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엔비디아 전망대로 GPU 수요 급증시킬 수 있을까?
일반적인 산업계에서 기술과 수요의 상관관계를 보면 대부분 경우는 수요가 기술을 만든다. 소비자가 더 빠른, 혹은 더 연비가 좋은 제품을 원하면 그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엔진과 구동체계가 연구실에서 개발된다. 그렇지만 IT기술은 다른 분야와 좀 다른 특성을 지닌다. 기술이 먼저 나오면 그것이 폭발적인 수요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유독 많다는 점이다.
오늘날 개인용 컴퓨터를 보급시키는 데 앞장 선 소프트웨어(SW)는 스프레드 시트를 전산화시킨 비지칼크였다. 기업용 회계장부 작성에 아주 유용한 이 소프트웨어의 유용성은 컴퓨터를 모든 기업과 자영업자가 구입하게 만들었다. 이후 로터스1-2-3을 거쳐 마이크로소프트(MS) 엑셀까지 이어진 이 수요는 오늘날에 변함없이 꾸준하다.
그래픽 가속기(GPU) 시장은 어떨까? 처음에는 MS 윈도우에서 시작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를 가속하기 위해서 탄생해서 3D 게임 가속을 위한 수요와 만나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또한 3D 모델링, 영상편집 가속 등으로 영역이 넓어졌다. 최근 3년 정도는 암호화폐 채굴을 위한 엄청난 수요가 이 시장을 끌어올렸다.
그렇지만 다른 분야와 달리 암호화폐 시장은 이제 완연히 가라앉았다. 다른 시장은 명백한 생산성이나 즐거움을 위한 산업 영역이란 탄탄한 기반이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코인) 시장은 디지털 신호를 처리해서 그 결과로 얻은 코인을 내다파는 구조다. 기반이 되는 코인 가격이 급락하게 되면 채산성이 극도로 나빠지며 산업 자체의 존립이 흔들리게 된다.
이런 결과로 암호화폐 폭락- 채굴 장비인 GPU 수요 급감 - GPU 가격 급락 - GPU 제조업체 수익성 악화란 연쇄반응을 맞고 있다. 지난 3년 간 대단한 실적과 수익을 거둔 GPU 제조사 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고 사업을 축소하고 이익전망을 낮게 잡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차세대 트렌드로 각광받던 메타버스 열풍도 경기침체 조짐과 함께 상당히 식어버렸다.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부활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지금 GPU 업계 리더인 엔비디아는 메타버스 관련기술인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에 주목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란 딥러닝 신경망을 이용해 창조적 구상 작품과 그 밖의 단순한 텍스트 프롬프트 기반의 아이디어를 형상화해 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요즘 유행하는 키워드 만으로 그림 그려주는 인공지능 같은 것이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수요처는 메타버스다. 개발자가 가상 세계를 디자인하게 되면 그 안을 3D 자산으로 채워야 되기 때문에 그 컨텐츠 수요가 매우 크다. 많은 기업이 예술 작품, 게임 등 메타버스 자산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데 이 기술을 사용하는 중이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변혁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면서 "곧 3D로 가상 세계를 만들 수 있게 되는데, 이미지와 영상을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메타버스인 옴니버스(Omniverse)가 그 여정에서 필수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IT매체인 벤처비트(VentureBeat)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젠슨 황은 게임 산업의 축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 게임이 시작되고 창조가 시작되는 곳이 어디인지 이제 더 이상 이야기 하기 어렵다며, 많은 사람들이 인플루언서이고, 영상 블로거이고, 아바타로서, 게임을 만들어 간다고 주장했다. 특정 게임회사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메타버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모두 게임제작이며 그들이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게 될 거란 전망이다.
결국 엔비디아는 암호화폐 시장이 위축된 것 이상으로 메타버스로 인한 개인과 기업의 생성형 인공지능 수요가 GPU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GPU수요가 다시 시장에서 GPU 가격을 유지내지는 상승시켜줄 거란 기대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젠슨 황은 컴퓨터 게임의 정의가 더 광범위 해졌다면서 “지금 PC에서 가장 중요한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라면, 그것은 생성형 인공지능이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사람들이 이것으로 애니메이션 이미지와 게임 이미지들을 만들고 있다"면서 컴퓨터 게임은 항상 재창조되고 재정의되면서 영역이 확장되는 과정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제작사가 만들고 개인이 즐기는 게임과 제작사는 플랫폼만 담당하고 사용자가 콘텐츠를 상당부분 만드는 메타버스를 구분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위한 생성형 인공지능이 막대한 GPU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아마도 이것은 엔비디아가 꿈꾸는 가장 바람직한 메타버스의 발전방향일 것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설령 생성형 AI가 주류가 된다고 해도 그것이 암호화폐처럼 너도나도 GPU를 대량으로 구입해 채굴해서 돈을 벌고, 다시 그 돈으로 GPU를 늘리는 정도로 폭발적인 수요를 일으킬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지금 한쪽에서는 집중된 중앙 컴퓨팅 파워가 집약되고 개인은 입력하고 결과만 즐기는 클라우드 게이밍도 추진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기업은 물론 개개인이 모두 비싸고 강력한 GPU를 많이 사주는 세상을 기대하고 있는데, 사실 그건 비효율적이다. 게임은 원래 즐거움을 위한 영역이니 비효율을 감수하겠지만 나머지 메타버스 영역이 그런 비효율적인 구조를 유지할까. 클라우드와 스트리밍이란 기술을 뒤로 미뤄놓고 개인이 모두 메타버스의 막대한 처리능력을 자기 비용으로 감당하려는 세상이 될까.
엔비디아가 저물어가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다른 영역으로 관심을 돌린 것은 현명한 판단이다. 하지만 아직 '큰 것 한 방'이 안터진 메타버스와 아직 일반인에게는 개념도 생소한 '생성형 AI'가 GPU시장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 지는 회의적이다. 기술이 수요를 만드는 IT업계지만 모든 경우에 그것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가 주목한 생성형 인공지능이 과연 어떤 소비자에게 얼마만큼의 수요를 만들어내는 지 유심히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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