삼는다며 회사에서 쫓겨났을 것이다.
하지만 잡스는 스스로 회사를 세워 자기 예언을 실현시켰고, 애플이란 혁신기업의 CEO로서 항상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점이 바로 그를 성공한 IT업계의 예언자로 만들었다. 애플이란 매우 우수한 회사의 최고 정점에는 권력을 한 손에 쥔 IT예언자 스티브 잡스가 위치해 있다.



스티브 잡스는 여러모로 특별하다. 그는 애플의 모든 규칙을 만들지만 정작 스스로는 그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다. 대체로 그는 규칙을 잘 지키지만 필요하다면 마치 그런 규칙 따위 있지도 않다는 듯 어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애플 주차장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애플의 주차장은 늘 주차난에 시달린다. 대부분 늦게 온 직원들은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매다가 외곽에 주차하곤 한다. 그러나 잡스는 예외다. 그는 급하면 늘 장애인 주차지역 한쪽에 차를 세워두고 들어간다. 잡스를 제외하면 애플의 다른 누구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

직원들도 이걸 잘 알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애플의 광고문구인 ‘Think different.' 를 패러디한 ’Park different.' 라는 말을 종이에 써 차에 붙이며 놀리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잡스가 그 직원을 색출한다거나 화를 내는 일은 없다. 그저 농담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애플의 독특한 사내 분위기와 함께 잡스의 특별함을 잘 나타내는 일화다.



이렇게 애플에는 인터넷 CEO, 예언자, 그리고 다른 누구도 아닌 특별한 존재란 역할을 맡은 단 한사람의 인물이 있다. 그리고 그 한사람 스티브 잡스가 모든 것을 통괄하고 관리하며 책임진다. 애플 피라밋 구조의 가장 정점에 있는  그의 존재는 애플의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마도 회사와 개인이 이정도까지 완벽히 일치된 이미지와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애플이 유일할 것이다.

권력을 쥔 예언자.
애플과 IT세계에서 스티브 잡스를 나타내는 데는 이
한 마디의 말로서 충분할 것이다. 오늘도 그의 예언과 그 실천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