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GPU 가격조절 위해 인위적 출고량 조절, 문제는 없는가?
2019년 여름 정도에 필자는 취재를 위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컨퍼런스콜을 청취했다. 분기별 실적 발표와 함께 진행되는 컨퍼런스콜에서는 간단한 질문과 응답도 이어졌다. 당시는 반도체 경기가 절정에 달했다가 이제 슬슬 꺽이며 내려오지 않을까하는 전망이 있었다. 이때 삼성전자 측에서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 미묘한 이야기가 있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앞으로도 급격히 감소하지 않을 것이며 전망이 계속 좋다는 게 핵심이긴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만일 예상보다 수요가 급격히 감소한다면 생산물량을 조절해서라도 균형을 맞추겠다'는 언급이 나왔다. 그렇게 강조한 대목은 아니었으므로 크게 물의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필자에게 있어서는 이 발언이 상당히 거슬렸다.
다소 억울한 일이지만 미국 업체가 아닌 IT업체는 시장 외에서도 강력한 견제를 받는다. 인텔이나 AMD 같이 미국 업체가 1등이 아닌 메모리나 SSD등은 특히 그렇다. 만일 업체가 너무 저렴하게 팔면 즉시 덤핑혐의를 쓰고 조사를 받는다. 반대로 너무 비싸게 팔면 담합이나 독과점 조사가 따른다.
그런데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가격 유지를 위해 인위적인 물량조절을 한다면 어떨까. 할 수야 있겠지만 곧바로 미국 정부의 담합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천문학적인 벌금이나 반독점 판결을 받고 미국 법인이 해체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물량조절은 없었다.
지난 2월 2일 외국매체인 디지털트렌드의 보도에 따르면 저녁 인베스터 콜에서, AMD CEO인 리사 수는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작년 3분기, 4분기 연속으로 출하량을 줄였다(under-shipping)고 밝혔다. 또한 올해 1분기에도 더 적은 규모로 출하량을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원인은 과거의 코로나 위기 상황과 채굴 붐으로 인한 수요가 현재는 급감했고 최근 인텔과 엔비디아에게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경쟁에 밀리다 보니 과다 재고를 방지하고 마진 유지를 위해 출하량을 줄여 온 것이다. 기업 이윤이란 면에서 볼 때 AMD의 이런 선제 조치는 옳았다. 서버 시장에서 약진으로 인해 주가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너무 높은 GPU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걸 보는 소비자에게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상황과 방법이 약간 다를 지 몰라도 결국 AMD가 취하는 방법은 시장지위를 이용한 애매한 담합 조치라고도 볼 수 있다. 만일 미국 회사가 아닌 회사가 이런 일을 했다면 일단 미국 정부의 조사부터 받아야 할 지 모른다.
이런 위험성을 알기 때문인지 해당보도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추가 설명을 붙였다. '주요 수익성을 위해 AMD가 인위적으로 공급을 제한하는 것으로 리사 수의 말을 잘못 해석하기 쉽지만 AMD의 미달 출하량은 소매업체가 수요가 감소할 때 공급 과잉을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라는 첨언이다. 그러니까 AMD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소매업체가 원해서 한 결정이라는 의미다.
그러면 이 설명으로 소비자는 납득할 수 있을까? 공급초과로 가격이 내려간 제품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 소비자는 소매업체 운영자가 힘들어지니 공급을 조절해서 위기를 막았다는 해명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삼성전자의 메모리 소매업체 역시 가격이 내려가는 걸 원하지는 않을텐데 그것과 이것은 어떻게 다른걸까?
필자는 여기서 독과점과 담합에 대한 세부적인 법률 적용이나 미국 정부의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방주의를 길게 언급할 생각은 없다. 그저 단 한가지만 묻고 싶다. GPU가격이 높아질 때는 인위적인 조절로 가격을 낮추려 하지 않던 AMD가, 반대로 GPU가격이 낮아지려고 하자 인위적으로 가격을 유지했다. 이게 과연 올바른 행위일까?
어쨌든 한가지는 분명하다. 소비자는 AMD GPU를 공급초과로 더 싸게 살 기회를 작년 두 분기 동안 강제로 상실했다. 또한 올해 1분기도 똑같이 그런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용인된다면 아마 계속 이런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과연 이런 일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고 누구에게 손해가 되는 지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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