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나는 <아이폰이 초래하는 빈부격차>에 대해 포스팅을 올린 바 있다. 오늘날 미국 의존도가 심한 한국사회에서 아이폰의 혁신이 가져다 주는 과실이 일부 돈 있는 사람만을 위해 집중되는 현실을 염려한 내용이었다.

그런 현상은 지금도 어느정도 변함이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드는 공영방송인 EBS 교육방송 프로그램이 아무 생각없이 그저 아이폰 위주로만 서비스되고, 관공서의 교통정보나 각종 공공 정보 공개가 당장 아이폰 앱으로만 먼저 서비스는 되는 것이 현실이다. 안드로이드는 그나마 그 다음 차례라고 볼 수 있지만 윈도우 모바일이나 일반 피처폰을 가진 사용자들은 당분간 그저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될 참이다.



물론 각 당사자들의 사정도 이해는 간다. 한정된 인력과 제작여건상 먼저 아이폰에 서비스하고 이후 관련 플랫폼을 늘려나가겠다는 의도인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선순위에서 뒤에 있다는 것, 혹은 너무 소수라서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건 절대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

예전에 빌게이츠가 한창 주목을 받을 때 <당신 손끝에 모든 정보를>이란 모토를 내건 일이 있었다. 뒤를 이어 등장한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으로 세상을 바꾸려 하고 있다. 증강현실이나 위치기반 서비스등 지금 스마트폰은 마치 초창기 컴퓨터 마냥 무진장한 가능성을 안고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바야흐로 스마트폰과 각종 ~패드 들이 정보단말기로서 일대 혁신을 이룩하려는 지금, 그 화려한 빛 뒤의 그림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런 정보기기를 이용한 고급 정보를 단지 태어날 때부터 돈이 없다는 이유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집단-계층이 존재한다.

우리가 지금 싼 값에 그럭저럭 웹서핑등에서 성능을 내주니까 쓰고 있는 넷북의 기원을 아는가? 넷북은 본래 네그로폰테 교수의 100달러 노트북 계획에서 나왔다. 이런 눈부신 정보기기의 발전에 소외된 저개발국 아이들이 컴퓨터를 써서 간단한 프로그래밍과 웹서핑을 배울 수 있도록 컴퓨터를 보급하자는 계획에서 나온 것이다.


비교적 싼 300달러 남짓한 일반 상용 컴퓨터,노트북 가격도 부담되서 함부로 구입하지 못하는 저개발국과 저소득계층은 아직 지구상에 많다. 심지어 한국에도 꽤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과연 정보화 사회라든가, IT 기술의 혁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스마트폰은 가난한 자에게 미소짓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동사무소에 가면 뗄 수 있던 주민등록증을 그냥 스마트폰으로 다운 받아 가면 된다고 하는 제도를 만든다고 해도 이런 사람들에게는 가뜩이나 살기 힘든 세상이 또다른 차별수단을 만들어 설움을 준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을 것이다. 투표를 간단히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불공평하게 돈 없는 사람만 투표소에 가서 일일히 힘들여 투표해야 하는 불평등으로 비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런 차별을 해결하려는 노력도 있다.  ( 출처 )

인도 정부는 10달러 짜리 노트북을 교육용으로 보급하겠다는 사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엔 35달러 짜리 타블렛을 발표하였다. 인도 인적자원부 장관 슈리 카필 시발은 35달러 가격에 판매될 것이라고 하는 타블렛 기기를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이 타블렛은 유투브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컬러 디스플레이에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발표회 사진으로 볼 때 두가지 제품이 있는 것 하며, 두 제품 모두 타블렛 형태를 취하고 있다. WiFi 탑재와 2GB의 저장공간, 터치스크린과 USB 포트, 2W의 전력소모 들이 공개된 스펙이다.

초기 구매에 거의 8500개의 대학이 계약했으며, 교육컨텐츠를 갖춘 사이트도 완비됐다고 한다. 이 기기는 내년부터 학생들에게 판매될 것이며, 경쟁을 통해 10달러까지 가격이 떨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아무래도 아이패드에 자극받은 것 같다. 굳이 이름 붙이면 <인디아패드> 정도 될 것 같은데 이런 정보기기를 많이 만들어 보급하면 요즘 세계적 열풍인 스마트폰과 타블렛 기기의 정보차별로부터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을 듯 싶다.

사실 이윤만 포기하면 이런 정보기기의 가격은 그다지 비싸지 않다. 아이패드 혹은 아이폰의 재료 가격이 무척 싸다는 것에 놀란 사람도 많다. 회사의 이윤 영역에 속하는 부분만 빼고 공익 목적으로 만들면 그렇게 부담되는 고가기기도 아니다.

하지만 막상 회사의 유통마진과 이익이 들어간 가운데 지금 시장의 주류가 된 고급 스마트폰 가격은 결코 부담없는 가격이 아니다.

출고가 90만원 대인 최고급 스마트폰은 다달이 내는 할부요금과 통신요금으로 고스란히 그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그리고 그런 구매력 있고 지출을 하는 계층이 늘어갈 수록 스마트폰을 위한 각종 인터넷 서비스는 늘어나고 규제와 제한은 철폐될 수 밖에 없다.

이른바 돈 있는 계층을 위해서라면 무엇인들 못할까? 지금 국내의 액티브X제한이라든가 플래시 제한이 어느정도 완화되는 것도 모두가 고가 스마트폰 구입자가 만든 시장 덕분이다.


그러나 이런 스마트폰을 살 여유가 없는 계층은 당분간 절대적 혹은 상대적 소외감을 견딜 수 밖에 없다. 트위터 세상이 오든 , 페이스북이 필수가 되든 이런 서비스가 기존의 돈없는 계층을 위해 웃어줄 리는 없기 때문이다. 저개발국은 대다수가, 한국은 비교적 적은 소수가 이런 정보의 혜택에서 밀려날 것이다.


다만 돈이 없어서 못 살 뿐인 이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가?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고 누가 그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지 말라고 한 적도 없다. 정 가지고 싶으면 무리해서라도 사면 그만이다. 이렇게 <쿨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무슨 쌀이나 반찬 같은 기초 생필품 마냥 나눠주기도 좀 어색하다. 기부천사 김장훈씨처럼 스마트폰을 저소득층에게 기부하는 것도 어쩐지 잘 안맞는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해결책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저 위의 인도처럼 저가 부품과 공개형 운영체제(안드로이드나 리눅스 등)로 이루어진 아주 싼 단말기를 만들어 저소득층에게 부담없이 가지게 만들고는 각종 공공기관이나 일정 수준의 사기업이 앱을 만들때 저소득층용 플랫폼은 기본적 혹은 의무적으로 동시 개발해서 배포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 밖에도 창의적인 발상을 한다면 다른 방법의 보완이 가능하다.


단지 내가 지금 돈이 있으니까, 내가 스마트폰이 이미 있으니까 그걸 못가지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보거나 한심하게 봐서는 안된다. 오늘날 한국 행정기관의 서비스가 인터넷 위주로 전환되었을 때 저소득층의 인터넷 교육과 인프라 문제가 대두했듯,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세상으로 재편될 IT업계에도 저소득층의 정보소외 문제는 필연적으로 대두된다.


굳이 혜택을 주라는 게 아니다. 단지 출발선을 동등하게 해주려는 조정을 해주자는 것이다. 정보가 곧 돈이고 권력이라는 현대사회에서 사소해보이는 정보접근 하나의 편의성이 마치 출신성분처럼 개개인의 성장과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는 우리가 혁신에 놀라워하는 스마트폰이 가난한 자에게도 미소짓는 세상을  바란다.

P.S : 출판사 웅진갤리온 블로그에 게임에 관한 새 연재를 하게 됐습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제목을 클릭 해서 읽어주세요. 이번주 연재분은 <리얼한 게임, 그리고 게임속의 혁명> 입니다.



더 좋은 글을 원하시면 아래쪽 추천버튼을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