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로 9월 2일 새벽 2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새로운 제품들을 발표했다.

늘 하던 대로 검정 터틀넥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그는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하나씩 자신있게 키노트를 통해 소개했다. 나는 한국어로 실시간 번역되어 중계되는 사이트를 통해서 들었는데 상당히 재미있고, 흥분되는 발표회였다.

제품 하나하나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마도 많은 IT블로거들이 충분히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나는 이 제품 발표회에서 나타난 애플의 제품 전략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사진출처 : 인가젯.  이후 동일)

제일 처음 소개된 아이팟 셔플은 그다지 메리트가 없었다. 그저 애플의 음악기기를 원하는 가장 아래쪽 초보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버튼이 약간 추가된 정도이다.

내가 주목한 것은 새  아이팟 나노이다. 한때 애플에서 만드는 새로운 손목 시계로도 알려진 이것은 아주 작은 화면을 가진 음악재생 기기다. 멀티터치가 지원되며, 음악을 비롯해 애플이 제공하는 몇 가지 앱이 작동한다. 일단은 뒤에 클립이 있어 주머니나 셔츠에 꽂고 다닐 수 있다. 이 제품은 본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악세사리로서 손목시계로 만들 끈을 애플이 팔 것이라 예상하며 그것이 보다 환상적일 것이라 말했다.


매우 매력적인 이 새로운 아이팟 나노는 아쉽게도 앱 설치는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가 유의할 점은 아이폰조차 처음 1세대에는 앱설치가 지원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해커들의 탈옥과 앱개발을 통해 지원되게 되었는데 어쩌면 아이팟 나노 역시 탈옥을 통해 아이폰의 앱 설치가 가능해질 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  가장 흥미를 모은 새 아이팟 터치를 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새로운 아이팟 터치는 외관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기능을 아이폰4와 같이 하고 나왔다. 핵심칩인 A4칩을 비롯해 초고해상도의 레티나 디스플레이, 자이로스코프 센서, iOS4.1 까지 이이폰4와 동일하다. 거기다 전후면 카메라 장착과 페이스타임기능까지 지원하니 이 정도면 디스플레이 크기를 제외하면 아이패드보다 더 뛰어난 성능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다 가격도 8기가 229달러, 32기가, 299달러 로 상당히 저렴하다.

문제는 무엇인가. 이렇게 되었을 때 아이폰4와 하드웨어상 차별점이라고는 3G , GPS 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는 같은 운영체제를 쓰니 동일하다. 그렇게 될 때 상당한 소비자들이 아이폰4보다 아이팟터치로 옮겨갈 수 있다.


나름 애플은 아이팟터치의 부흥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아이패드로 인해 아이팟 터치 3세대가 점점 안팔린다는 분석이 있었다.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많은 부분에서 더 매력있는 아이팟터치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제품군의 분류를 완전히 깰 수는 없기에 아이팟 터치의 후면 카메라는 약 90만 화소다. 아이폰4의 500만 화소 카메라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는데 이것이 카메라 모듈 자체를 저성능으로 넣은 건지, 단지 소프트웨어적인 제한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애플은 이제 자사 제품군끼리의 잠식까지 경계해야하는 입장이 되었다. 판매량과 성능 사이의 밸런스를 잡기 위해 고심한 흔적인 셈이다.



아이튠즈의 로고는 씨디 시대가 종말을 맞이함에 따라 씨디 마크를 없했으며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Ping를 넣었다. 그러나 애플의 아이튠즈와 연동이 된다는 외에 탄성이 나올 만큼의 뭔가는 없었다. 단지 대세에 적응하기 위한 차분한 시도로 보인다.

아이패드에는 온라인 프린팅과 각종 영상 스트리밍을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본래라면 맥북이나 아이맥에 할 역할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바일 기기 가운데 가장 큰 아이패드가 그 역할을 물려받고 있다. 이 점은 앞으로 아이패드가 가벼운 노트북 역할까지 하도록 발전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가장 마지막에 소개된 것은 새로운 애플티비다.
모든 것을 렌탈 개념으로 바꿔서 스트리밍을 아주 싼 가격에 팔며 이런 것을 티비에 중계해주는 역할을 한다. 국내의 IP티비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좀더 컨텐츠 위주로 미국 실정에 맞게 특화됐다. 중요한 건 가격인데 99달러로 아주 저렴하다.
기대를 모았던 앱스토어의 앱을 실행하는 기능은 없었다. 크기만 아주 작게 변해 나왔을 뿐이다.




솔직히 나는 애플의 티비시장 성공 가능성을 약간 회의적으로 본다.
무엇보다 애플의 원천인 잡스 스스로가 티비를 보지 않고 싫어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며 티비 자체를 보지 않는 잡스가 어떻게 좋은 티비를 만들 수 있을까? 기분탓인지 애플티비에 대해서는 잡스의 말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진정으로 애플 티비를 성공시키려면 아마도 잡스 스스로가 티비 시청을 하며 티비에 좀더 익숙해져야 할 것만 같다.


그래도 마지막 부분에 에어플레이란 기능을 통해 아이패드의 영상을 무선으로 애플 티비에 보내며 조작하는 광경은 신선했다. 나름 잡스와 애플이 만들어낸 또다른 진보라 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 이벤트로 본 애플의 제품전략은?

총평을 해보자.

애플은 iOS에 모든 전력을 다 쏟고 있다. 그리고 점차 iOS를 운영체제가 필요한 생활속의 모든 가전제품에 침투시키고는 그것을 모두 무선 네트워크로 묶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음악과 영상은 그 네트워크에서 가장 일차적으로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로 강조된다. 이어서 앱스토어의 앱은 보다 실용적으로 그 묶인 기기들을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즉 애플은 잘 만든 운영체제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소비자 가전시장 가운데 인텔리전트한 지능형 제품으로 계속 진출하려고 한다.
지능형 가전제품으로의 진출. 이것이 애플이 스스로의 미래를 건 제품전략이다.

그래서 애플은 가장 간단한 동전 하나 크기의 음악플레이어부터 가장 큰 10인치의 아이패드까지를 동일한 운영체제와 아이튠즈라는 허브에 묶으려 한다. 여기에 티비 영상도 묶기 위해 애플 티비를 추가했다.

그리고 애플은 각 제품간의 상호잠식을 막기 위해 미묘한 제한을 걸었다. 이것 역시 또다른 의미의 제품 전략이고 분류다.

1) 만일 아이팟 나노에 앱설치가 가능해지면 8기가짜리 간단한 아이팟 터치의 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 그러므로 아이팟 나노의 앱설치를 막았다.
2) 새 아이팟 터치의 후면 메인 카메라마저 고화소면 아이폰4의 시장이 잠식된다. 그래서 아이팟 터치의 카메라 화소수는 90만 화소로 제한했다.
3) 애플티비가 앱스토어와 연결되어 앱을 실행할 수 있게 되면 거실에 앉아서 아이패드를 써야할 사용자가 그쪽으로 갈 수도 있다. 따라서 그 기능은 넣지 않았다.
4) 아이패드가 사진까지 찍을 수 있게 되면 아이팟 터치의 사용자가 이탈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아이패드에는 카메라가 없다.

절묘하지만 한편으로는 애플의 고민이 엿보인 제품간 분류다.  이런 성능제한을 통해 애플의 향후 제품전략을 알 수 있는 귀중한 발표회였다.




아쉬운 것은 이제는 찬밥 신세가 되어가는 듯한 매킨토시, 그 가운데 맥북의 존재이다.
이번 발표회에 맥이 등장했는가? 유감이지만 예시로 든 뒷배경 그림을 제외하고 애플의 원 일등공신 매킨토시는 등장하지도 못했다.

맥북이 좀더 활발하게 iOS 기기와 연결되어 새로운 기능을 얻지 못하면. 나중에 맥북과 아이맥은 그야말로 전문가용 내지는 서버용, 앱 개발용 컴퓨터로만 쓰이게 될 듯 싶다.
하긴 뭐 그것도 바로 애플과 잡스가 노리는 미래의 제품 전략이라면 나름 납득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애플의 향후 전략이 이제 공개됐으니 남은 건 대항마를 자처하는 다른 회사의 대응이다. 앞으로의 뉴스를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