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어떤 존재일까?

이것은 미국의 정치적 입김이 강하게 먹히는 중남미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의 정치를 연구하면서 필히 부딪치는 문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많이 이뤄졌다.
특히 주한미군이란 형태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미국이 한국의 정치적 격변기에 어떤 태도를 취했느냐는 늘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부르짖는 미국이 한국의 군사 쿠데타와 광주 민주화항쟁 과정에서 보인 태도는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이미 미국의 입장에 대해서는 매우 냉정한 해석이 나와있다. 미국은 실제로 관련된 나라가 독재나 왕정을 택하든, 인권을 탄압하든 그건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외교노선이 친미냐 반미냐 그것뿐이다. 미국의 이익에 맞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는 의미다.


애플의 사회적 책임의식에 대한 결론은 매우 명확하다. 애플은 사회적 책임 자체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애플에게 중요한 것은 시장이고 이익이다. 애플은 구글처럼 인권을 내세우지도 않고, 환경이나 노동문제로 어떤 이익을 거부하지도 않는다. 신경을 쓰기도 싫다는 태도다.

원인이 무엇일까? 애플이 본래 나쁜 회사라든가, 잡스가 이기주의자여서가 아니다.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설명한 바 있다. 애플 제품 생산을 맡은 중국 폭스콘의 자살사건 때문에 불거진 노동문제에서 애플은 너무 욕먹지 않을 정도, 과도한 비판을 듣지 않을 정도만 처신하고 있다. 그 이상으로 무엇인가를 하려는 생각이나 비젼은 없어 보인다.

인권이나 국제정치적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음 기사를 보자. (출처 : 한겨레 신문 )

콩고민주공화국은 지구촌 대표적인 분쟁지역이다. 대량학살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 미국 시민단체 국제구호위원회의 추정으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2007년까지 모두 54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분쟁은 주로 민주콩고에 매장된 지하자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무장세력들은 값비싼 지하자원을 팔아 거둬들인 수익으로 전쟁비용을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자회사들이 의혹의 중심에 선 것은 전쟁자원화된 민주콩고의 지하자원 중 상당부분이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 전자기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전자기기의 핵심 부품 콘덴서에 사용되는 탄탈룸이 대표적이다. 이 물질은 콜탄이란 광석에서 추출되는데, 전세계 콜탄 매장량의 80%가 민주콩고에 묻혀 있다. 하지만 대부분 밀수출을 해, 민주콩고의 공식 콜탄 수출 통계는 없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민주콩고 동부에 희귀금속인 콜탄이 다량 매장돼 있다”며 “이곳에서 착취나 학살 등 인권문제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콩고산 광물이 애플이나 인텔 등 세계적인 전자회사 완제품에 들어가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이 광물들은 여러 단계로 나뉜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유통·소비되기 때문이다.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잡스가 한 소비자와의 이메일 대화에서 “유입 경로를 정확하게 추적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콩고의 분쟁에 천착하는 세계 각국의 시민단체들은 글로벌 전자회사들이 부품회사에 대한 감독과 감시를 강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부품회사에 대한 감독에 들어가는 추가적인 비용이 제품 한 대당 1센트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적은 비용으로 대량학살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인 셈이다.


스티브 잡스는 나름 어렵다는 논리를 폈지만 실은 많은 회사들이 이 부분의 감시를 강화해서 민주콩고산 광물 수입을 거부하고 있다. 애플은 이런 엄격한 감시시스템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바꾸어 말하면 잡스는 ‘왜 내가 그런 사소한 문제까지 신경써야 하느냐.' 라고 대답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주 어려운 일도 아닌데 말이다.

애플은 사회적 책임에 관심이 없다.

애플은 결국 그런 <쓸 데 없는> 일에 신경쓰기 싫은 것이다. 잡스와 애플은 본질적으로 혁신기술 개발과 그 제품을 원재료를 싸게 조달해서 소비자에게 비싸게 많이 파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 마치 미국에게 전세계 국가는 단지 친미냐, 반미냐만 중요하듯이 말이다.



환경문제도 마찬가지다. 다른 몇몇 기업과 비슷하게, 애플은 진심으로 환경을 위해 애쓰는지 회의적이다. 분명 애플제품은 친환경 소재를 썼으며 유럽에서 제시한 환경규격을 충족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이미 법으로 규정된 것으로 이렇게 하지 않으면 높은 벌금을 물거나 판매 자체를 할 수 없다. 애플이 좀더 엄격한 기준을 쓴다든가 선도적으로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일은 보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애플은 성능이나 자기들의 제품철학과 친환경 요소가 대립되는 배터리 교체 부분에서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배터리 일체형인 애플 제품은 유려한 곡선을 지니며 견고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 디자인을 위해 교체할 수 없이 내장된 배터리는 사용시간 문제로 불편을 주기도 하고, 환경보호 측면에서 안좋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체형 배터리의 이점은 꽤 많다. 배터리를 쓰지 않을 때 빼놓으면 수명이 연장되고, 버려지는 배터리를 줄일 수 있으며, 다쓴 배터리를 따로 수거해 재활용도 가능하다. 그런데 애플은 자사의 미학을 위해 이런 이점을 거부하고 일체형 제품만을 팔고 있다. 현재 유럽연합의 법정에 올라있는 이 문제는 아마 곧 판결이 날 것이고 결과에 따라 강제로 애플은 교체형 모델을 생산해야 될지 모른다.


그럼 이외에 따로 애플이 환경을 위해 하는 일이 있을까? 내가 알기로 애플은 전지구적 환경단체에 기부금을 내 본 일이 없으며, 그린피스 운동 같은 것에 동참하지도 않는다. 애플이 제조해서 판매하는 컴퓨터와 각종 장치들이 피치못하게 원재료를 얻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천문학적인 이익과 현금보유고를 가지고는 현금 배당이라도 하라는 주주들의 요구가 빗발칠 정도로 돈이 많은 요즘도 말이다. 아마도 애플은 차라리 돈을 은행에 넣어두거나 주주에게 배당을 주는 일은 있어도, 그걸 사회적 활동에 기부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겨우 애플 정도의 작은 기업에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것일까?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친 세계 2위 기업 애플은 아직 너무 작고 가난해서 이런 일에 신경쓸 여유가 조금도 없는 것일까? 아니면 언론과 블로거들이 멋대로 모범 기업으로 꼽았을 뿐 애플과 잡스 스스로는 불량기업이든 모범기업이든 상관도 안하니 맘대로 하라는 뜻일까? 나는 때때로 애플 경영진과 스티브 잡스가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