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대화는 결론이 나지 않는 대화다. 고민이나 선택의 문제로 인해 실컷 이야기했는데 어느새 아무 결론도 없이 다른 주제로 넘어가 버린다. 그러고 나면 대체 뭐하러 힘들여 이야기를 했는지 허무하다.

물론 때로는 결론이 없는 이야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굳이 결론이 필요없이 대화 자체가 목적인 경우도 있다. 연인끼리의 대화라든가, 부담없는 일상 이야기에서는 결론을 도출해내려 애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대개의 블로그 글은 다르다. 제목을 보고 들어온 독자들은 명쾌한 결론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결론이 분명하게 나와있어야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블로그 글은 주제와 결론이 분명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의외로 초보 블로거들의 글이나 일부 포스팅 가운데는 주제가 뭔지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있다. 분명 어떤 결론을 내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글의 전개가 묘하게 비틀거리다가 그냥 끝내버린다. 보통 이런 글은 좋은 글로 꼽히지 못할뿐더러, 읽은 사람도 실망하게 마련이다.


주제가 분명한 블로그 글쓰기, 두 가지 방법은?

주제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글을 쓰려면 약간의 꼼꼼함이 필요하다. 마치 목적지에 가기 전에 미리 지도를 보고 위치를 정확히 체크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선 글의 주제를 미리 앞에 놓는 방법이 있다. 흔히 두괄식이라고 배운 이 방법은 매우 선명하게 결론을 내놓고 그 뒤에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글재주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도 이 방법을 쓰면 상당히 쉽게 주제가 분명한 글을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디자인은 기능과 다른 개념이 아니다.
흔히 디자인은 단지 외모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유선형 병이나, 모서리가 잘 다듬어진 가구를 볼 때 우리는 그것이 외형을 빛내주는 것뿐이라 간주한다. 그러나 실은 디자인이란 곧 기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효과적인 모양새다. 기능이란 그 제품이 가진 본질이며, 디자인은 그 본질을 쓰기 위한 인터페이스다. 따라서 이 둘은 두 개의 다른 개념이 아닌 것이다.


전형적인 두괄식 문장의 장점이 잘 드러나 있다. 자칫 다른 곳으로 흐르기 쉬운 논점을 처음부터 가지런히 잡아준 가운데 결론을 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두괄식은 이미 결론을 앞에 내버렸기에 뒷 문장들이 쓸데없는 사족으로 보이기 쉽다. 즉 독자들의 집중력이 끝까지 유지되지 못하는 면이 있다. 이후의 문장을 재미있게 잘 끌어가지 못하면 맨 앞의 문장만 주의 깊게 읽고 나머지는 대강 읽어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또 하나로 글의 주제를 뒤에 놓는 방법이 있다. 미괄식이라고 배운 이 방법은 이유를 체계적으로 열거한 다음, 마지막에 결론을 내는 방식이다. 상당히 문장에 숙련된 사람이 쓸 수 있는 방법이지만 끝까지 글의 긴장을 유지할 수 있고, 독자의 주의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오늘날 이 사회는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현상에 직면해 있다. 한쪽에서는 완전히 자유로운 경쟁을 외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회의 평등을 외친다. 그런가 하면 한쪽 극단에서는 소외된 자에 대한 특별한 혜택을 요구한다. 최근의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목표를 실현하는 방법에 분명한 편가름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모든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보다 솔직히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괄식은 끝까지 글이 팽팽하게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된다. 하지만 자칫하면 그 결론이 앞에서 내놓은 논리와 전혀 달라지거나 모순될 수도 있다. 글쓰기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두괄식에 식상해진 경우에 가끔 사용해보면 글이 보다 신선해보이면서도 주제도 분명해진다.

가장 중요한 점이 있다. 이 두 가지 방식의 기교보다 분명하게 주제를 전달하는 비결이 있다. 바로 글 쓰는 이의 진심이 들어가는 것이다.

흔히 어려운 고시를 전부 패스하거나 엄청난 학력을 지닌 정치인들이 텔레비전 토론 등에 나와 제대로 말을 못하고 버벅거리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고등교육을 끝까지 받고 직업상 엄청난 훈련을 한 이들이 왜 그럴까? 그건 자기 생각에도 모순되는 말을 억지로 해야 되기 때문이다. 자기도 분명 보고 있으면서 검은 것을 희다고 주장하려니 어떤 논리적 기교도 소용없이 혀가 꼬이고 논리가 비틀어져 버린다.


글도 마찬가지다.
마음에서 분명히 우러나오는 진실에 입각해서 글을 쓰면 기교가 다소 모자라도 주제가 분명히 전달된다. 글재주는 어디까지나 진심을 위한 수단이다. 글솜씨만 있으면 없는 마음도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이런 점을 명심해서 우리 모두 주제가 분명한 블로그 글 쓰기를 위해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