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블로그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었다. 일기와도 비슷하지만 남에게 보이기 위한 일기랄까 그런 측면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점차 블로그는 대외적인 독자를 겨냥한 본격적인 개인 미디어,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더이상 혼자나 친한 사람 몇 명만 보고 즐기는 글이 아니다. 그러자 요즘 본격적인 블로그 글의 수준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1995년 정도에 한국문학에 있어 매우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었다. 하이텔, 천리안,나우누리로 대표되는 PC통신의 개통과 게시판 기능으로 인해 통신공간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일부 글은 단순히 그 공간을 넘어 모든 사람에게 인기와 공감을 얻기에 이르렀다. 이때 이우혁씨의 <퇴마록>과 이영도씨의 <드래곤 라자>등 새로운 형태의 통신문학과 장르문학이 생겨났다.


단지 통신에 취미로 글을 올렸을 뿐인데 반응을 얻어 정식출판을 하고 작가로 데뷔하며 돈도 버는 이런 상황에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통신에 글을 올렸다. 그 중에는 수십년간 순수문학을 써오신 기초가 단단한 분도 있었지만 반면에 소설이라고는 처음 써보는 중학생도 있었고,  제대로 된 글공부를 하지 못한 작가지망생도 많았다. 때문에 이런 사람들의 글 가운데 인기를 얻어 출판되는 글이라도 때로는 기본기조차 제대로 되지 못한 글이 많았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글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상관없이 글을 써서 올릴 수 있다보니 글의 전반적인 수준이 매우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출판사 담당자들은 뒤에서 자기들끼리 이렇게 말하곤 했다.

글 같지도 않은 글, 솔직히 돈만 아니면 출간 안 한다. 출판사에서 거의 다 뜯어 고쳐서 책 내주는 정도인데 이런 사람도 작가라고 대접해 줘야 하나?

내용은 나름 재미있고 좋은 아이디어가 많지만 글의 기본이 너무 안되어 있다보니 출판사에 돈을 벌어주면서도 작가로서 인정을 못 받은 경우다.

나 또한 이때 하이텔에서 <본국검법>이란 소설이 인기를 얻어 출간을 하고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때 나도 통신상에 올린 글은 참으로 다시 보기 부끄러울 정도다. 나름 고등학교 때부터 소설을 썼고, 각종 글짓기 대회에서 상도 꽤 탔는데도 그렇다. 그러니 글쓰기에 아예 관심이 없던 다른 분들은 더할 것이다.


블로그도 어쩌면 지금이 비슷한 경우일 수 있다. 나름 블로그로 수익도 낼 수 있고 여러 이익이 생기니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워서 뛰어든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체계적인 글의 기초가 되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외적으로 독자들에게 보이기 민망한 수준의 글도 블로그 라는 특성 때문에 인터넷 공간에 나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블로그 글의 전반적인 수준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적어도 최소한의 기본이라도 잡히면 그 다음은 그냥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문제는 스스로가 그 기본을 쌓지 못하고 있지만 무엇부터 해야 좋을 지 모르는 블로거도 있다는 점이다. 그런 블로거를 위해 오늘은 블로그 글을 포함한 모든 글의 기본을 설명하도록 하겠다. 적어도 이것만 제대로 지켜도 기본이 안 된 글이라는 최악의 평가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이 잡힌 블로그 글을 위한 3단계는?

1.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반드시 지켜라.

신춘문예나 각종 문학잡지에서 투고된 작품을 거르는 첫번째 단계가 뭔지 아는가? 바로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안된 글이다. 이런 글은 그 내용이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무조건 탈락한다. 글이라는 걸 대하는 가장 기초적 자세가 안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지도 못하는 데 뛰려는 사람을 믿을 수 없듯, 맞춤법도 틀리는 사람이 <이 글은 한국문학을 바꿀 걸작이다!> 라고 외쳐도 믿어줄 사람은 별로 없다.

블로그 글 역시 기본적으로 글이라면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솔직히 띄어쓰기는 약간 애매한 부분은 틀릴 수도 있으니 백퍼센트 맞을 필요는 없이 성의만 보여줘도 된다. 그러나 맞춤법은 안 틀리려고 해야한다.

예를 들어 요즘 구어체의 영향 때문에 종종 <나의 여자친구>를 <나에 여자친구> 같은 식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 오타가 아니라 이런 식의 표기가 두 세번 이상 나오면 그 사람의 기초 글 실력 자체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잘 모르겠으면 아래한글의 맞춤법 검사기능을 잘 활용하라. 아래 한글에서는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틀리면 자동으로 붉은 선으로 표시해준다. 백퍼센트 정확한 건 아니지만 일반적인 용도에서는 이걸 참고로 붉은 선이 안나오게 수정하면서 좋은 맞춤법을 배워가는 게 좋을 것이다.

2. 비문을 만들지 마라. 주어와 서술어를 반드시 일치시켜라.

출판사에서 교정할 때 제대로 된 문장이 아닌 글을 흔히 <비문>이라고 한다. 이런 비문이 많이 나오면 그 글의 수준이 팍 떨어져 보인다.

주로 비문이 많이 나오는 경우는 문장을 길게 쓰다가 종종 처음 시작한 주어와 끝맺는 서술어를 일치시키지 못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다음 문장을 보자.

오늘날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애플 사에서 내놓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가운데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과연 어떤 것이 좋을지 쉽게 판단할 수 있겠는가?

다 읽어보면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당연하다. 주어와 서술어가 일치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어는 <고민은...> 이다. 그렇다면 서술어는 <... 이다.> 같이 고민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 그런데 이 비문은 갑자기 있겠는가?로 가장 가까운 <어떤것이 좋을지> 를 서술해주며 끝나버렸다.

이런 식의 문장이 나오는 이유는 한 문장을 길게 쓰려고 했기 때문이다. 사실 만연체라고 하는 긴 문장은 옛날에는 식자들의 교양을 과시하는 아름다운 문장체로 간주됐지만 요즘 문학이나 실용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단문체로 끊어서 정확히 쓰는 것이 요즘의 흐름이다. 위의 문장을 짧게 끊어보자. 오류가 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

오늘날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 있다. 애플 사에서 내놓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가운데 어떤 것을 골라야 하는 지다.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과연 어떤 것이 좋을 지 쉽게 판단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세 문장으로 자르면 읽기도 간명하고 비문이 나오기 매우 어렵다.스스로 화려하고 긴 문장을 쓰면서도 비문을 만들지 않을 실력이 되고, 자신도 있으면 굳이 저렇게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런 자신은 없지만 좋은 블로그 글을 당장 쓰고 싶다면 단문 위주의 짧은 문장으로 글을 써라. 그래서 주어와 서술어를 일치시켜서 비문을 만들지 마라.

3. 생각의 흐름에 따라 단락을 나눠라.

흔히 엔터키를 써서 만드는 단락의 의미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단락은 생각의 흐름을 상징한다. 같은 문장을 나열 했더라도 단락을 깔끔하게 지으면서 쓰면 글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확실하게 나타낼 수 있다.  어떤 문장이나 단어를 강조할 때의 효과로도 단락을 잘 쓰면 좋다.

예를 들어보자.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를 비교해보면 많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차이점을 보자. 사생아로 태어나 입양된 스티브 잡스에 비해 빌 게이츠는 유명한 게이츠 가문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났다.  또한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한 스티브 잡스의 고생에 비하면 기껏해야 사무실 임대료 정도가 걱정이었던 빌 게이츠의 경우는 어쩐지 고생 같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두 사람이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는 걸 잊으면 안된다.

단락을 짓지 않고 쓴 이 문장으로도 일단 전달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 수 있다. 그러나 어쩐지 답답해 보일 뿐 아니라 무엇을 강조하고자 하는 지 금방 파악이 안된다.
이번에는 단락을 지어보자.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를 비교해보면 많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차이점을 보자.

사생아로 태어나 입양된 스티브 잡스에 비해 빌 게이츠는 유명한 게이츠 가문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났다. 또한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한 스티브 잡스의 고생에 비하면 기껏해야 사무실 임대료 정도가 걱정이었던 빌 게이츠의 경우는 어쩐지 고생 같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두 사람이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는 걸 잊으면 안된다.

단락을 지은 쪽이 보기도 깔끔하고, 생각의 흐름을 잘 읽을 수 있다. 차이점이 있다는 부분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읽을 준비가 된 독자에게 집중적으로 차이점을 전달한다. 그리고 다시 잠시 띄고는 공통점도 있다는 것으로 주의를 환기시킨다.

이것은 마치 <나라를 사랑하자> 라는 말을 그냥 잡담처럼 늘어놓는 것과 잘 정돈된 연설을 하는 경우의 차이와 같다.  철저히 읽는 사람의 호흡을 계산한 글이 훨씬 호소력이 높다. 동시에 기본이 잘된 글로 보일 게 분명하다.


이렇게 기본적 3단계를 지켜서 글을 쓰면 적어도 기본이 안됐다고 무시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강좌를 보고 블로그 글의 기본에 대해 알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