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인텔]



최근 경제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분야는 미국이 자국 제조업을 키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미국에 공장을 유치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IT업계로 범위를 좁힌다면 미국은 반도체를 특히 핵심산업으로 지정하고 자국 내에서 모든 걸 가능하도록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즉 아직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미국업체가 있다고 그 업체에게 투자와 혜택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이 반도체 생산 부문의 주도권 탈환을 위해 자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고 있있면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지난 5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인텔 기술개발 책임자인 앤 켈러허 부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인텔이 과거보다 훨씬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전례가 없는 속도로 새로운 공정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특히 현재 7나노미터 공정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지만, 4나노 반도체 생산에 들어갈 준비가 끝났으며 3나노 반도체도 내년 하반기에는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텔은 지난 수십 년 동안  PC CPU 중심으로 업계 선두를 굳게 지켜온 업체다. 하지만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된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최종 생산공정인 파운드리 시장 주도권을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내준 상태다. 같은 미국의 글로벌 파운드리 회사는 14나노 때부터 자본과 기술의 한계에 달해서 2018년 7나노 공정 개발을 포기했다. 

인텔 역시 미세공정에서 성공적인 발전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설계능력에서는 외계인급이라는 찬사를 받던 인텔 CPU가 점점 신제품 성능이 시대에 미치지 못하는 원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떨어지는 미세공정 제조능력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인텔 CPU는 2014년말에 14나노미터 공정으로 만들어졌는데 당시 애플 A9칩은 14나노 삼성펩에서 2015년 중순에야 출시됐다. 인텔이 미세공정에서도 명백히 앞섰다는 의미다. 그런데 인텔은 그 14나노공정을 2021년까지 부분 개선만 하면서 계속 썼다. 인텔 CPU는 5~11 세대까지 제조방법이 14나노공정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리 부분적 개선이 있다고 해도 근본적인 미세공정 개선 없이 CPU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미세공정을 쭉쭉 발전시키는 만큼 앞으로 CPU성능이 대폭 좋아질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 인텔의 새로운 CPU발표를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

[출처:인텔]


그러나 좋은 뉴스는 단지 여기까지다. 업계전문가들은  새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수율이 떨어지면 오히려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의 미세공정 개선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미세화할수록 공정 난이도가 높아지며 수율이 떨어지 때문다. 장비도 비싼데 수율이 안나오면 원가도 올라간다. 

그러면 칩 당 가격을 매우 비싸게 매겨야 하는데 가격이 너무 높아지면 수요가 그만큼 따라주지 않는다. 인텔의 문제는 이제부터 투자와 장비를 늘리는 단계이기 때문에 생산능력이 그만큼 빨리 확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텔이 야심차게 만든 4나노 미세공정 칩이 발표됐는데 성능도 좋고 발열도 적지만 갑자기 가격이 기존 제품의 3배 혹은 4배로 오른다면? 그걸 기꺼이 구입할 사용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똑같은 숫자의 미세공정이라고 해도 그 성능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숨은 함정이다. 반도체 전문가에 따르면 최근 미세공정이 거의 한계까지 발전하다보니 회로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하고, 전자가 새어나가는 것을 어떻게 막는가 하는 세부 방식에 따라 성능과 수율이 매우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인텔이 말하고 있는 4나노, 3나노 같은 숫자만으로는 정확히 얼마나 성능이 좋아질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어쨌든 한동안 미세공정 발전을 외면하면서 AMD에게 성능으로, 애플에서 전력 대비 성능으로 밀리는 굴욕을 당하던 인텔이 다시 태세를 가다듬고 제대로 경쟁대열에 들어와준 건 좋은 일이다. 4나노 미세공정 준비를 완료하고 자신있는 모습을 보이는 인텔의 새로운 CPU성능이 얼마나 높아질 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