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엔비디아]


최근 알고 지내던 지인이 갑자기 엔비디아 주식에 관심을 보였다. IT업계에 대해 잘 아는 필자에게 앞으로 엔비디아의 미래 비전이 어떻게 되는 지를 물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격한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있는 지금, 미국 증시에서 기술관련주는 계속 하락세다. 오히려 이럴 때가 엔비디아 주식을 저렴하게 살 때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엔비디아는 지금 IT쪽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아는 업체다. 고사양게임을 즐기는 데 필수적인 고성능 그래픽 가속칩을 생산하고 있다. 이 칩은 게임 뿐만 아니라 동영상 인코딩, 3D 그래픽 렌더링, 과학기술 연구 등에 폭넓게 이용된다. 나아가서 엔비디아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분야까지 연구하며 사업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그만큼 이 업체의 미래는 밝다.

그렇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바로 암호화폐다. 현재 엔비디아가 주목받고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배경에는 위와 같이 순수한 기술적 경쟁력 외에 암호화폐 채굴에 매우 유용하다는 점이 숨어있다. 때문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 가격이 급상승할 때마다 엔비디아 주가 상승세도 두드러졌다는 점도 보인다.

이런 점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단순히 기업가치에 도움이 되니 좋을걸까? 엔비디아칩에 있어서 암호화폐가 이른바 '킬러 소프트웨어'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간주해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응원해주는 게 나을까? 그렇지만 암호화폐가 하락할 때마다 크게 영향을 받는 엔비디아 주가를 보면 긍정적으로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엔비디아는 암호화폐를 넘어서야 더 좋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영향을 받는 건 피할 수 없지만 그쪽을 신경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암호화폐 열풍이 끝난 뒤를 지금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야 한다. 튤립투기부터 시작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까지 모든 거품은 언젠가는 급격히 꺼진다. 

엔비디아 칩이 그저 게임이나 즐기기 위한 취미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엔비디아가 지금 연구개발을 통해 개척하고 있는 영역은 대단히 넓고도 우리 생활에 밀착되어 있다.

미국 최대 식료품업체인 크로거와 엔비디아는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을 통해 신선도를 관리하고 배송 물류와 매장 내 쇼핑 환경 개선을 위해 최첨단 AI 연구소와 데모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이더넷 플랫폼인 스펙트럼-4도를 발표했다. 이 플랫폼은 인공지능용으로 설계됐으며 데이터 센터 인프라에 필요한 최고의 네트워킹 성능과 강력한 보안을 제공한다.

[출처:엔비디아]


인공지능 인프라 및 고성능 컴퓨팅용으로 설계된 데이터 센터 CPU인 그레이스 슈퍼칩도 발표했다. 이 칩은 144개의 고성능 코어와 초당 1테라바이트 메모리를 탑재했으며 서버 칩의 성능 및 에너지 효율을 2배 향상시킨다. 차세대 AI 데이터 센터를 지원하기 위해 이전 제품보다 성능이 크게 향상된 차세대 가속 컴퓨팅 플랫폼 엔비디아 호퍼 아키텍처를 공개하기도 했다.

양자 컴퓨팅과 6G, 물류 최적화, 로보틱스, 사이버 보안, 유전체학 및 약물 탐지, 데이터 분석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엔비디아의 영역이다. CUDA-X 라이브러리를 지원하는 최신 업데이트를 통해 개발자들은 과학, 인공지능(AI) 데이터 처리 전반에 걸쳐 이미 사용하고 있는 엔비디아 시스템을 더욱 빠른 성능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출처: 엔비디아]


미래 기술인 자율주행도 빼놓을 수 없다. 엔비디아는 드라이브 오린 자율 주행 차량 컴퓨터 생산에 착수했다. 엔비디아 드라이브 플랫폼을 채택한 새로운 자동차 제조업체를 공개하고, 차세대 엔비디아 드라이브 하이페리온(Hyperion) 아키텍처도 발표했다. 이 밖에도 옵니버스 클라우드, 옵니버스 컴퓨팅 시스템, 맞춤형 실리콘 통합 등 일일히 나열하기도 어렵게 많은 사업영역 결과물이 한꺼번에 발표됐다.

이 모든 것을 제쳐두고 그저 눈앞의 이익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인류의 미래를 열어줄 과학 연구, 엔터테인먼크 산업의 기수이자 E스포츠를 개척하는 고성능 게임,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인공지능 기술을 외면하고 당장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를 극한까지 가동해서 암호화폐 하나라도 더 채굴해서 파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사용자도 있을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암호화폐가 인류 과학 발전을 통해 모두에게 혜택을 주거나 어떤 산업 전반을 활성화시키면서 문화적 파급효과를 가져오진 못한다는 점이다. 암호화폐 채굴은 전기를 칩에 투입해 돈을 만든다는 면에서 그냥 지폐를 찍어내는 윤전기와 별 차이가 없다. 윤전기가 아무리 힘차게 돌아가도 인류를 진보시킬 동력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개인의 주머니에 돈을 넣어줄 뿐이다.

[출처:엔비디아]


엔비디아의 진정한 가치는 암호화폐를 넘어선 후에 보여질 것이다. 지금 다방면으로 내놓는 기술이 혁신을 만들고 융합되어 또다른 기술을 낳으면서 우리 생활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그날이 곧 올 것이다. 지인에게 내놓은 필자의 대답은 그래서 매우 간단했다. 지금 들어있는 암호화폐 거품이 꺼질 때를 기다려라. 그때 오히려 엔비디아의 진정한 가치가 나올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