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암호화폐는 나름 자리를 잡았다. 이미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주체가 매우 많아졌다. 개인투자자 뿐만 아니라 유명한 투자가, 전통있는 투자기관, 선물시장까지 있다. 이들이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한, 여전히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더라도 가치가  '0원'에 수렴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다.

일부에서는 이런 암호화폐의 정착이 전통적 산업사회의 가치개념을 무너뜨리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눈에 보이는 것, 가치를 창출하는 것만이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라는 의미다.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첨단기술이 뒷배경에 있는 것도 그런 논의를 더욱 가속화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암호화폐는 단순히 '코인'이라고 불리며 투기대상으로 취급되는 일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는 그런 코인 다음으로 대체불가능토큰(NFT) 가 주목받고 있다. 이것 역시 시작이 코인과 비슷하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적 기반을 바탕으로 첨단기술 영역이라는 점을 내세운 다음,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으니 투자대상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거래소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이윤과 수수료를 어떻게 거두느냐에 모든 관심이 집중된다.

혁신으로 큰 이익을 만들려는 국내 기업들은 NFT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NFT가 만들어 갈 여러가지 ‘확장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특히 게임 업계는 NFT를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중이다. 특정 캐릭터나 게임 아이템을 NFT로 만들어 이용자에게 영구적인 소유권을 준다. 여러 게임을 묶어 하나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하기도 한다. 

위메이드는 게임 미르4에 NFT 요소를 도입해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 생태계를 구축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TV를 통해 NFT를 사고팔고 보관 할 수 있는 NFT 플랫폼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삼성전자 뉴질랜드 법인을 통해 ‘라이브오션’이란 이름의 NFT를 직접 발행했다. LG전자도 최근 사업 목적에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의 개발 및 판매, 암호화 자산의 매매 및 중개업’을 추가했다.

SK텔레콤은 SK스퀘어를 통해 플로, 웨이브 같은 자사 콘텐츠 플랫폼에 NFT 체계를 만들었다. 그 안에서 코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가상 경제 시스템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유영상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연내 이프랜드에 NFT와 블록체인 기반의 경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KT는 NFT 투자 전용 앱 민클을 출시했다. KT는 민클에 내놓은 카카오페이지 웹툰 내부 콘텐츠를 NFT 청약을 받아 소유할 수 있게 설계했다.

이런 NFT 관련 움직임은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세계 최대 NFT 거래소인 오픈씨에서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 6조 9천억 원이 거래됐다. 1년 만에 거래규모가 837배나 커진 결과다. 여기서는 예술작품, 유명 인사의 트위터, 무한도전의 한 장면같은 온갖 것들이 NFT 꼬리표를 달고 거래된다. 

NFT 분석 업체 논펀지블닷컴에 따르면 작년 NFT 달러 거래액은 약 176억9천만 달러(약 21조8천억원)로 전년 대비 2만1천% 넘게 성장했다. 이쯤되면 코인 다음으로 NFT 열풍이 불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NFT 역시 초기 코인 시장 같은 단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중이다.  누구나 쉽게 NFT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별 가치가 없는 수많은 NFT도 쏟아져 나온다. 아무 NFT나 만들어, 유명한 작가를 사칭하기도 한다.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객관적 평가기관이 없기에 아무나 비싸게 사려는 사람만 있으면 가치를 지니게 된다.  

 

[출처:유튜브]


작년 9월에는 얼굴 없는 화가로 유명한 영국 작가 뱅크시를 사칭한 가짜 NFT가 3억 9천만 원에 팔린 적도 있다. 가장 극적인 일은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가 2006년 3월 처음으로 보낸 트윗의 NFT다. 이 상품은 지난 해 290만 달러(약 35억5천만원)에 팔리면서 큰 화제가 됐다. 내용적으로 보면 단지 디지털 메시지일 뿐이지만 상징적 의미로 인한 가치가 유일하다는 보증인 NFT기술과 결합되어 이만큼의 가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NFT는 겨우 1년 만에 가치가 폭락했다. 최근 경매에 나왔지만 최고 응찰 가격이 400만원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렀다. 바로 이 트윗 NFT를 구매했던 암호화폐 사업자 시나 에스타비가 주관한 경매였다. 목표 가격이 480만 달러(약 58억 7천만원)이었지만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경매 자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서 응찰 건수와 금액 모두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다. 최고 응찰 가격은 3천633달러(약 444만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실체가 없는 비트조각에 불과한 상품은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절망일까? 아니면 NFT 역시 코인처럼 가치가 급등락할 뿐이니 그저 저렴할 때 사서 길게 버티면 결국 돈을 벌게 될 거란 희망일까? 투자는 개인의 책임이니 그저 복권처럼 운에 맡기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체념일까?

기술적인 의미의 암호화폐든 투기적 의미의 코인이든 블록체인이란 개념을 보급하면서 나름 시대적 역할을 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NFT 업계에는 어떤 혁신도 없다. 유일하다는 증명을 누군가 해주면 그 증명이 검증된 것인지도 확인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디지털 재화의 최대 장점이던 무한복사의 개념을 뒤집은 희귀성 개념이 유일한 구매요인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과연 기술적으로 해킹될 수 있는 것인지조차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나보다 멍청난 누군가가 더 비싸게 사주기를 기다리며 먼저 사놓고 기다리는 것 뿐이다. 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돈이 먼저 있는 상황에서 혁신이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혁신이 있어야 자연스럽게 돈이 따라온다. 이런 명확한 진실을 따라서 NFT업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