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젠 7000시리즈 내놓은 AMD, 신뢰와 명성까지 인텔 넘어설까?
흔히 하는 말로 신뢰는 쌓기는 어렵고 무너뜨리기는 매우 쉽다고 한다. 당연한 것이 약속을 꾸준히 지켜내면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생기는 것이 신뢰인데 단 한번만 고의로 약속을 어겨도 신뢰가 깨어지기 때문이다.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브랜드가 중시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브랜드 신뢰를 넘어 명성을 구축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의 시간과 함께 독보적인 품질이 뒤따라야 한다.
CPU칩 업계만 놓고 본다면 이런 신뢰와 명성에서 독보적인 위치는 인텔이 차지하고 있다. 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거쳐 8, 16, 32 비트 CPU에 이르기까지 인텔은 늘 신기술을 개척하고 앞서는 성능을 보여주었으며 업계 표준기술을 주도했다. 그런 기간 동안 적지 않은 경쟁사들이 도전했지만 경쟁에 패하고 대부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다만 예외가 있다. 지난 8월 30일, 라이젠(Ryzen)7000 시리즈로 불려지는 젠(Zen)4 아키텍처 CPU와 AM5 소켓을 발표한 AMD다. 이 회사는 한때 인텔보다 먼저 클럭속도 기가헤르츠에 도달한 칩도 만들었으며 실험실 오버클럭까지 가하면 더 빠른 성능을 가진 제품도 내놓은 적이 있다. 더구나 인텔이 잠시 방향을 잘못 잡은 시기를 놓치지 않고 지금 강력한 경쟁자로 올라오고 있다.
이번에 AMD가 공개한 젠4 아키텍처는 통합 RDNA2 그래픽, 인공지능(AI)과 AVX-512를 위한 새로운 ISA 확장, PCI Express 5와 DDR5 메모리에 대한 기본 지원이 추가됐다. 또한 업데이트된 캐시 구성과 향상된 프런트 엔드 디자인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단일 및 다중 스레드 성능을 개선하면서 전반적인 처리능력 효율성이 개선된 설계의 전력 최적화 아키텍처다.
AMD측이 제시한 바에 따르면 단일 스레드에서 한 번의 클럭 사이클당 명령어 처리 횟수(IPC)가 약 13% 좋아졌다. 이전에 언급한 8-10%보다 높아진 성능이다. 일부 응용 프로그램에서는 훨씬 더 크게 좋아져서 게임인 와치독 레기온은 24%, F1 2022 는 39% 향상됐다. 여기에 클럭 자체도 높아져서 단일 스레드의 성능 향상은 라이젠 5000 시리즈 대비 약 29%나 된다. 일반적으로 최근 CPU 성능 향상은 단일 코어 효율보다는 멀티코어 숫자를 늘려서 달성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바람직한 변화다.
하이엔드 Ryzen 7000 시리즈 프로세서의 첫 번째 제품 은 170와트 의 소비전력(TDP)를 보인다. 소켓 전력은 최대 230와트까지 증가해서 미래에 나올 고전력 소비칩까지 지원하는 확장성을 마련했다. 유휴 전력은 약 50% 감소했으며 많은 모바일 우선 절전 기술도 통합됐다. 더 작은 다이 크기로 인해 더 높은 열 밀도와 더 작은 통합 방열판 설계에도 불구하고 방열 성능도 좋아졌다고 한다.
소비전력당 성능에서 젠4는 Zen 3와 비슷한 성능 수준에서 62% 더 낮은 전력을 소모한다. 또한 비슷한 전력을 쓴다면 49%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는 것이 AMD의 주장이다. 65와트 프로세서는 최대 74%, 105와트 프로세서는 최대 37%, 170와트 프로세서는 최대 35%의 성능 향상을 나타낸다. 여기에 새로운 1718핀 LGA 설계와 DDR5 메모리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한 AMD EXPO 기술이라는 새로운 플랫폼 기능도 추가했다.
프로세서의 가격은 메인스트림 라이젠5 7600X는 299달러, 주력인 라이젠9 7950X은 최대 699달러이며 미국 기준으로 9월 27일에 매장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최근의 달러강세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전반적인 구입가격이 높아졌지만 그건 인텔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제품의 매력은 상당히 강하다.
AMD는 과연 이번에 발표한 라이젠 7000시리즈로 인텔 명성까지 넘어설 수 있을까? 최근의 여러 지표로 보면 AMD와 인텔 사이의 가격 대비 성능에서는 서서히 크로스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AMD는 자체 성능 테스트를 통해 대담한 주장을 했다. AMD의 저전력 메인스트림인 라이젠7000 시리즈 라인업이 인텔의 최고급 라인업인 코어 i9-12900K보다 더 나은 단일 스레드 성능을 제공할 것이란 주장이다. 라이젠5 7600X가 인텔 12900K와 나란히 F1 2022를 실행했는데 라이젠이 평균 프레임 속도가 약 11% 더 높았으며 평균적으로는 약 5% 더 나은 게임 성능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만일 AMD가 그동안 지적받았던 과다한 발열까지 해소하면서 인텔을 성능에서 이렇게 추월했다면 놀라운 일이다. 그동안 AMD가 인텔보다 낫다는 실적은 제법 보여주었지만 점점 그것이 쌓여가면서 이제는 신뢰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라이젠7000 시리즈를 통해서 발열을 포함한 인텔의 성능에 대한 명성까지 넘을 수 있다면 분명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다만 여전히 시간은 필요하다. AMD의 최근 자체 벤치마크에서 동급 인텔 제품 성능을 앞지른다는 결과는 제법 많이 제기됐다. 하지만 제품출시 후 다각도로 사용해보면 발열이 지나치게 많거나 안정성이 떨어지거나 특정환경, 일부 소프트웨어, 게임에서만 적용되는 결과였던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자체 성능 발표를 해도 여전히 믿음이 덜 가는 것, 이것 역시 AMD가 아직은 인텔에 비해 부족한 브랜드 신뢰와 명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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