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에이수스]



일반적으로 제조업체가 가장 기피하고 싶은 분야는 아마도 사후서비스(AS) 부분일 것이다. 제품설계나 제조, 홍보 등은 잘 할 수록 구매자를 끌어들여 직접적인 매출증가 효과가 나타난다. 품질관리나 유통개선도 그만큼 원가를 절감해 순이익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사후서비스란 이미 팔아서 매출이 발생한 제품에 대해 지속적으로 돈을 들며 수리해주고 교체해줘야 하는 분야다. 직접적인 이윤창출 효과가 전혀 없다.

물론 어디까지나 직접적인 부분에서만 볼 때의 이야기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가 장기간 동안 사용하는 고가 정밀 제조품일수록 사용 중에 고장이나 파손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그것을 염두에 둔 소비자는 구매단계부터 AS를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넣기 때문에 AS가 좋지 못한 업체 제품은 선뜻 구입하지 않는다. 간접적으로는 AS가 매출증가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국내에 진출한 외국 IT업체들은 AS 부실 논란에 휘말려왔다. 다른 나라에서는 비교적 평가가 좋은 일본계, 미국계 업체도 국내 AS에서는 이상하게도 악평이 많았다. 근래에 들어서는 대만, 중국계 외산 노트북 업체에 대해 많은 AS 불만사례가 터져나오는 중이다. 굴지의 글로벌 업체인 애플도 맥북 등을 둘러싸고 AS 문제가 가끔 발생하지만 그래도 개선되는 속도가 비교적 빠르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깝게 조치한다. 

그에 비해 다른 외산 노트북 업체의 AS 는 아예 총체적인 난국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AS 를 받을 수 있는 오프라인 접수처를 찾기 어려운 데다가 무상 AS 접수 절차, 소요 기간, 조치 공평성, 수리 전문성 등이 너무 떨어진다는 평가다.  

[출처: 에이수스]


이런 목소리 때문일까. 에이수스(ASUS)가 고객 서비스인 에이수스 퍼펙트 워런티를 발표하며 고객 서비스 품질 강화에 나섰다. 이 서비스는 2023년부터 출시되는 젠북 및 비보북 제품군과 모든 게이밍 노트북을 대상으로 기본 1년의 보증 기간에 추가해 소비자 과실로 인한 제품 파손 경우에도 자재비, 인건비 등 수리비 전액을 에이수스가 부담하는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2023년 출시 컨슈머 노트북 가운데 젠북, 비보북 제품군과 게이밍 노트북 중 ROG 및 TUF 제품군을 대상으로 제품 구입 후 보증기간 1년 내 1회만 제공된다. 침수, 바이러스, 낙하, 감전 같은 파손에 대한 수리 모두 지원하고 OS가 포함된 제품은 윈도우 재설치도 해준다. 또한 온라인 택배서비스를 통한 제품 접수 및 배송도 가능하다. 

이런 형태는 애플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애플케어 플러스와도 비슷한 것이지만 조금 더 발전한 형태로 보인다. 에이수스는 이미  에이수스 프리미엄 케어를 통해 최대 3년까지 보증 기간 연장, 우발적 손상 방지 패키지, 출장수리 서비스, 배터리 서비스 등의 4가지 옵션을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서비스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번 에이수스 퍼펙트 워런티는 막상 본사쪽에서 요구하는 AS 품질 수준이 여러 절차상의 문제로 인해 실제 AS접수처에서 집행되지 않는데 원인이 있다고 판단한 조치로 생각된다. AS가 만족스럽게 잘 되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한데 쉽게 무상수리나 교체를 해줬을 때 본사에서 그것을 과다한 조치로 추정해서 추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리처에서 제품결함이라고 판정하고 무상 수리해줬는데 막상 본사에서는 고객과실에 가까운데 유상수리를 해야한다고 문제를 제기한다거나 그런 수리 결과로 쌓은 총 수리비 청구를 본사에서 삭감하게 되면 수리처에서 그 후로 고객 수리 기준을 올리게 된다. 이번처럼 아예 고객과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1회에 한해 무조건 서비스를 해준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하면 수리처에서도 안심하고 접수하고 본사에서도 따로 삭감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부분이 없어진다.

에이수스 측은 이번 에이수스 퍼펙트 워런티와 같은 고객 서비스 확충과 함께 다방면의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통해 브랜드 신뢰도와 고객 충성도를 높여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어쨌든 늦은 감은 있어도 이런 서비스를 발표하고 집행하는 건 고무적이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과연 이것만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될까. ASUS 노트북의 AS를 비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ASUS는 진짜 회사명이 US'라는 농담이 있다. AS가 없으니 ASUS에서 AS를 떼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국내에서 제법 괜찮은 매출을 올려온 ASUS제품이 어째서 이런 평가를 받았는가를 생각하면 이건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에이수스 퍼펙트 워런티는 아주 일부분의 고급 게이밍 노트북, 고가 노트북에 한해서 겨우 1년 동안 딱 한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상으로 AS를 제공하는 편의성에 불과하다. 제법 큰 강화책이긴 해도 1년을 살짝 넘거나 사소한 문제로라도 1회 AS를 받은 다음에는 반대로 체감 서비스의 질이 확 떨어질 우려가 있다.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구입 후 몇달 만에 아주 사소한 운영체제 이상으로 무상 운영체제 설치를 받은 사용자가 이번에는 1년 1개월이 지나 매우 중요한 디스플레이 불량이나 하드디스크 고장 같은 문제로 찾아왔을 때 불친절한 AS를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이 서비스를 악용하려는 사용자가 1년이 아직 지나지 않을 때 고의로 제품을 파손하고 AS를 받으려 할 수도 있다. 이번 AS 강화정책은 좋게 평가하지만 추가해서 에이수스가 좀 더 장기적이고 더 나은 국내 사후 서비스 강화정책을 추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