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아크 그래픽카드에서 나온 호환성 문제 무시하고 가는가?
급속히 발전하는 IT업계에서 가끔 대립되는 용도로 사용되는 단어가 있다. 하나는 '혁신'이고 다른 하나는 '호환성'이다. 호환성은 이런 경우 '레거시'라고도 불리며 예전에 나온 제품이나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새로 나온 제품이 제대로 지원하는지 여부를 의미한다.
이상적인 것은 혁신을 이룩하면서 호환성을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혁신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일부 혹은 전체 호환성을 포기하기도 한다. 어쨌든 호환성을 지키기 위해 혁신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 때로는 너무도 앞서 포기한 호환성이 상업적 실패로 돌아오기도 하고, 조금만 노력하면 잡을 수 있는 호환성을 포기한 게 밝혀지면 사용자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다.
인텔이 새로 내놓는 아크 그래픽 카드에서 바로 이런 사례가 발생했다. 테크파워업에 의하면 지난 9월 6일, 인텔은 아크 알케미스트 그래픽 카드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그래픽카드가 홍보한 대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리사이저블 바(Resizable-BAR) 기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만약 그 기능이 없다면 다른 업체인 엔비디아 AMD의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라고 권장했다.
리사이저블 바는 메인보드에서 지원하는 기능으로 10세대 이상 인텔 프로세서와 인텔 400 시리즈 이상급 메인보드,
혹은 AMD 3000, 5000 시리즈 프로세서와 AMD 500 시리즈 메인보드에서 지원한다. 얼핏 보면 대표적인 양대 CPU회사와 메인보드의 최신제품에서 전부 지원하니 별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PC시장에는 한번 구입하면 전체를 교체하는 것보다는 그때마다 부분적으로 몇 가지 부품을 교체해서 사용하는 사용자도 제법 많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인텔 아크 그래픽 카드를 구입한다고 해도 제 성능으로 쓸 수 없다는 설명이 된다.
이 문제는 이미 Arc A380 테스트에서 나왔는데 크기 조정 가능한 BAR 활성화와 비활성화 사이에 큰 성능 차이가 있음이 알려진 상태다. 이 기능은 소프트웨어에서 그래픽 카드의 전체 비디오 메모리를 256MB이 아닌 하나의 큰 주소 지정 가능한 블록으로 설정하게 만들어준다. AMD와 NVIDIA의 드라이버 아키텍처는 PCI-Express의 출현을 통해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메모리 관리를 최적화했지만 이제 막 시장에 뛰어든 인텔은 그렇지 못했다.
이 기능이 없으면 성능 패널티는 최대 40%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인텔은 해당 기능이 없는 시스템의 성능을 개선하는 드라이버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은 방법이 없으니 다른 공급업체를 쓰라고 대놓고 말한 것이다. 좋게 말하면 솔직하게 자사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타사 제품을 권하면서까지 사용자 이익을 위해 조언한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호환성을 소홀하게 여기며 진행하는 최신 드라이버 작업에서 구형 제품 사용자를 소외시키면서 무책임하게 말하는 것이다.
이렇듯 인텔이 아크 그래픽카드에서 나온 호환성 문제를 무시하면서 일단 제품을 내놓으려는 이유는 어쨌든 역량 부족이다. 빨리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최신 제품을 쓰는 다수 사용자만 생각하면서 인력과 시간을 거기에 집중하다보니 구형 제품 사용자에 대한 당연한 호환성은 당분간 버리고 가기로 결심한 듯 하다. 나중에는 지원해 준다지만 빠르게 차세대 신형 제품이 나오는 시장에서 얼마나 이런 약속이 지켜질 지는 미지수다.
사실 그래픽 카드의 덜 만든 듯한 드라이버 문제는 인텔 만이 지적받을 일이 아니다. 엔비디아나 AMD의 드라이버 역시 내놓을 때마다 오류가 나오고 안정화도 잘 안되며 심지어 사용자 그룹이 임의로 뜯어고친 '사제 드라이버'가 더 안정적이라고 선호되면 시절도 있었다. 인텔도 결국 이런 과정을 길든 짧든 거쳐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인텔이 지금처럼 '싫으면 다른 회사 제품 쓰든가' 하는 식으로 말하는 건 그다지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 자사 제품을 구입했거나 구입할 예정인 사용자 앞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제대로 해명하고 추후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보다 책임감 있는 행동이다. 인텔측이 '지금 당장은 지원되지 않지만 최대한 노력하겠다. 우리는 어떤 사용자든 우리 제품에서 최대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면 이렇게 아쉬운 기분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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