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란 이름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선 그는 개인용 컴퓨터 애플2 를 개발하고 판매해서 전세계에 선풍적 인기를 일으킨 주역이다. 이후로는 최초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도입한 컴퓨터 '리사'를 내놓았다. 이후 이를 간략화한 '매킨토시'를 발표해서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요즘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경영학이나 애플 관련 책들을 읽어보면 잡스의 능력에 대한 경탄 일색이다. 하긴 결과가 말해주는 세상에서 애플은 이미 MS를 시가 총액에서 넘어섰으며 미래가치를 봐도 애플이 훨씬 났다. 적어도 잡스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말이다.





잡스의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말 하나만으로도 애플이란 회사의 주가가 요동을 칠 정도다. 그만큼 애플이란 미국에서도 하나밖에 없는 혁신 기업은 잡스란 개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하부기관에 불과하다. 

그런 애플의 스티브잡스가 이번에 새로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내 필생의 역작' 이란 표현을 썼다. 그런데 다들 이 말이 어떤 뜻인지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외의 어떤 분석가나 블로거도 핵심적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듯 싶다.

단지 아이팟 터치를 크기만 늘려놓은 것 같다는 비판과, 제한적인 전자책부분에서는 혁신적인 기기라는 칭찬이 엇갈린다. 그렇지만 모두가 잡스가 노리는. 혹은 굳이 노리지는 않아도 기대하는 변화를 놓치고 있다. 단지 전자책과 거실용 웹단말기, 큰 화면을 가진 터치용 정보기기 이런 말로는 아이패드의 정체와 노림수를 표현할 수 없다.







한마디로 말하겠다. 아이패드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노트북과 PC 다!
의외인가? 이런 분석은 누구도 내놓지 않았다. 웬 이상한 말이냐고 반론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천천히 생각해보자.

어떤 제품 시장에 접근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그 제품보다 단순한 제품이에서 기능을 추가해서 복잡하게 진화하는 방법과 더 복잡한 제품이 기능을 단순화시켜 내려오는 방법이다.
 
실제 컴퓨터 CPU역사에서 살펴보자. 인텔은 전자계산기용 CPU에서 출발해 기능을 추가해서 80계열 컴퓨터용으로 발전시켰다. 반대로 모토롤라는 대형컴퓨터용을 축약해서 68계열 컴퓨터용으로 발전시켰다. 접근방식만 달랐을 뿐 두 회사는 결국 개인용 컴퓨터와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만나서 치열하게 싸웠다.

수평적인 제품기능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때 MP3 플레이어와 핸드폰과 PDA가 따로 존재하던 시대에는 이런 기기가 장래 통합될 거란 비전을 가진 회사는 많았다. 그래서 핸드폰 회사는 핸드폰을 주체로 음악기능과 정보관리 기능을 넣은 제품을 만들었다. PDA회사는 자체 음악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핸드폰 모듈을 붙였다. MP3 플레이어 역시 핸드폰 모듈을 붙이고는 정보관리툴을 탑재했다. 베이스는 달라도 결국 세 계열은 한가지 궁극의 기기를 노렸다. 그 결과는 지금 모두가 보고 있는 '스마트폰' 이다.

한때 애플과 스티브잡스는 MS와 빌게이츠의 윈도우PC에 밀려 완전히 패했다. 매킨토시는 좋은 컴퓨터지만 비싸고 폐쇄적이란 말을 들으며 시장에서 주류가 되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비록 좀더 싸지고 더 좋아지긴 했지만 맥은 결코 점유율에서 PC를 이기지 못한다. 비록 회사의 순수익에서는 이길 지 모르지만 맥은 그저 마이너 고급 사용자나 전문 분야 사용자를 위한 컴퓨터다. 또한 애플조차 이런 판세를 역전시키겠다는 의지는 없어보인다.
 
사실 가능하지도 않다. 왜냐하면 이 시장의 특성은 좋은 소프트웨어가 많으면 사용자가 많아지고, 사용자가 많으면 다시 좋은 소프트웨어가 나오는 상호 상승효과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서드파티 소프트웨어 회사는 적고, 그렇다보니 소비자는 다시 적어진다. 이런 고리는 거의 판세로 굳어졌기에 왠만한 시간과 노력, 비용이 들지 않고는 뒤집을 수 없다.

그렇지만 아이폰과 앱스토어는 다르다.

아이폰이 만들어놓은 운영체제는 맥의 OSX의 축약판이지만 호환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완전히 다른 플랫폼이다. 사용자와 시장도 다르다. 스마트폰이란 시장에서는 아이폰이 마치 MS의 윈도와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영향력과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다른 경쟁자는 따라가기도 힘겹다. 애플이 개발한 아이폰 OS는 컴팩트하지만 수많은 앱으로 인해 무한대에 가까운 활용성을 가지게 되었다. 단지 조금 똑똑한 핸드폰 운영체제가 아니다. 맥의 운영체제와 호환은 되지 않지만 또 하나의 컴퓨터에 가까운 완전한 운영체제다.






그럼 여기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뭐하러 힘들게 절대열세에 있는 맥을 이용해 PC와 경쟁하나? 차라리 절대우세에 있는 아이폰 OS시장을 이용해서 치고 올라가면 되지 않겠는가?

그렇다. 지금 아이폰 앱으로는 아주 복잡한 포토샵이나 엄청난 계산을 요하는 과학계산툴 같은 것 제외하면 가벼운 업무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전부 나와있고, 없다해도 앞으로 나올 수 있다. 단지 문제가 되었던 것은 화면 크기 뿐이다. 너무 작은 화면에서는 일반 업무나 그래픽은 힘드니까 말이다. 그러나 아이패드란 10인치 디스플레이를 내놓음으로 인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 즉 아이폰 운영체제는 이제 노트북이나 데스크 탑처럼 큰 화면에서도 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과 활용성을 제시했다. 애플이 일부러 여기에 오피스 프로그램인 아이워크를 탑재하고 외부 키보드를 지원한 것만 해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책상 앞에 앉아 웹서핑을 하고 메일을 확인하고 동영상을 감상한다. 간단한 업무를 처리하고 채팅을 하고 가벼운 게임도 즐긴다. 세상의 대부분 PC나 노트북 사용자는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드코어한 온라인 3D게임 유저나 전문 그래픽 작업자, 과학계산 업무를 위해 PC를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가벼운 사용자에게 애플과 잡스는 아이패드를 첨병으로 해서 기능을 추가하고 강화해서 진화된 그 어떤 '기기' 를 내놓는다.






이것은 PC가 아니고 윈도우도 돌아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일상적으로 쓰는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가 갖춰져 있습니다. 더구나 이것은 바이러스도 없고, 오래써도 속도가 느려지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쓰기도 아주 쉽습니다.

이렇게 제안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격조차 저렴하다면 대부분의 가벼운 용도의 사용자는 이것을 살 것이다. 사용자는 대부분 그 안의 하드웨어가 CPU의 코어가 네개냐 두개냐, 혹은 그래픽 카드가 몇 개의 폴리곤을 처리하느냐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 그저 사용해서 느껴지는 실제의 속도와 만족감에 관심이 있을 뿐이니까 아이패드의 경쾌한 속도를 비롯한 여러 기능은 매력적이다.







잡스가 아이패드를 내 필생의 역작이라고 말한 이유는 결국 이것이다. 한번 완전히 포기했던 PC와 노트북이란 주류 시장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첨병으로서 아이패드는 단지 디스플레이만 커졌다는 개념이 아닌 것이다. PC의 가장 하부에 위치한 넷북시장을 시작으로 차츰 위로 진출해서 궁극적으로는 PC시장을 노리겠다는 거대한 야심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성공할 지 안 할지는 미지수다. 안드로이드 진영이 놀고 있지는 않을 것이고 윈도우 진영도 똑똑한 사람은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로서 이 시도는 일정부분 효과를 보고 있다.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보자.