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엔비디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1월에 개최되는 세계 최대의 전자 제품 박람회 CES는 IT업계에게 늘 흥미로운 행사다. 한 해의 시작을 맞아 글로벌 전자업체들이 첨단 제품을 선보이므로 그 해 전세계 가전업계의 트렌드를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CES 2023년에서 나타난 흐름은 무엇일까. 추상적으로 보면'돈 되는 기술을 최우선으로 적용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맞아 예전같이 낙관적이고 느긋한 투자를 할 수 없기에 좀더 빠르게 매출 증가와 수요층 형성을 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항목별로 보면 기업과 개인 가상공간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각종 재화를 구입하고 투자할 수 있는 메타버스, 그런 메타버스의 콘텐츠를 매우 쉽게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생성형 인공지능(AI), 밖에 나가서도 보다 여유롭게 콘텐츠 감상과 소비행위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자율주행 등의 기술이다. 주요 기업이 이런 기술요소가 추가된 제품을 내놓거나 관련된 기업과 협업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한때 누구나 뛰어들었던 소셜 서비스, 맞춤광고 등은 퇴조세에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자. 엔비디아는 옴니버스 아바타 클라우드 엔진의 얼리 액세스 프로그램 등록을 시작했다. 이 제품은 아바타 개발을 쉽게 해주는 도구로서 모든 클라우드에 배치되는 아바타에 지능과 애니메이션을 추가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가 3D 세계와 메타버스의 개발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생성형 AI 앱이다. 엔비디아 스튜디오 노트북에 는 이 앱을 사전 설치해 판매할 예정이다. 

GPU를 핵심사업 영역으로 하는 엔비디아는 지포스 RTX 4070 Ti 그래픽카드의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이 제품은 쿠다 코어 7,680개와 192비트 버스 폭의 12GB GDDR6X 메모리를 갖추고 있다. 레이트레이싱과 DLSS를 사용하는 경우 이전 세대인 RTX 3080을 크게 넘어서는 성능을 제공한다. 

그래픽카드 가격 기준은 799달러로 국내 가격은 12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메타버스라는 매력적인 용도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위한 처리능력을 제공하는 고가 GPU의 구매 필요성을 어필하는 전략이다. 엔비디아, 에이다 아키텍처 및 40 시리즈 GPU 노트북과 데스크톱용 RTX 4070 Ti 등 신제품도 대거 발표했다.

AMD는 라데온 RX 7000 시리즈 모바일 GPU를 공개했다. RDNA 3 아키텍처를 탑재해 에너지 효율과 성능을 올린 제품이다. AMD 라데온 RX 7000 시리즈 GPU는 최대 32개의 통합 컴퓨팅 유닛, 32MB의 2 세대 AMD 인피니티 캐시, 최대 128 비트 지원 8GB의 고속 GDDR6 메모리, 전용 AI 및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 하드웨어를 탑재했다.

또한 AMD는 새로운 라이젠(Ryzen)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AMD는 라이젠 7000X3D 시리즈 데스크톱 프로세서와 65W 라이젠 7000 시리즈  데스크톱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라이젠 7000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 라인업인 라이젠 7045HX 모바일 프로세서는 게이밍 및 크리에이티브 애플리케이션에서 평균 50% 이상의 성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함께 공개된 AMD 라이젠 7040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 가운데 특정 모델은 x86 프로세서 최초로 전용 인공지능 하드웨어를 지원한다. 이것 역시 메타버스 등을 의식한 생성형 AI를 보조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인텔은 13세대 인텔 코어 모바일 프로세서 제품군에서 32개의 신제품을 소개했다. 노트북용으로는 최초로 24코어를 탑재한 13세대 인텔 코어 H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를 출시했다. DDR4 및 DDR5 메모리 동시 지원, PCIe 5세대 지원 등이 특징이다. 최근 바닥을 치며 올라가는 중인 인텔은 다양한 기능확보보다는 당분간 제품 성능 향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글로벌 기업들이 메타버스와 생성형 AI를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 상황이 나빠진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암호화폐로 대표되는 거품이 꺼져간다는 것에 원인이 있다. 컴퓨팅 파워 자체가 그냥 채굴을 통해 돈을 벌어주던 상황은 이제 끝났다. 그렇다면 다시금 사용자에게 만족감이란 가치를 부여하는 목적을 통해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컴퓨팅 파워가 직접 사용자에게 돈을 준다면 다른 만족감은 필요없었다. 하지만 그게 안되는 지금,  메타버스에서 더 향상된 그래픽, 더 정교해진 인공지능, 더 세련된 콘텐츠를 통해 즐거움을 주어야 사용자가 만족감을 얻는다. 만족감이 있어야 고가 IT제품에 지갑을 열게 된다. 따라서 단순한 성능 향상이 아니라 목적과 활용이 분명한 메타버스, 그 안에서의 콘텐츠 생성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 대중화에 집중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 일부도 이런 흐름에 재빨리 가세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CES 2023에서 버추얼 롯데면세점 타워로 미래형 매장을 구현했다. 지난 CES 2022에서 선보인 가상 피팅룸을 발전시켜 고객이 아바타를 움직여 패션 상품을  가상으로 입어보고는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다. 쇼핑 아이템을 패션 상품에서 화장품, 향수로 추가 확대하고 고객간 네트워크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SKT는 거대언어모델(GPT-3) 기반 대화형 AI캐릭터 개발 기업 인월드와 만나 협력을 논의했으며, 신한은행은 국내금융사 최초로 단독부스를 마련해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인 시나몬을 소개했다.

기술과 플랫폼을 앞세운 작년과 달리 올해 글로벌 기업은 직접 고객을 유치하고 매출을 늘리기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메타버스와 생성형 AI는 그것을 위한 최적의 수단이다. 기술적으로는 바로 구현이 가능하며, 상업적으로는 보다 비싼 하드웨어를 필요로 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이번 CES 2023이 이 기술에 주목한 이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