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진부하지만 늘 들어도 의미 깊은 말이 있다. 바로 <목적을 중시하라> 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무술을 배울 때 목적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보통 도장에 가면 가르치는 사범은 늘 <올바른 인성의 함양>을 강조한다. 어째서일까? 무술이란 결국 손발을 단련해서 움직이면서 싸우는 기술이다. 내가 한대라도 덜 맞고 상대를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기술일 뿐인데 말이다.

기술이란 눈에 보이는 수단에 몰입되면 그 수단이란 좁은 틀에 갇혀 커다란 목적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수단만 잘 익히면 될 것 같지만, 넓은 시간과 공간에서 볼 때 그 수단이 목적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경우로 내가 무술 좀 잘한다고 동네에서 기분에 거슬리는 아무나 대충 때려눕히다가는 어느날 뒤에서 칼을 맞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무술을 배운 건 내 삶에 있어 가장 치명적인 실수가 되어 버린다.


즉 무술로 <내 몸을 지키는 게> 목적이라면 그것은 싸움기술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무술을 통해 내 마음을 단련해서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는 것이 진정한 목적을 이루는 길이다.

블로그 글을 쓰는 강좌를 하면서 지금까지는 나는 기술적인 방법을 몇 개 이야기했다. 하지만 사실 순서가 약간 잘못됐다. 수단을 가르치기 전에 우선 목적을 가르쳐야했다. 아니, 내가 가르칠 능력이 없다면 어떤 암시를 통해서라도 각자가 정립하도록 했어야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블로그 글의 근본 목적에 대해 써본다.

블로그는 어째서 하는 것일까? 블로그가 단순히 개인적인 일기나 아주 공개적인 언론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바로 <소통>으로 본다.

블로그는 남을 의식하지 않고 쓰는 일기와는 다르게 남에게 보이기 위해 쓴다. 따라서 속마음을 완전히 포장하지 않고 드러낼 수 없으며 예의도 차려야 한다. 하지만 정말 딱딱하게 신경써야 할 것이 많은 언론과는 달리 다소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또한 블로그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1대1의 자상한 소통이 가능하다.


블로그를 하는 근본 목적은 이렇게 큰 의미에서는 소통이지만 세부목적은 개인마다 약간씩 다를 것이다.

1. 온라인에서 나름의 명성을 얻으며 자아실현을 해보기 위해서 하는 블로그가 있다. 자기가 가졌던 취미가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며, 찬사까지 받을 수 있기에 점점 신이 나서 하게 되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점점 많은 방문객과 인기가 올라가는 것을 원하게 된다.

2. 남이 봐주는 것에 상관없이 자기 일상을 차분하게 적어서 몇몇 사람과 공유해서 공감하고자 하는 블로그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소수 사람과의 깊은 교분과 소통이 목적이 된다.

3. 블로그를 통해 일종의 비즈니스를 해보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블로그만으로 자체 광고와 리뷰 등으로 수익을 내거나, 혹은 자기가 운영하는 별도의 쇼핑몰, 회사를 홍보하고자 운영한다. 이 경우는 많은 사람을 일단 끌어들이는 것이 목적이 된다. 개개인과의 섬세한 소통보다는 불특정 다수를 모이게 해서 특정한 메시지를 던지는 데 목적이 있다.

 
크게는 이 세가지라 주된 블로그의 목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목적에 걸맞는 글쓰기란 어떤 것일까? 모든 것이 다 중요하지만 가장 핵심을 짚어 말해보자.

1. 자아실현을 원하는 블로그라면 그 글의 핵심목적은 자기가 쓰는 글로 인해 자기 삶이 더 풍성해지는 데 있다. 내가 쓰는 글에 대해 다른 사람이 공감하면 에너지를 얻고, 비판하면 문제점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단순히 내 주장만 나열하고 남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남을 배척할 바에는 차라리 혼자 일기를 쓰는 편이 유익할 것이다.

블로그의 글은 스스로의 지식과 지혜를 완성해 나가기 위한 과정이다. 글 자체가 목적이 아니므로 자기 주장이 맞았다고 기고만장할 필요도 없고, 틀렸다고 낙심할 필요도 없다. 완벽한 인간이 없듯, 완벽한 글도 없다.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글을 쓰고 그 글에 얽힌 모든 것을 즐기거나 배우면서 가보자. 그러면 내가 쓴 블로그 글이 곧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좋은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다.


2. 일상의 공유가 목적인 블로그라면 그 글은 하나의 기록이다. 기록은 무엇을 위해 하는가? 스스로를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앞으로 자기가 변호사가 될 지 의사가 될 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블로그에 차분히 써보자. 변호사가 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와 결과적으로 되었을 때 무엇을 얻고 잃게 될 것인지, 또한 의사가 되면 어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생길지 말이다. 그리고 그 쓴 글을 마음이 맞는 몇몇 이웃과 공유하며 차분히 이야기해본다면 인생의 방향 결정이 보다 쉬워질 것이다.

3. 블로그를 통해 비즈니스를 하려는 목적이라면? 그 공간은 매력적인 가게와 같아야 한다. 언제든지 손님을 맞을 수 있도록 준비된 자세로, 매력적인 상품을 갖춰놓고 친절하게 안내하며 고객의 기분을 맞춰야 한다. 더 나아가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원할 것인지를 파악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수익형 블로그는 당연히 수익이 목적이다.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보통 상인이 등장하는 드라마에서 보듯,  돈을 버는 방법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당장의 수익을 추구해서 달콤한 미끼를 던져놓고는 찾아온 손님에게 돈만 빼먹고는 내팽개치는 방법이 있다. 블로그 글도 그런 것이 있다. 제목과 자극적 문구로 유인하지만 그 안에 막상 알맹이는 없거나 부족한 경우가 많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는 상인이 결국 거상이 되듯 수익형 블로그라고 해서 눈 앞의 이득만 보고 글을 써서는 안된다. 오늘날 어째서 블로그가 슬슬 광고를 할 수 있는 매체가 되고 업체들이 여기에 광고비용을 집행할까. 그것은 기존의 광고매체가 아무런 소통과 신뢰가 없이 그저 일방적 메시지만 던진데 비해, 블로그는 해당 블로거들이 비교적 솔직한 모습으로 찾아오는 독자에게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다.

수익형 블로그는 우선 찾아오는 독자에게 신뢰를 주는 친절한 글을 써야 한다. 그래서 우선 기반이 되는 믿음을 확보한 뒤에 블로거 스스로 추천할 만한 서비스와 상품을 소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도 정직함이 우선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단지 독자를 숫자로만 보지 말고 한 사람의 고객으로서 성실히 상대해야 한다.

블로그에 올리는 상업적 리뷰와 광고는 자기가 이제까지 쌓아놓은 신뢰를 기반으로 동작하는 것이다. 단지 돈을 받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거나, 좋지 않은 제품을 좋다고 하거나, 써보지도 않은 제품의 사용기를 올린다든가 하는 건 자기 블로그의 신뢰를 깎아서 돈으로 바꾸는 행위다. 당장은 돈이 생길지 몰라도 결국은 자기 살을 깎아서 먹는 것과 다를바 없다.


블로거, 목적에 충실한 글을 쓰고 있는가?

기술적인 글쓰기도 중요하다. 현란한 문장이나 사람을 빨아들이는 힘찬 글, 논리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글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기 블로그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알고 그에 따른 글을 쓰는 것이다.
사리분별을 못하는 어린아이에게 총을 쥐어주면 그건 그야말로 모두를 위험하게 만드는 흉기가 된다. 마찬가지로 블로그의 목적과 마음가짐을 모르는 사람이 좋은 글재주를 가지면, 그것은 오히려 세상과 블로거 스스로를 망치는 독이 된다.
나를 포함한 이 글을 보는 블로거 모두가 목적에 충실한 블로그 글을 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